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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험지출마론

2023-11-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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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험지 출마를 놓고 당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혁신계’를 자처한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가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친명(친이재명)계는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죠. 
 
차기 ‘험지 리스트’까지 나왔습니다.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 고향인 경북 안동 출마를 이 대표에 권유했습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은 이 대표뿐 아니라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결단을 촉구하며 안동과 함께 경기 성남, 대구 등을 후보지로 꼽았습니다.
 
비명계의 이 대표 험지 출마 명분은 혁신입니다. 민주당이 총선에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과 혁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그 배경입니다. 당 지도부가 선거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야 혁신 분위기를 가속할 수 있다는 취지죠. 정치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선당후사’와 같습니다.
 
반박도 존재합니다. 총선을 지휘해야 할 당대표가 험지에 나가면 현실적으로 당의 총선 승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당대표가 출마 지역을 관리하느라 당 소속 의원들이 출마한 지역의 지원 유세 등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의 얼굴인 대표의 지지율이 험지에서 부진하면, 당 전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죠.
 
이 대표는 지금껏 험지 출마 요구에 직접적으로 답을 내놓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사실상 거부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죠. 이 대표는 인천 계양에서의 활동을 늘려가며 인재영입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험지 출마가 혁신을 완벽히 담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선거철마다 험지 출마론이 터지는 것은, 험지 출마가 지니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험지 출마로 혁신 의지를 유권자에게 잘 어필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어느 한쪽을 일관적으로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 마음을 얻기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알려졌죠.
 
험지 출마가 성공한 사례는 드뭅니다. 서울을 내려놓고 부산에 도전했다가 대선주자로 부상한 노무현 전 대통령, 전북을 뒤로하고 종로에서 당선된 정세균 전 총리, 경기에서 대구로 옮긴 김부겸 전 의원 정도죠. 힘든 일인 만큼 성공의 파급력은 상당했습니다. 험지 출마를 둘러싸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총선 직전까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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