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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경제민주화-기업가정신 놓고 재계·학계 날선 공방

"경제민주화는 기업가정신 억제하는 '악법'"

2012-11-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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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기업인을 가상 범죄인으로 규정하는 경제민주화는 기업가정신과 기업의 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악법이다."(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국민들의 반재벌 정서를 포퓰리즘으로 진단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 반재벌 정서에 대한 완화책을 마련해야 한다."(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기관 한국경제연구원이 12일 서울 소공동 대한상공회의소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경제민주화와 기업가정신' 심포지엄에서 오간 날선 공방이다. 화두는 단연 '경제민주화'와 '반재벌정서'였다.
 
이날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한국의 기업가정신 실태와 제고방안'을 주제로 열린 첫번째 세션에서 발표자로 참석해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기업가 활동을 '범죄'로 만들어 기업의 자유와 기업가정신의 발양을 원천적으로 억제한다"며 "특히 기업자를 범죄자로 규정해버리는 경제민주화의 '엄벌주의 과잉입법'은 국내 10대 재벌을 재벌 적격성에서 모두 탈락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경제민주화 입법을 기업가 활동에 따라 6가지 범주로 나누며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거나 통제하면 기업가는 갈수록 위축되고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에 포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특히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예로 들며 "대기업의 MRO를 규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조달청을 없애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업가의 6대 행동 특성으로 정리한 경제민주화 법안(출처: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 정리: 뉴스토마토)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 원장도 "경제민주화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피력했던 문제"라며 "이런 상황일수록 혁신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몸집이 크면서도 (운영이)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공기업들에 대해서는 혐오나 비판이 자주 나오지 않지만, 자유로운 시장에서 활동하는 재벌기업들은 효율성을 갖췄음에도 비난을 많이 사고 있다"며 "반기업정서라고 완곡하게 부르는 현상 아래 재벌, 곧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이 거대한 토대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복씨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은 전통적인 '사농공상' 사상부터 비현실적인 노동법, 전투적 노동조합, 보호무역 조치 등이 똘똘 뭉친 거대한 복합체"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공격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따로 떼어내 그것이 틀렸음을 밝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에 맞서 김영욱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반기업정서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반기업정서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이 스스로 복지와 사회에 대한 기여를 통해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를 개선해야 하고, 또 기업가 정신 못지않게 기업가 윤리도 강조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시각에서 신광영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반기업정서를 경제학 교과서의 문제로 보거나 포퓰리즘의 형태로 진단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것"이라며 "현재 보여지는 반재벌정서는 '시장'이나 '기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기업들의 여러가지 행태(폐악)를 부정하는 것임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은 피고용자와 소비자,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모두 만족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기업형태"라며 "아직 국내 기업들은 이런 형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꾸짖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가한 방문객들 사이에서도 경제민주화와 기업가정신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경제는 자유화되고 정치는 민주화 되는 것이 정상인데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토론자들에게 따져 물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전경련과 한경연이 벌써 경제민주화 관련 세미나만 5차례 열었다"며 "경제민주화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과 그 본질을 고민하기보다 경제민주화라는 말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의 사회로 '한국의 기업가정신 실태와 제고방안', '기업·기업인에 대한 인식과 반기업정서'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경제민주화와 기업가정신에 대한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종합토론에는 이승훈 교수,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교수, 송세련 경희대학교 교수, 신광영 중앙대학교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서울 소공동 상의회관에서 '경제민주화와 기업가정신'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의 기업가정신 실태와 제고방안'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는 토론자들. 맨 왼쪽부터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부원장,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 노부호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사진=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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