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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혜

(Edu)의사결정능력 키우려면? 해답 보다는 교훈!

"선택권 주고 기다려야···지나친 개입 역효과"

2016-03-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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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한 사람의 의사결정은 그 개인의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요즘 사소한 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럴 때마다 부모가 대신해준다면 아이에게서 최소한의 선택권조차 빼앗아 버리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아이의 일상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고 의사결정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를 위한 의사결정능력 코칭' 저자인 인천재능대 아동보육과 문정화 교수의 도움을 받아 세 살 유아기부터 사춘기까지 아이들의 의사결정능력을 키우는 방법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할 사고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에게 의존하는 시기를 거치게 된다. 부모에게는 어느 정도 의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장하면서 자기 생각이나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혼자서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는 부모와 같이 있을 때는 별문제는 없지만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게 되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해 또래 관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해 어렸을 때부터 의사결정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필요한 장난감을 구입해야 할 때 아이를 데리고 완구점에 가서 원하는 것을 직접 고르게 해보자. 이런 간단한 선택조차 해본 적이 없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무엇을 하고 놀 건지,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해주고 의사를 표시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가 판단하고 행동할 영역은 나이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세 살짜리 아이도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어린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순 없다. 그럴 때는 엄마가 나서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사춘기의 경우 자기주장이 확고해지고 더욱 명확한 의사표현을 하려고 한다. 부모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하고 부모의 지시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모는 갑작스러운 아이의 변화에 당황해 하며 아이와 충돌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이때 부모는 사춘기 자녀가 명백히 그릇된 의사결정을 해도 가능하면 독단적으로 막으려고만 해선 안 된다.
 
사춘기 아이에게 단순히 '안 된다',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반항심을 자극할 뿐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신의 의견과 명령이 거부당하더라도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아이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도록 들어줘야 한다. 그러면 말을 하는 과정에서 격앙된 감정이 가라앉아 자신의 행동이 지나쳤음을 인식하고 고치려 할 것이다.
 
말을 잘 듣던 아이가 갑작스럽게 반항을 하고 과격한 행동을 할 때에도 흥분은 금물이다.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야단치면 아이는 더 감정적으로만 대응하거나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아이의 논리적인 사고능력은 맹목적인 반항심에 휩싸여서 영원히 자기 안에서만 머물러 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에게 충분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스스로 오류를 잡아나가고 일관성 있는 논리를 정립해가도록 도와야 한다.
 
문 교수는 "부모에게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또 합리적인 피드백을 받다 보면 아이는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의사결정을 신중히 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가 자기 힘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부모는 충분히 기다려줘야 한다. 만약 아이가 신중한 성격이서 결정을 내리는 데 오래 걸리거나 어떤 문제를 다른 사람과 토론하느라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부모가 중간에 끼어들어 대신 결정해주지 말아야 한다. 다만 아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때까지 참고가 될 만한 경험을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 이야기해주면 된다.
 
예를 들면 학교에 가는 아이가 여름에 부츠를 신고 간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절대로 안 된다고 하고 다른 신발을 신겨서 보내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 상황에서 학교 에 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따라서 왜 겨울용 부츠를 신고 나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여름에는 샌들을 신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아이가 자기 고집대로 부츠를 신고 가겠다고 한다면 허락해주는 것도 좋다. 부츠를 여름에 신으면 발에 땀이 나서 고생을 한다거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다음부터는 자신의 고집대로 하지 않고 심사숙고해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부모의 요구가 납득이 안 되면 따지고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는 아이와 말다툼을 피하고 한발 물러서서 아이가 차분히 자신의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자립을 키워주기를 원한다면 부모가 나서서 아이의 대변인이나 해결사가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아이가 아직 어릴 때는 부모가 옆에서 많은 것을 챙겨줘야겠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부모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이때는 아이의 선택과 결정에 조언을 해주는 역할만으로도 충분하며 그 이상 개입하는 것은 간섭일 뿐이다.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도 때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아이가 선택을 잘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가를 한번 생각해보고 그 결과가 아이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 갈 때 평소에는 버스를 타고 갔는데 걸어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군다나 비까지 오는데 말이다. 그럴 때는 무조건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고 강요하기 보다는 아이의 요구를 수락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옷과 신발이 젖고 날씨가 추우면 아이가 감기에 걸릴 수 있다. 감기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아이에게 학교에 걸어가도록 허락해줘도 괜찮다. 단 아이가 한 선택이 한심해 보여도 핀잔을 주거나 놀리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나쁘게 평가하면 자신감을 잃고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의심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의 결정이 좀 엉뚱한 면이 있더라도 가능하면 진지하게 받아주어야 한다.
 
비록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아이는 이런 경험을 통해 좀 더 신중을 기해 선택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또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주도적으로 그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상상력과 창의력까지 기를 수 있다.
 
엄마와 아이가 장난감을 통해 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아이챌린지 제공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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