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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이제는 새 희망을 일굴 때이다

2017-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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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을 선포하라”, “군대여 일어나라”.
작년 12월 31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송화영태' 즉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이한다'는 집회에서 나온 구호다. 명백한 내란선동이다. 여기선 또 대형 성조기를 다 같이 잡고 흔들면서 "탄핵무효"를 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다. ‘정치 검찰’ ‘불법 국회’를 주장하며, “최후의 보루 황교안을 사수하자”는 현수막 앞엔 어김없이 군복 차림의 노병들이 보였다. 이렇게 박근혜의 몰락에 악을 쓰며 저항하는 이들에게 김진태는 ‘차기 대통령’이고 손석희는 ‘조작의 달인’일 뿐이다.
 
새해 첫 날,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를 자청한 대통령은 여전히 세월호 7시간에 대하여 무엇을 했다고 말하기보다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그의 말은 여전히 앞뒤가 없고, 주어와 목적어가 방황하며 난삽한 부사어가 춤을 추었다. 미용시술은 부인하면서도 올림머리 손질에 대하여는 여전히 답이 없다. 분별없는 기자들은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청와대의 요구에 순응하여 카메라도 노트북도 없이 그와의 한담을 유지하는데 급급했다.
 
“몰랐다” “엮였다”는 말에서 보듯,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는 어디에도 없다. 결국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받을 평가는 여전히 ‘시대착오적’이라는 것뿐, 아무런 울림도 남기지 못한다. 더구나 탄핵심판이 진행되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임에도, 또다시 헌법을 어긴 채 공적 자산과 인력을 활용하여 자신의 잘못을 가리려는 언론플레이를 감행했다는 점에서 그 과오가 더 보태어질 뿐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난파하며 표류 중인 새누리당은 "반드시 진실이 어둠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화답했다.
 
독재와 굴종의 추억은 이토록 질기고 뿌리 깊다. 평생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공안검사로서 살아온 자부심을 지녔다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렇듯 공공연히 아스팔트 위에서 벌어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을 보고도 아무런 의견이 없다. 김정일에게 보낸 박근혜의 서신을 두고 ‘박사모’ 게시판이 너무도 극명히 보여준 맹목적 확증편향과 앞뒤 없는 상황논리는 도무지 민주 헌정의 파괴라는 현실 앞에서도 달라지거나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반민주가 기생하는 토양은 망각과 무지, 그리고 민주적 토론과 감시의 부재에 있다. 비슷한 교육과정과 경력을 지닌 특검과 검찰의 수사과정은 왜 저토록 다른 것이며, 정권 찬양에 여념이 없던 언론이 왜 저토록 앞을 다투어 정권 물어뜯기에 나서는지도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검찰과 언론만 살아있었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다는 지적은 그래서 저들에게 더 아파야 한다.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을 어떻게든 덮으려던 권력자의 거짓말은 끝이 없었다. 상황을 모면하려 개헌을 꺼냈다가 외부 태블릿에 담긴 각종 기밀과 연설문이 드러나자 거짓 담화로 일관하더니, 총리 황교안에게는 문자메시지로 해임을 통보하고 야권 출신 김병준을 총리로 지명하는 꼼수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 했으나 결국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전임’ 총리는 부활하여 일약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
 
여당은 어땠나.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우병우, 사드, 공수처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소속 의원 전원이 퇴장하며 고성을 지르고, 정진석 원내대표를 필두로 의장의 이름을 빗대어 ‘악성균이자 테러균’이라는 갖은 막말을 퍼붓던 게 불과 넉 달 전이다. 의장실을 점거하고 의장에 대한 삿대질을 서슴지 않던 주역은 오늘날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으로 우병우의 비뚤어진 자세를 질타하고, 초선 의원 시절 유모차를 밀고 시위에 나선 엄마들에게 갖은 모욕과 막말을 일삼던 의원은 이제 스스로 국조 스타를 자임하며 증인들을 질타한다.
 
이토록 어지럽던 한 해가 갔다. 그렇게 구악은 무너져가고,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의리도 양심도 철학도 도덕도 탐욕과 이권 앞에 다 팽개쳐버린 저 자칭 엘리트들의 몰락과 배신, 억지와 거짓을 보며 촛불 시민들이 새로운 희망을 일구어야 할 때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으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나 더, 세월호 참사는 진상 규명 없이 1천일이 되고 YTN 해직사태는 벌써 3천일을 넘겼다. 우리는 결코 잊지 않는다.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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