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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대법관 "사법부 공정성 위기, 재판으로 극복해야"

조희대 대법관 후임으로 취임…코로나19 확산에 취임식 생략

2020-03-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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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노태악 신임 대법관이 4일 "사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이상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재판 절차를 통해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취임사에서 노 대법관은 "재판의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를 침해하려는 내외부의 시도를 과감하게 배척하며,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에 근거한, 예측 가능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관 임명 과정을 거치면서 법원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차갑고, 재판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며 "그만큼 법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또 법관의 역할과 책임은 얼마나 막중한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법관은 법관 언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판결은 오랫동안 끌고 온 소송당사자 간의 분쟁에 대한 결론이나, 그 최종 결론 못지않게 그에 이르는 절차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분쟁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정에서의 충실한 심리와 재판 절차 안팎에서 법관들의 언행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이렇게 내린 결론에 대해 패소한 당사자도 자신은 비록 달리 생각하지만, 재판부의 결론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받아낼 수 있어야 한다"며 "불가능한 이상론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정직한 목소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독일의 존경받는 법철학자 라드브루흐는 '법이란 이상적인 가치에 봉사하는 의미를 가진 현실'이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 대법관은 "때로는 우리가 내린 판결이 당사자 간 분쟁에 대한 결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며 "우리는 판결을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확인하고, 사회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예측 가능한 법적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른 시대의 요청 또한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로마의 법학자 첼수스는 '법이란 선과 공정, 즉 옳음과 형평의 예술'이라고 했다. 사도법관으로 알려진 김홍섭 판사님은 어느 법관의 심정이란 글에서 '좋은 법관이기 이전에 또는 그와 동시에 친절하고 성실한 인간이 되고 싶다'라고 하셨다"며 "6년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새기고 또 새기겠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에서 출생해 한양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노 대법관은 지난 1990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서울고법 부장판사까지 약 30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했다. 탁월한 법이론에 바탕을 두고 논리를 전개하면서도 당사자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재판 절차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이날 노 대법관의 취임식은 열리지 않았다. 지난 3일 전임 조희대 대법관의 퇴임식도 같은 이유로 취소됐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조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난 1월20일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다. 국회는 지난달 19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개최한 후 26일 본회의를 열어 노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총 투표수 245표 중 찬성 199표, 반대 32표, 기권 14표로 가결했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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