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70세 사망법안 부결, 행복법안 가결
입력 : 2018-10-10 06:00:00 수정 : 2018-10-10 06:00:00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됐다. 앞으로 2년 후, 일본에 있는 70세 이상 노인들은 생일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단다. 법안이 통과되자 일본 각계각층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다. 젊은 세대들은 주로 '찬성'이다. 취업난에 허덕이고, 삶이 팍팍해 져가는 상황에서 노인들 부양까지는 너무 지친다는 것이다. 반면 죽음을 앞둔 '노인'들은 필사적이다. 지금까지 힘들게 살았는데 허무하게 죽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키야 미우의 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 속 일본 사회는 노인은 노인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대로 서로 다른 입장이 대립하며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일본이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현대판 고려장' 법안을 통과시킨 데는 '끔찍한' 고령화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노인인구 증가와 간병 부담, 연금재정 파탄, 생산인구 감소, 청년실업, 노인요양 문제 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뿐 아니다. 한국은 더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111일 기준으로 고령사회가 됐고, 일본은 2018년 초고령사회가 심화됐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7115000명에 달해 전체 인구 5142만명의 14.2%를 차지했다. 일본은 3557만명으로 전체인구 12642만명의 28.1%. 유엔 분류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심각한 초고령·저출산 사회에 대한 해법으로 소설속 총리는 70세에 죽어야만 하는 현대판 고려장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그의 해법은 극단적인 게 아니었다. 모든 계층들이 '공생'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기 위한 '빅 피쳐'였다. 70세 사망법안 시행을 1년 앞둔 날, 총리가 돌연 '폐지선언'을 한다. 1년간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었고, 노인들 중심으로 기부 제도가 확립되면서 재정악화 여건이 나아지고, 정책의 방향성을 확실히 잡을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이면법안'이 있다는 소문이 노인들 중심으로 돌면서 무료봉사를 등록하거나, 연금을 받지 않는 다든가, 의료를 전액 자비로 지불한다는 등 노인들이 하나 둘 씩 함께 살아 나갈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법으로 제정하는 등 사회복지를 두텁게 해, 오래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한다.
 
너무나 황당한 듯한 70세 사망법안 덕분에 국민들이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하게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극단적 해법을 찾기 전에 사회안정망 강화에 힘써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지속, 저성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어떤가.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적립기금, 국민건강보험 등의 고갈이 코 앞으로 다가오는 등 복지체계가 곳곳에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지금까지 보면 우리나라는 변변한 복지 제도도 없는 최장시간 노동 사회에서 개인이 그 책임을 오롯이 감당해왔다. 이제 연금, 복지, 일자리, 주거, 육아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복지'체계를 구축해 나가길 바란다. 항상 '복지'와 관련해서는 각 계층의 불협화음이 일기 마련이지만 오래사는 것이 진심으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조금 더 과감한 정책을 펼쳐나갈 수 있길 바란다.
 
김하늬 정경부 기자(hani4879@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하늬

적확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