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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나 남았다" 대 "민심은 떠났다"…관건은 '대통령실 관계 재정립'
국힘, 초선·원로 연쇄 회동…당 수습 '안간힘'
상임고문단 "총선 참패 원인은 불통" 일침
근본 원인 '수직적 당정관계' 극복이 관건
2024-04-17 17:39:56 2024-04-17 18:24:0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17일 초선 지역구 당선인들과 당 원로들과의 간담회를 연달아 갖고 당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수렴했습니다. 앞서 4선 이상 중진 당선인 간담회와 전체 당선인 총회를 잇따라 가졌지만, 원론적인 선언에 그치며 '통렬한 반성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초선 당선인들과 당 원로들은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습니다. 총선 참패에 따른 위기 의식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잇따른 가운데, 수직적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초선 당선인 "삼성이면 벌써 TF"…당 원로도 '쓴소리'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초선 당선인들과 약 1시간20여분간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간담회에는 박성훈·신동욱·고동진·김상욱·박수민·우재준·이상휘·임종득·정성국·정연욱·조지연·서명옥·최은석·김종양 당선인 등 총 14명이 참석했습니다.
 
초선 당선인들은 지도부에 쓴소리를 뱉어냈습니다. 서울 강남병에서 당선된 삼성전자 사장 출신 고동진 당선인은 "(총선 백서를) 철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체질이었으면 아마 오늘 같은 날은 벌써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 막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 사람들은 그런 것 같지가 않다. 고려할 게 많은 것 같다"며 "개인이 다 입법기관이다. 느낌이 (논의가) 쉽지가 않겠다"고 했습니다.
 
부산 부산진갑에서 당선된 정성국 당선인은 "4050 세대에 대해 국민의힘이 취약한 부분을 다 알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그분들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라며 "그분들도 때가 되면 연령대가 올라가지 않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 더 세밀하게 대책을 세워야 하고 이분들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는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윤 권한대행은 곧바로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과의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당 원로들은 이번 총선에서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을 꼽으며 대통령을 향해 "바뀌어야 한다"고 작심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정의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은 "이번 참패 원인은 대통령의 불통, 당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지적하면서 "한발 늦은 판단,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독선적 모습이 막판 표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확실히 바뀌어야 하고 당도 유능해져야 한다"고 직격하며 "더이상 대통령만 쳐다보는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 직언을 해야할 때는 직언하는 당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유준상 상임고문 역시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이후 전체 언론이 일관적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불통의 이미지라고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주해서 국민 앞에 당당하게 기죽지 말고, 그때 그때마다 기자회견을 해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소통이 문제"…'수직적 당정관계' 탈피 과제 
 
총선 참패로 위기에 빠진 여당은 연일 당 수습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근본적 원인과 해법으로는 수직적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꼽힙니다. '정권심판론'이 화두였던 총선 결과에 대한 심각성은 인지하면서도 정작 쇄신이나 반성의 목소리는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관건은 당의 체제 정비 과정에서 '당정 간 소통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게 당내 중론인데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지적돼온 수직적 당정관계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이어 올해 4·10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입니다. 
 
때문에 전날 진행된 당선자 총회에서도 '당정 소통'이 주요 과제로 제기됐고, 이날 정 상임고문단 회장의 "대통령만 쳐다보는 정당이 돼서는 안 된다"라는 일침이 나온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총선 패배의 원인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지난 10일 출구조사 발표 직후 발언을 보면 여당의 고질적 문제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김 전 비대위원은 "돌고 돌아서 같은 문제인데, 결국은 소통의 문제다. 항상 모든 것에 금기어가 있더라"라고 언급하며 수직적 당정 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나왔다'는 질문에 "결국은 수직적 당정 관계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에서 민심과 다른 결정이나 인사를 하게 될 때, 그 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사람을 추천하는 게 당의 역할이다. 그렇게 하면 양쪽 다 올라가는 것인데 그런 것을 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초선 지역구 당선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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