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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공모' 김경수, 이번주 2심 선고…새 증거 자료 판단 주목
킹크랩 개발자 노트북서 1심 판결과 다른 문서 발견
수행비서 구글 타임라인·닭갈비집 사장 증언도 추가
2020-11-01 09:00:00 2020-11-01 10:38:24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필명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이번 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주요 사실관계가 재판부 판단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심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던 내용과는 다른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도 나오면서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오는 6일 오후 2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11월9일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경수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일명 '산채'로 불린 느릅나무출판사는 김씨가 운영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사무실로 사용된 장소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김 지사가 시연을 보고 킹크랩 개발을 지시했다고 결론 내려 기소했으며, 1심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씨가 김 지사에게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을 시연한 후 개발의 승인 내지는 동의를 받고 착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킹크랩 개발이라면 1개의 아이디만 이용해서 개발하면 되는데, 3개의 아이디를 이용해 개발한 것은 김 지사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연용 프로토타입을 별도로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일 3개의 아이디를 사용한 로그 기록을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
 
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김 지사의 변호인단은 필명 '둘리' 우모씨와 함께 킹크랩을 개발했던 개발자 '트렐로' 강모씨의 노트북(맥북)에서 킹크랩 개발 과정이 담긴 다수의 문서를 포렌식 과정을 통해 찾아내 특검의 주장, 1심 판단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디지털 자료는 1심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으며, 강씨의 노트북은 2심 절차에 들어서고 나서야 비밀번호가 풀려 증거로 채택됐다.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특검이 주장하듯이 2016년 11월9일 김 지사에게 시연한 후 킹크랩 개발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2016년 10월16일부터 김씨의 지시에 따라 우씨와 강씨는 킹크랩 개발에 착수했다"며 "자신들이 세운 계획에 맞춰 킹크랩 개발이 진행됐을 뿐 김 지사에게 시연하기 위한 별도의 프로토타입 개발은 없었다"고 밝혔다.
 
강씨의 노트북에는 2016년 10월30일 회의 내용을 담은 '더미데이터_1030.txt'란 문서가 발견됐고, 이 문서에 따른 우씨의 개발 테스트 과정의 로그 기록은 그해 11월4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씨는 이에 대해 "11월4일 이전에는 1개의 아이디로 개발 작업을 하다가 김 지사에게 시연하기 위해 기존 프로그램 개발을 중단하고, 11월4일부터 3개의 아이디로 시연용 프로토타입 앱을 별도로 개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강씨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또 다른 문서인 '시나리오관련의견서_1020.docx'에는 이미 10월20일부터 3개의 아이디로 이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테스트할 계획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내용은 '더미데이터_1030.txt'에 명확히 정리돼 있다.
 
김 지사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과 닭갈비 영수증, 닭갈비식당 사장의 증언도 항소심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한 당일 김 지사의 식사 여부는 결정적인 판단의 근거가 된다. 특검은 네이버 로그 기록이 오후 8시7분부터 23분까지 돼 있고, 이 시간은 오후 8시7분부터 약 2분~3분간 시연이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만일 이 시간 김 지사가 식사를 했다면 시연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수행비서의 타임라인에 따르면 수행비서는 당일 차량으로 여의도에서 파주로 이동해 김 지사를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은 오후 6시50분쯤 경공모 사무실에 내려줬고, 오후 9시15분쯤 김 지사를 태우고 경공모 사무실을 떠났다. 만일 김 지사가 식사를 했다면 대략 7시40분에서 8시 사이 간담회를 진행한 후 시연을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당일 간담회가 1시간 정도 걸렸다는 것은 모두가 일치하는 진술이고, 그러면 간담회 도중 시연을 한 것이 되면서 따로 시연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또 지난 6월22일 18차 항소심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닭갈비식당 홍모 사장은 "닭갈비 영수증에 찍힌 테이블 번호 25번은 가공의 테이블 번호로 포장 판매할 때 쓰는 번호다. 총 23인분 정도 포장해드렸다"며 "포장해 간 사람들이 단골손님이라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김씨가 부인과 나눈 텔레그램 대화에는 당일 "닭갈비를 사 와서 대접할 예정"이란 내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 지사는 김씨 등과 공모해 지난 2016년 11월 무렵부터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김 지사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2심 재판부의 보석 결정으로 지난 4월 풀려난 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지난달 3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동남권 메가시티와 지역주도형 뉴딜'을 주제로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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