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헬스잡학사전)이유 없이 지속되는 가슴 통증, 범인은 '폐동맥 고혈압'
일반 고혈압과는 다른 희귀질환…평균 진단 기간 1.5년, 늦으면 예후 나빠
2020-11-08 06:00:00 2020-11-08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연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장기화에 야외활동이 줄어들고 신체 활동량이 자연히 줄어듦에 따라 체중 증가나 만성피로, 두통 등 몸의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해당 경우 길어진 자가격리 생활에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신체변화를 겪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한다. 만성피로나 두통 역시 단순히 답답함을 원인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호흡곤란과 만성피로감, 여기에 계단을 오르거나 가벼운 움직임에도 흉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폐동맥 고혈압'을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름도 생소한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고혈압과는 달리 희귀질환으로 분류된다. 심장에서 혈액이 뿜어져 나가는 혈관의 혈압이 상승하는 일반 고혈압과 달리,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으로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40대 후반 여성에서 호발하며 유전성이 강해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있는 경우 가족의 60~80%가 잠재적 환자로 분류된다.
 
원발성 폐동맥 고혈압은 뚜렷한 발병원인이 없거나, 유전적인 요인이나 선천성 심장 질환, 자가면역 질환 등으로 폐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상승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를 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심부전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일반적인 검진이나 이학적 검사로 발견하기 어렵고 유병율이 낮아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평균적으로 진단 받기 까지 1.5년이 걸린다. 국내만 해도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폐고혈압 환자의 2~3% 정도로 집계되지만, 실제 치료 환자는 추정 환자 대비 3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빈혈이나 심장질환 등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어렵지만, 진단 후 올바른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생존기간이 3년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아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으로 꼽힌다. 
 
이숙진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은 "폐동맥 고혈압의 대표 증상은 빈혈, 폐질환 등과 유사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질환을 인지하기 어렵고, 증상만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다"라며 "실제로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일반적인 흉부 엑스레이나 폐기능검사 등에서 모두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평소 이유 없이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 몸의 이상 증상이 눈에 띌 정도로 계속된다면 심장전문병원을 방문해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다행히 폐동맥 고혈압도 다른 심혈관 질환처럼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관리를 하면서 지낼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 미국, 한국 등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조기에 진단돼 치료를 시작한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약 3배 이상 높아졌다. 또 최근에는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경구용 치료제로 충분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
 
이숙진 과장은 "불과 10년전 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폐동맥 고혈압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극히 적었던 반면, 최근에는 다양한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단독 또는 병용 요법으로 적극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 질환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꾸준하게 치료를 이어 나간다면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호흡곤란과 만성피로감, 여기에 계단을 오르거나 가벼운 움직임에도 흉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폐동맥 고혈압'을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