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못생김’으로 이렇게 큰 인기를 끄는 배우라면 분명 단언컨대 우리가 모르는 어떤 다른 매력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그 매력에 취해 ‘못생김’에 끌려왔다면 이 배우, 정말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 국내 최고 흥행 메이커이자 배우들의 ‘워너비’ 연출자 0순위에 꼽히는 최동훈 감독은 이 배우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배시시 웃는 매력’ ‘웃는 게 진짜 해맑다’ ‘그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호기심을 부여하고 싶었다’ 등. 그래서 떠올려 봤다. 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응답하라 1988’을 보면 무표정하고 뚱한 표정이지만 가끔씩 배시시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묘한 매력, 아마 이 모습을 보고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다른 필모그래피에서도 여전했다. 그의 꾸밈없는 모습. 언제나 극 자체에 스며드는 캐릭터 소화력 때문에 그의 ‘배시시’를 단 한 번도 눈 여겨 본 적이 없었다. 최동훈 감독이 기획한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특급 대작 ‘외계+인’ 속 고려 말 얼치기 도사 ‘무륵’. 상상을 해보니 지금의 류준열과 비슷할 것 같은 구석이 있을 것 같단 생각이다. ‘무륵’이란 상상 속 인물을 본적은 없다. 하지만 ‘얼치기’란 단어를 떠올리니 왠지 모르게 이 배우의 ‘배시시’와 꽤 잘 어울릴 것 같단 느낌이다. 배우 류준열에 대한 얘기다.
배우 류준열.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류준열은 무명 생활 이후 드라마 ‘응팔’로 벼락스타가 된 케이스다. 하지만 ‘벼락’도 ‘벼락’ 나름이다. 탄탄한 연기력과 ‘배우’란 직업에 대한 진정성과 진심이 항상 녹아있던 류준열이다. 그의 넋살과 성격 좋은 면모는 업계는 물론 팬들조차 너무 잘 아는 사실. 그런 그의 근면 성실함이 오늘의 류준열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최동훈 감독 신작 캐스팅 소식은 주변은 물론 지금의 류준열조차 깜짝 놀라게 했다.
“신인 때 소속사 대표님과 이런 저런 애기를 하다가 막연하게 ‘최동훈 감독님과 꼭 작업해 보는 게 배우로서 소망이다’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외계+인’ 제안이 왔는데 전 몰랐죠. 근데 대표님이 ‘너 예전에 했던 얘기 기억하냐’라고 하시면서 ‘너 소망 이루게 됐다’라고 하시길래 뭐지 싶었는데 보니 최동훈 감독님 신작이었어요. 그것도 제가 주인공이요. 그때 온 몸에 전율이 오더라고요(웃음).”
어느 누가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최동훈 감독은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살리는 스토리 라인에 강점을 둔 연출자다. 또한 거기에 재미까지 보장한다. 그러다 보니 관객은 물론 배우들도 그의 작품에 앞다퉈 출연하고 싶어할 정도다. 류준열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도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고 꼽으며 자신을 선택한 최동훈 감독의 속내가 이렇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배우 류준열.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저 진짜 ‘범죄의 재구성’을 가장 좋아해요. 전 기본적으로 영화는 편하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봐야 한다는 게 지론인데, 최동훈 감독의 영화가 전부 그렇잖아요.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대자면 가장 부합되는 연출자 중 한 분이 최동훈 감독님 이세요. 그리고 감독님이 제가 되게 차가운 이미지인줄 아셨데요(웃음). 근데 실제로 보니 딱 ‘무륵’이라고 하셔서 너무 좋았죠. 캐스팅 안될까 봐 진짜 걱정 많이 했거든요.”
류준열이 맡은 인물은 고려 시대 현상금 사냥꾼이자 ‘얼치기’ 도사 ‘무륵’. 얼치기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약간 기술적으로 모자란 듯한 도사 직전의 도술꾼 정도. 천방지축 해맑은 느낌의 류준열에겐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배역도 없을 듯할 정도다. 참고로 최동훈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도사’ 소재는 이미 ‘전우치’를 통해 한 번 대중들과 만난 적이 있다. 류준열은 이를 염두하고 차별성을 둬야 할 듯했다.
“우선 ‘전우치’는 생각도 안 했어요. 예전에 학교에서 과제 때문에 ‘전우치’를 본 적은 많은 데 이번 ‘외계+인’ 때문에 본 적은 없어요. 다만 강동원 선배와 개인적으로 잘 알아서 통화를 하면서 ‘최동훈 감독님과 작업할 때는 이런 걸 중점적으로 하고…’ 등의 코치를 받은 적은 있죠. 뭐 별다른 코치는 없으셨어요(웃음). 그냥 무륵을 뭐랄까. 굉장히 잘난 척하는 인물이지만 스스로 자괴감도 많은 인물. 그런데 그걸 굉장히 유쾌하게 풀어내려 노력했었죠.”
배우 류준열.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류준열은 데뷔 이후 첫 사극을 이번 ‘외계+인’에서 경험했다. 하지만 ‘외계+인’을 사극이라고 말하기엔 또 애매한 점이 많다. 우선 시대적 배경은 2022년 현재와 1380년 후반쯤 고려 말이다. 류준열이 연기한 ‘무륵’은 두 시간대 가운데 고려 말에 등장한다. 일반적인 사극의 말투를 기대해야 하지만 그냥 현대극의 어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류준열은 사실 이 부분을 제일 고민했었다고.
“저 진짜 그게 정말 고민 많았어요. 근데 감독님이 너무 간단하게 정리해 주셨어요(웃음). 촬영 직전까지 진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랬는데, 감독님께서 ‘그냥 편하게 합시다’라고 하셔서 모든 게 해결됐었습니다. 하하하. 넓게 보면 SF장르로 볼 수 있는데 현대가 시간적 배경으로도 나오고 그래서 말투도 편하게 하라고 하신 것 같았어요. 관람 타깃도 굉장히 폭이 넓었고. 저나 감독님 모두 이견은 없었습니다.”
‘얼치기’란 단어답게 류준열의 ‘무륵’은 극 초반에는 코미디에 가까운 이미지로 등장한다. 하지만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액션 수위도 상당하다. 도술이 기반으로 된 액션이기에 모든 장면에서 ‘와이어’는 필수였다. 류준열은 역대 출연작 가운데 이렇게 와이어를 많이 타본 작품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배우 류준열.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에선 몸을 얼마나 자유롭게 쓰느냐가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춤을 배워보란 제작진의 권유도 있었는데 그건 좀 그랬죠(웃음) 그래서 비슷한 쪽인 기계체조를 배웠어요. 김태리의 권유도 있었고. 근데 촬영에 들어가니 정말 기계체조를 배운 게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몸의 중심을 잡는 거라든지 안전에 대한 부분도 한층 더 저 스스로가 믿음을 갖게 됐었어요. 그렇게 와이어를 많이 탔는데 발 한 번 접질리지도 않았었으니.”
하지만 그렇게 편하고 몸에 익숙한 와이어 촬영도 무려 1년이 넘는 촬영 기간 동안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곤욕스러웠던 순간으로 다가온 적도 있었다고. 너무 추운 날은 정말 고통에 비명을 지를 정도로 힘이 들었다고. 반면 너무도 더웠던 촬영 날에는 현기증이 나서 쓰러질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려 기진맥진할 정도였단다.
“제가 추위나 더위를 그렇게 많이 안타요. 근데 추운 날 와이어를 타는 데 너무 추워서(웃음) 옷의 태가 나게 하려고 많이 껴 입지도 못했어요. 반면 극중 ‘밀본’ 내부에서의 촬영 때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할 정도로 더웠어요.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제가 땀도 잘 안 흘려요. 근데 그날 촬영하면서 3~4겹으로 이뤄진 의상과 속옷만 5번 이상을 갈아 입었던 것 같아요. 그때 진짜 체중이 한 5kg 이상은 빠졌었으니.”
배우 류준열.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외계+인’은 1부가 올해 개봉하고 내년에 2부가 개봉한다. 1부는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얘기다. 그리고 2부가 과거에서 다시 현재로 오는 얘기로 구성돼 있단다. 1부가 모든 인물들의 관계 그리고 인물간에 얽힌 사건을 설명하는 단계였다면 2부에선 모든 게 진행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아 냈다고 기대해 달란 말을 빼놓지 않았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는 타임라인이 약간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사실 ‘외계+인’은 1부 한 편으로만은 뭔가를 논할 수도 없고 접근한다는 것도 힘들죠. 감독님 영화를 보면 얘기를 막 펼쳐 놓으시고 나중에 그걸 하나 둘 정리해서 수습하는 스타일이시잖아요. 1부가 이제 수 많은 걸 막 펼쳐 놨다고 보시면 되요. 2부에서 그 펼쳐 놓은 걸 하나하나 담아가면서 정리가 될 겁니다. 진짜 2부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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