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기록적 폭염에 냉방기 주가도 ‘핫뜨거’
캐리어부터 파세코까지 더위 타고 급등
온실가스 규제 따른 교체 수요 기대
발빠른 투자자, 난방기기로 이동…IRA법 수혜도
2025-07-12 06:00:00 2025-07-12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기록적 폭염에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사이 에어컨을 만드는 기업들의 주가도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생긴 이상기후는 여름 한 철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어서 겨울 혹한으로 미리 시선을 돌린 투자자도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환경규제가 예고돼 있다는 점도 냉난방기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폭염에 작년 신고가 갱신 도전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캐리어 글로벌(종목기호 CARR) 주가는 1.46% 오른 7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지난 4월8일 55.37달러로 연중 저점을 찍은 후 40% 가까이 오르며 3개월 만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캐리어가 2020년 4월에 상장한 이후 최고가 기록이었던 작년 10월14일 종가 81.91달러를 향해 다시 달려가고 있습니다.
 
캐리어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캐리어 에어컨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냉난방기와 환기 장치, 냉장 설비부터 보안, 빌딩 자동화기술 서비스, 냉동제품 운송과 콜드체인, 모니터링, 서비스 솔루션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정용 에어컨도 많이 보이지만 빌딩의 전체 공조를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안정적인 사업을 통해 매년 꾸준히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데요. 올 1분기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5개 비핵심 사업부를 매각한 후 핵심 사업인 난방, 환기, 공조, 냉방 등에 집중한 덕분입니다. 여기에 폭염까지 덮쳐 그 영향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캐리어처럼 빌딩 내 냉난방과 공조 서비스 사업을 영위하는 레녹스인터내셔널(LII) 주가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2년간 눈부신 상승세를 기록한 후 지난해 11월 674달러로 고점을 찍고 올해 500달러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다시 반등해 현재 617달러까지 올라선 상태입니다.
 
허니웰(HON)은 자동제어기기를 주로 생산하는 기업이지만 온도조절기, 제습기, 공기청정기 사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혔으며, 파트너사가 만드는 냉난방기 등에도 허니웰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간접적으로 발을 걸쳐놓고 있습니다. 허니웰의 경우엔 이달 들어 240달러를 넘어서며 지난해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글로벌 기업들 외에 국내에서도 창문형 에어컨을 만드는 파세코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반짝 상승을 기록했는데요. 실적은 매우 부진해 2년 연속 적자 늪에 빠져 있습니다. 올 1분기도 적자입니다. LG전자, 삼성전자 역시 에어컨을 만들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냉난방 사업으로 의미 있는 수혜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저GWP 냉매 사용…장기 전망 밝아
 
냉난방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주목하는 배경엔 올여름 폭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이상기후와, 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환경규제가 냉난방 업체들의 실적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냉난방기 업체들은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냉매 사용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냉방기에 사용 중인 불소계 냉매(HCFC, HFC)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저GWP 냉매 사용을 의무화하고 시기별로 적용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저GWP 냉매 확산을 위한 규제가 예고돼 있습니다. 기존의 HCFC 냉매는 2030년부터 규제가 시작돼 기존 냉난방 장비의 보충용 냉매를 제외하고 전면 사용이 중단됩니다. HFC 냉매는 2023년부터 이미 규제가 시작돼 오는 2045년까지 80%를 감축해야 합니다. 콜드체인 업계는 저GWP 냉매 사용을 위해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조달하든 정부가 지원 규모를 늘리든 산업용, 상업용, 자동차용, 가정용 등 모든 냉난방기에 쓰이는 냉매는 저GWP, 자연계 냉매(암모니아계, 이산화탄소계) 등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속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주요국 대부분이 이런 방향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핵심은 기존의 냉난방기에서 냉매만 저GWP로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저GWP 냉매에서 제기능을 발휘하는 부품과 설비 등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냉방기를 통째로 교체하는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에 따라 에어컨, 난방기 등 기기를 제조하는 업체 외에도 특수가스를 만드는 기업들이 수혜를 누릴 전망입니다. 케무어스(CC)는 코팅, 플라스틱, 냉동 공조, 반도체소재, 석유가스 산업에 필요한 특수 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와츠코(WSO)는 북미지역 냉난방기를 유통하는 업체로 역시 저GWP 냉매 사용 의무화가 매출 증가의 기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일본의 다이킨공업(6367)은 주거용, 상업용, 선박용 등에 필요한 다양한 종류의 에어컨을 만드는데, 여기에 필요한 가스도 함께 제조해 냉난방기기 전문회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가정용 에어컨 대량 생산을 시작해 이달 중에 현지 판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이들은 캐리어만큼 주가가 급등하진 않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반등을 재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이상기후가 여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난방기기 업체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히트펌프 보조금이 지급돼 냉난방 업계들의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 대부분이 냉방기와 난방기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국내 보일러 업체들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동나비엔은 미국 가스형 순간식 온수기 시장에서 일본 린나이(33%)를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하반기 중엔 히트펌프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난방기 전문에서 HVAC(난방·환기·공조) 시장으로 도약을 노리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