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블랙의 신부’ 김희선 “실제 나라면 진유희 머리채부터 잡았죠”
“OTT 경험해 보고 싶다 생각하던 시기, 흔히 볼 수 없던 소재 끌려”
“시청자 입장 오랜만에 욕하며 짜릿한 통쾌함 느낄 기회 가져볼 것”
2022-07-22 01:00:03 2022-07-22 01:00: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 우스갯소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의 신부를 본 뒤 온라인에 올라온 감상평 가운데 하나다. ‘김희선과 사는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바람을 피우냐라고. 김희선 역시 이런 감상평에 박장대소를 하면서 나름의 해석을 던진다. 해석 여지에 따라선 분명 논란이란 꼬리표를 달고 올 수 있었지만 김희선이란 이름 석자에 담긴 솔직함은 필터링이란 부분을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게 만들 뿐이었다. 그는 사람이 밥만 먹고 어떻게 사냐며 다시 한 번 파안대소를 했다. 본인에 대한 분명한 칭찬이고 또 관심이기에 웃고 넘어갈 얘기를 김희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한때 X세대의 상징으로 불린 적도 있었다. 또한 원조 컴퓨터 미인황신혜를 넘어선 조각 미녀로 여전히 대체 불가 존재감을 자랑한다. 40대 중반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김희선은 여전히 한 미모를 자랑했다. 오죽하면 블랙의 신부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뒤 온라인에 앞서 소개한 시청 소감이 올라왔겠나. 올해로 데뷔 29년 차를 맞이한 김희선과의 인터뷰는 그래서 가슴 떨리는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려주는 무언가를 느끼게 했다. 영원한 조각 미녀에서 블랙의 신부가 된 김희선의 소감은 이랬다.
 
배우 김희선. 사진=넷플릭스
 
블랙의 신부는 김희선이 데뷔 이후 첫 도전하는 OTT 오리지널 시리즈다. 내용은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최상류층 회원들을 관리하는 결혼정보회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복수와 야망 그리고 스캔들을 그린다. 김희선은 극중 남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하는 서혜승이란 인물을 연기했다. 데뷔 이후 가장 김희선과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의 캐릭터다.
 
우선 블랙의 신부 OTT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시기에 제안이 왔던 작품이에요. 한국 넷플릭스 작품 중 제 호기심을 당길 만한 작품이 없었는데 이 작품 제안이 왔던 거죠. 넷플릭스에서도 흔히 볼 수 없던 소재라 괜찮을 듯 했어요. 외국은 결혼정보회사가 없는 걸로 알아요. 지금 존재하는 대한민국 극소수의 삶을 외국에선 어떻게 볼까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이런 이유로 출연을 결정하고 대본을 봤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서혜승은 김희선을 기억하는 4050세대들에겐 가장 김희선답지 않은캐릭터로 느껴질 법했다. 우선 김희선은 그 동안 신세대 다운 당찬 매력과 할말은 하고 사는 당당한 이미지의 캐릭터들을 도 맡아왔었다. 그리고 실제 성격 역시 그랬다. 그래서인지 김희선은 촬영하면서 고구마 100는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느껴왔다고 웃는다.
 
배우 김희선. 사진=넷플릭스
 
와 진짜 제가 생각해도 서혜승 너~~~무 답답해요(웃음). 이걸 말할 기회가 없어서 그것도 답답했었어요. 하하하. 그래도 서혜승이 극중에서 지혜의 여신이란 닉네임을 달고 나오잖아요. 지혜의 여신처럼 큰 그림을 그린 거라고 생각하려고요. 결말의 사이다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그 전에 그렇게 고구마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보여줬나 봐요. 그래도 만약 제가 실제 서혜승이었다면 진유희를 보자마자 머리채부터 잡았죠(웃음).”
 
블랙의 신부는 넷플릭스 공개 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홈쇼핑에서 상품 판매 형식을 빌려서 드라마 내용을 소개하고 등장인물들을 공개했다. 홈쇼핑의 직관적인 면을 살린 드라마의 상품 판매 전시였다.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였다. 홈쇼핑으로 공개가 된 뒤 꽤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초반 사전 흥행 몰이 개념에서 본다면 상당히 높은 타율을 기록한 시도였던 셈이다. 김희선은 처음 이 방식을 크게 반대했었다고.
 
“(웃음)그거에 대해 제가 할 말이 있는데, 사실 홈쇼핑 홍보 제의가 들어왔었을 때 제가 가장 반대를 했었던 사람이에요. 배우들 중 제가 거의 최고참이었죠. 같이 하는 후배들한테 무슨 홈쇼핑이야 안돼하면서 진짜 제가 제일 반대했어요. 근데 실제 촬영날 제가 제일 열심히 했어요 하하하. 끝나고 나서 같이하던 후배들이 뭐냐고, 진짜 배신감 느낀다고 저한테 막 뭐라 그러고(웃음)”
 
배우 김희선. 사진=넷플릭스
 
극중 김희선이 연기한 서혜승을 사이에 두고 연적 관계로 등장하는 이현욱과 박훈은 이미 예전부터 연극 무대에서 함께 활동해 온 절친 사이란다. 워낙 친한 사이라 두 사람의 호흡은 최고였다고. 특별하게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현장에서의 호흡을 맞추는 사이였다며 김희선은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두 사람을 소개하며 박장대소를 했다.
 
우리끼린 현장에서 둘을 덤 앤 더머라고 불렀어요. 마지막 결혼 장면 찍을 때는 진짜 리허설 때 현욱이하고 훈이가 둘이 신랑 신부 역할을 하고 서 있기도 했었어요. 우리끼리 진짜 잘 어울린다고 놀리고(웃음). 그리고 지금 생각났는데 훈이가 되게 마음 씀씀이가 좋아요. 저 마지막 촬영 날 몰래 파주 세트장까지 왔는데, A4종이에 손글씨로 빽빽하게 써서 편지를 써왔더라고요. 나 그날 집에 가면서 차 안에서 그거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데(웃음)”
 
반면 극중 서혜승과 대립하는 인물인 진유희는 누가 봐도 얄밉고 표독스러운 이미지로 등장한다. 너무 심하게 서혜승을 몰아 부치는 모습에 시청자 입장에서도 진유희를 보면 입술을 앙다물게 만들 정도다. 하지만 극중이 아닌 실제에선 서혜승을 연기한 김희선과 진유희를 연기한 정유진이 너무 코드가 잘 맞아 소위 말하는 죽이 잘 맞았다고 한다.
 
배우 김희선. 사진=넷플릭스
 
서로 복수를 해야 하는 상대인데 실제로는 되게 성격적으로 저랑 잘 맞았어요. 특히 유진이랑 다니는 샵이 같아서 거의 매일 만나고 또 술도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마음에 들었죠(웃음). 그리고 저도 그렇고 유진이도 웃음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현장에서 되게 심각한 장면 찍을 때도 너무 웃어서 NG도 많이 났어요. 나중에는 장광 선생님한테 혼도 많이 났어요. ‘너흰 뭐가 그렇게 웃겨서 그러냐라고(웃음)”
 
블랙의 신부는 공개된 뒤 한국 넷플릭스 TV쇼 부문 2, 전 세계 8위를 차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김희선은 엄마가 된 이후 그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배우의 길을 걷고 있었다. 김희선 정도의 인지도와 존재감조차도 그 길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점차 시대가 바뀌어 가면서 플랫폼의 형태도 다양해 지고 있다. ‘블랙의 신부는 그런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듯했다.
 
배우 김희선. 사진=넷플릭스
 
제가 활동에 주력하던 시대가 1990년대에요.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여배우가 결혼하고 출산을 한 뒤 복귀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제한돼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제약이 많이 깨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점차 좋은 흐름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블랙의 신부가 그런 흐름의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고 봐요. 그리고 시청자분들 입장에선 오랜만에 욕도 좀 하면서 짜릿한 통쾌함을 느낄 만한 기회를 가져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저 보시고 시원함 한 번 느껴 보세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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