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혹’ 김민재 “극중 일반적 아버지·남편 모습 아냐”
“공포란 주제와 두려움이란 키워드 공존…두 가지 정리되는 과정 돋보여”
“범죄도시 3편-4편 곧 촬영 들어가…감옥 소재 시나리오 쓰고 연출 준비”
2022-10-22 06:10:00 2022-10-22 06:1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말 많이 본 얼굴이다. 여러 작품에서 꼭 필요한 역할에 이 배우가 항상 등장했다. 대부분은 끝과 끝에 자리한 역할을 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정말 웃긴 배역이거나 아니면 정말 악랄한 배역이거나. 그런데 이 배우가 그 역할을 하면 진짜 너무 웃겨서 포복 절도할 명 장면이 만들어 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 배우의 연기로 인해 배역을 바라보며 욕지기를 퍼붓게 되기도 한다. 이 배우가 만들어 낸 인물의 악랄함에 혀를 내두르며 나도 모르게 내 뱉게 되는 욕지기들이다. 그건 쉽게 말하면 이 배우의 연기 내공을 설명하는 단적인 예들이다. 근데 좀 더 나아가면 이 배우, 자세히 연기를 살펴보면 묘한 구석이 있다. 일반적 호흡의 리듬감이 아니다. 이건 관객들이나 시청자들 모두가 느끼는 것이지만 어렴풋한 무엇만 있기에 느끼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 배우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이 배우의 기묘한 연기 리듬과 호흡에 순간 넋을 놓게 된다고. 이번 영화의 상대역인 박효주 역시 이런 설명에 무릎을 치며 단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상대 배우의 호흡이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독특한 색깔의 호러 스릴러 미혹이상한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남편 석호를 연기한 배우 김민재에 대한 얘기다.
 
배우 김민재. 사진=(주)엔케이컨텐츠
 
김민재는 미혹에서 네 명의 자녀를 둔 시골 작은 마을의 교회 목사 석호를 연기한다. 석호는 네 명의 아이 중 셋째 아들을 잃었다. 자식 잃은 슬픔에 빠진 아내 현우를 보듬으며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닥친 시련을 겪으며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나아가자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는 인물이다. 그의 권유에 따라 새로운 아이 이삭을 입양하자고 아내에게 권유한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공포란 주제와 두려움이란 키워드가 공존 했었어요. 영화를 본 관객 들이 극중 인물들이 느낄 트라우마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정돈할 수 있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런 일련의 감정들이 장르적으로 상당히 잘 다듬어져 있다고 느꼈어요. 특히 엄마인 현우가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를 관객을 포함한 모든 외부인들이 지켜본다는 설정이 굉장히 흥미로웠죠.”
 
앞서 박효주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 있는 김민재가 그려낸 극중 이상한 아버지의 모습. 자녀가 비극적인 사고로 죽었다. 김민재가 그린 석호는 마을의 작은 교회 목사다. 당연히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그렇다고 자식이 죽은 고통을 가슴 속에서 삭히는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태연하다. 물론 석호의 진짜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도 있다. 그 순간에서 조차 김민재는 예상하지 못한 호흡으로 그 감정을 드러낸다.
 
영화 '미혹' 스틸. 사진=(주)엔케이컨텐츠
 
“'미혹' 속 석호의 모습에 되게 불편함을 느끼실 분들도 있을 거에요. 충분히 동의해요. 아마 건강하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택했다면 아내인 현우의 목소리에 많이 귀를 기울였겠죠. 이삭을 입양하는 것을 결정하고 그것을 자신들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라고 생각하는 모습도 사실 없었을 것 같아요. 가족이란 존재를 좀 다르게 바라본 것 같아요. 분명 일반적인 아버지이자 남편의 모습은 아니죠(웃음)”
 
김민재가 만들어 낸 이상한 느낌의 아버지 그리고 영화 미혹속 이상한 분위기는 그가 절반을, 그리고 그의 상대역인 박효주가 절반을 담당한다. 앞서 박효주는 자신이 그려낸 기묘한 분위기의 원동력은 선배 김민재의 공이었다고 돌렸다. 김민재는 박효주보다 먼저 미혹에 캐스팅됐다. 박효주는 김민재의 캐스팅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을 정도였다고. 이런 평가에 김민재는 당연히 공을 박효주에게 돌렸다.
 
박효주 배우는 정말 배우로서 지닌 존재감이 너무 큰 분이에요. 현장에선 그냥 제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로 존재했어요. 극중 현우가 느끼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너무 폭이 넓거든요. 그걸 박효주 배우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표현했다고 봐요. 특히 아이들의 역할이 정말 큰데, 그 아이들 보듬는 것까지 모두 신경을 쓰면서 해줘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영화 '미혹' 스틸. 사진=(주)엔케이컨텐츠
 
연출을 맡은 김진영 감독은 김민재와는 한예종 동문이다. 학번으론 김민재의 후배란다. 물론 같은 학교 출신이지만 인연은 없었다고. 그럼에도 같은 동문이란 점 때문인지 좋은 기운을 서로 주고 받은 것 같다며 결과물에 만족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진행된 작은 영화지만 김 감독이 현장에서 모든 것을 너무 잘 조율해줬기에 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이끌어 낸 것 같다고 전한다.
 
같은 학교 동문인데 작업은 처음이에요. 장르와 영화 속 얘기가 따로 움직이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되요. 예산이 정말 많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정된 예산 속에서 최대치로 뽑아낸 빼어난 작품이라고 봅니다. 현장에서 진짜 다른 생각이 안 들게 분위기를 잡아 주셨어요. 촬영이 없을 때 카메라 밖에서도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없게 환경을 만들어 주셨죠. 너무 감사하고, 꼭 다시 한 번 작품으로 만나 뵙고 싶은 감독님이에요.”
 
지금은 충무로에서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와 위치를 잡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겪은 부침과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연기 생활 초기에는 무대 위에서 공연을 했었다. 하지만 관객들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연기 생활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단 강박에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얼굴을 알리려 노력했다고. 그러던 중 이창동 감독과 인연이 닿아 그의 작품 밀양’(2007)에 출연하게 됐고 지금의 김민재가 있게 됐다고.
 
영화 '미혹' 스틸. 사진=(주)엔케이컨텐츠
 
당시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잘 못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배우가 아니면 스태프로서라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죠. 근데 제 예상과 달리 배역을 주셨어요. 단역이었는데 저한텐 너무 크게 보였죠. 지금도 제가 가장 존경하고 또 제가 실제로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분이에요. 이창동 감독님께 글 쓰는 것도 배워서 지금 시나리오도 쓰고 있고 연출 준비도 해 보려고 해요.”
 
인터뷰 도중 깜짝 연출 도전을 공개했다. 소재는 감옥에 대한 얘기라는 데 자세한 부분은 아직 완성 전이라 밝힌 순 없단다. 생각대로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제작 환경이 조성된다면 내년 봄쯤이면 촬영 현장에서 감독 김민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함께 영화를 작업했던 선배 마동석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배우 김민재. 사진=(주)엔케이컨텐츠
 
지금 동석이형하고 범죄도시3’을 찍고 있는데 곧바로 4편 촬영도 들어갈 것 같아요. 나쁜놈 역할은 아니고 형사 역이에요(웃음). 동석이 형이 예전부터 제가 갖고 있던 연출의 꿈을 많이 지지해 주셨고 응원해 주셨어요. 주변에 좋은 분들도 많고 많은 응원 받고 있습니다. 제가 장르 영화에서 임팩트 있는 배역으로 많이 나왔는데 의외로 사람 냄새 나는 얘기를 좋아해요(웃음) 장르 영화와 더불어 색깔 있는 독립 영화에도 꾸준히 활동할 예정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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