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스타일 압도하는 ‘데시벨’의 뜨거움
표면적 ‘천안함 사건’+감성적 ‘세월호 참사’, 간절함에 대한 아픔·힘듦
도심 테러극,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테러극 아닌 인물 간 관계의 서사
2022-11-15 00:00:01 2022-11-15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시커먼 바닷속 아래 가라 앉은 비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필연코 극심한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문장이다. 이미 심연 아래 존재하는,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은 여전히 우리 아픔을 자극하고 또 우리 슬픔을 끓게 한다. ‘세월호의 아픔과 천안함의 충격은 그래서 함부로 입에 담기도 거론하기도 고통스러운 무엇을 더 만들어 낸다. 그러면서도 반대 급부로 더 이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에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되새김질하는 방식으로 아픔과 힘듦을 또 다시 주목한다. 영화 데시벨은 표면적으론 천안함 폭침사건 진실 이면에 감춰진 상상의 날개를 덧대서 만들었다. 덧붙여 감성적으론 세월호참사의 아픔을 반성하고 되새겨야 하는 방식의 형태를 가르쳐 준다. ‘데시벨자체가 앞선 두 사건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묵직한 파괴력의 데시벨이다.
 
 
 
데시벨은 도심 테러극이다. 하지만 이 영화 진실은 다른 곳에 자리한다. 그 진실을 위해 영화는 예상을 벗어난 도심 속 테러의 방식으로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진실의 무게를 끌어 올리려 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스크린에 비춰진 장면은 대한민국 해군 소속 잠수함 한라함’.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이뤄진 림팩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대한민국으로 복귀 중이다. 한라함 부함장 중령 강도영(김래원)은 고지식한 함장을 대신해 젊고 혈기 넘치는 승조원들을 다독이며 형님 리더십을 펼친다. 즐거운 귀대를 고대하던 중이었다.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어뢰 한 발이 한라함을 조준하고 발사됐다. 강도영의 뛰어난 조종술로 어뢰를 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강도영은 믿을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놓인다. 그 선택이 바로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진실이고 비밀이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그리고 1년의 시간이 흐른다. 강도영은 전쟁 영웅으로서 모든 언론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추앙을 받는 인물이 됐다. 강도영은 이곳저곳을 불려 다니며 인터뷰와 강연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서 승조원을 살린 강인한 리더로 모두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다. 강도영이 그날 그때 살린 승조원들 대부분이 끔찍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고통 받고 있었다. 현실과 과거 사이 어딘가에 여전히 머물고 있는 승조원들을 보는 강도영의 시선이 너무도 힘들고 아프다. 그런 일상의 연속 가운데 발신자를 알 수 없는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은 강도영을 알고 있다. 그는 폭탄이 설치 돼 있다. 소리에 반응해 폭발하는 폭탄이다고 위협한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괴한의 전화 뒤 실제 폭탄이 터졌다. 한라함 승조원 생환 장교 집에서 폭발했다. 또 다시 강도영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축구장에 고성능 폭탄이 설치돼 있다 주장한다. 소리 100데시벨이 넘으면 폭발하는 폭탄이다. 축구장에서 폭탄을 찾던 강도영, 결국 폭탄이 터진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다친 사람은 없다. 그리고 또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이번에는 군의 폭발물처리반 현직 군인인 강도영의 아내를 겨냥했다. 그는 또 다시 강도영에게 전화 한다. “아내를 살리겠는가, 아니면 수영장에 설치된 폭탄을 선택하겠는가라고. 강도영의 아내는 현재 아파트 놀이터에 설치된 폭탄 해체에 투입된 상태. 강도영은 선택을 강요 받는다. 도대체 누가 왜 강도영에게 연이어 전화를 걸어 생사의 선택을 강요 할까.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데시벨은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하다. 장점만을 보자면 단점의 크기가 더 도드라진다. 반대로 단점만 보기엔 장점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하다. 연출은 오싹한 연애몬스터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 황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신작이다. 황 감독은 전작을 통해 장르의 이종 교배를 즐겨왔던 연출자다. 이번 데시벨에서도 희미하지만 액션과 스릴러 그리고 진한 드라마가 교묘하게 뒤섞여 있다. 이런 장르적 스토리 힘을 기본 전제로 끌고 들어가자면 데시벨의 힘은 오히려 반감이 된다. 이유는 이렇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사실 데시벨소리에 반응하는 폭탄이란 소재 그리고 소리가 주는 일상성이 생사의 결정권으로 치환되는 과정의 긴박함을 끌어 올리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했다. 쉽게 말해 데시벨은 테러극이다. 영화에서 사용되는 테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그리고 그 인물이 공개하지 않은 목적과 의도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할 때 발생되는 위험의 수치화다. ‘데시벨은 이 문장 속 대부분의 비밀을 공개하고 시작한다. 메인 포스터 속 공개된 해군 제복을 입은 이종석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테러범이다. 그리고 극중 이종석의 테러 목적은 너무도 예상이 되게 한 사람을 향한다. 바로 김래원이 연기한 강도영이다. 그럼 남은 건 하나다. 두 사람 관계. 그 관계가 데시벨속 숨겨진 비밀이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감독은 이 비밀을 영화 전체 스토리 메인 동력으로 설정하고 밀어 붙인다. 비밀을 담고 있는 건 드라마. 결국 데시벨은 의외로 긴박한 도심 테러극 스타일보단 인물 간 서사 구조에 더 집중한 설명극에 가깝다. 이 지점이 데시벨전체의 마이너스는 결단코 아니다. 장르적 설정 방식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의 문제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지점에 집중했는지를 바라보는 게 될 뿐이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결과적으로 데시벨소리에 반응하는 폭탄이란 상당히 생소한 소재를 끌어왔지만 이 소재의 활용 보단 인물 서사에 더 집중해 버리면서 장르 스타일 전형성을 깨트리는 시도를 택한다. 이 방식은 하나의 장점과 하나의 단점을 모두 담아 버렸다. 테러극 스타일 장르 영화 구성은 분명 단조롭다. 명확하게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의 대결이다. 그리고 두 캐릭터 대결만이 존재한다. 그 대결 속에 테러란 양념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할리우드 테러 액션 영화의 전형성이다. ‘데시벨은 이 전형성 자체를 깨트리고 한 발 더 진화한 것에 목적을 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제목의 강렬함을 살리는 것에는 분명 아쉬움이 크다. 극중 몇 차례 제목이 담은 데시벨의 옅은 묘사가 그려졌을 뿐이다. 신선하고 또 생경한 소재를 선택과 집중의 고민 속에 너무 손쉽게 휘발 시킨 것처럼 느껴져 아쉽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그럼에도 김래원과 이종석의 존재감과 두 인물이 만들어 내는 인간적 고뇌의 긴장감은 데시벨이 도심 테러극이란 외피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몫을 담당한다. 두 사람 관계와 서사를 뒷받침하는 배우 박병은의 존재감 역시 데시벨의 명확함을 드러내는 데 큰 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외의 배역들은 극단적으로 기능적 역할로만 소비됐다. 연출의 세밀함이 분명 요구되는 지점이었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강렬함 보단 예상 밖으로 뜨거움이 더 했던 데시벨이다. 단순히 상업 영화로서의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고 싶었다면 온도보단 스타일에 더 집중 했어야 한다. 그래서 데시벨의 아우라는 분명 아쉽고 아깝다. 물론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이 영화의 뜨거움은 우리 모두의 감정을 끓게 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개봉은 오는 16.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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