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데시벨’ 김래원 “나 아닌 작품 전체 보고 연기한 첫 작품”
“몸 쓰는 거 안 좋아하지만 이번엔 달랐다…수중 촬영은 정말 힘들었다”
고민·불안감 느끼던 시기 한석규 조언 도움…“내 나이 늦지 않음 느꼈다”
2022-11-17 00:00:05 2022-11-17 00:00: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반화의 오류라고 정의하기에는 사실 개념적으로 맞지는 않다. 하지만 대부분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에서 이 배우는 예상 그대로 너무도 그렇다쪽으로 모든 것이 수렴된다. 드라마와 영화 속 일부 캐릭터가 몇 년이 지나도록 개그 프로그램에서 패러디의 대상으로 선택되고 있다. 그럼 그건 이 배우의 어떤 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정도에서 조금은 벗어난 다른 시선에서 찾아야 할까. 의미가 애매해질 수도 있기에 정체를 공개하고 시작해야 할 듯하다. 배우 김래원이다. 그는 드라마와 영화 등 여러 작품에서 초기작 그리고 비교적 최신작의 성격이 뚜렷하게 갈린다. 초기에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많았다. 그리고 최신작까지는 어둡고 다크한 느낌의 캐릭터를 연이어 소화해 왔다. 그래서 그를 두고 너무 무겁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듯하다. 놀랍게도 실제로도 김래원은 그런성격에 가깝다. 말수가 워낙 적다. 요즘 유행인 MBTI를 해보면 아마도 ‘E’보단 극단적 ‘I’에 가까울 것이 틀림 없어 보인다. 그런 그의 연기와 캐릭터가 예상 밖으로 개그 프로그램 단골 캐릭터로 차용되는 건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그의 대표작 해바라기태식캐릭터가 여전히 인기인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일지 모른다. 김래원은 불혹을 넘긴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탈피를 거듭하고 싶은 듯 보였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어둡고 깊은 성격의 캐릭터 장르 그리고 이제는 장르적 느낌이 강한 아우라를 이끌어 가는 굳건한 남자의 모습으로 말이다. 영화 데시벨의 김래원을 보면 딱 그랬다.
 
배우 김래원. 사진=(주)마인드마크
 
데시벨오싹한 연애그리고 몬스터를 연출한 황인호 감독이 8년 만에 연출을 맡은 신작이다. 김래원은 데시벨에서 주인공 강도영을 연기했다. 해군 잠수함 부함장인 강도영은 극중 새하얀 해군 정복을 입고 처음부터 끝까지 줄기차게 뛰어다닌다. 워낙 더운 여름에 첫 촬영을 시작해서 영화 속에서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게 보일 정도였다. 놀라운 점은 사실 김래원은 데시벨출연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단 점이다. 그는 다른 작품을 보고 있었다고.
 
우선 영화에선 제가 단벌로 등장 하잖아요(웃음) 해군 제복을 입고 나오는데 제복이란 옷이 편함을 위해 나온 옷은 아니잖아요. 많이 힘들었죠. 그리고 날씨가 진짜 더울 때 찍었어요. 불편한 데 날씨까지 더워서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니었죠. 그래도 해군 제복 핏이 좋다는 말에는 기분이 좋더라고요(웃음). 사실 전 황 감독이 쓴 로맨스 시나리오를 읽고 마음에 들었는데 뜬금 없이 데시벨을 주시더라고요. ‘이거 먼저 하고 다음에 그거 하자라고 하셔서. 하하하. 뭐 낚인 거죠.”
 
데시벨은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을 소재로 한 도심 테러극이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배우의 고생은 짐작이 될 정도다. 김래원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폭탄 폭발 장면은 물론 카 체이싱 그리고 수중 폭탄 해체 장면까지. 웬만한 장면은 모두 김래원이 직접 소화를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실 김래원은 누구보다 액션을 피하고 싶어하는 성격이란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저 몸 쓰는 거 진짜 별로 안 좋아해요(웃음). 근데 이번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제가 했어요. 정상훈 형하고 같이 한 카체이싱 장면도 제가 직접 다 운전했어요. 옆에서 상훈이형이 고생 많았죠. 하하하. 수중 촬영은 진짜 힘들더라고요. 오죽하면 당시 수중촬영 감독님이 힘들면 힘들다고 해라라고 하는데 저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면 안되니 꾹 참고 했죠. 근데 나중에는 정말 현기증이 와서 잠시만 쉬겠다라고 하니 수중 촬영 감독님이 왜 이제 그걸 말하냐고 푸념을 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꾹 참고 촬영을 하니 다른 분들도 너무 힘든 데 쉬 자는 말을 못하셨다고. 하하하. 너무 죄송 했죠.”
 
데시벨은 폭탄 테러가 소재인 영화다. 당연히 폭탄 폭발 장면은 필수다. 극중 등장한 폭발 장면 가운데 CG는 최소화 시켰다고. 대부분의 폭발 장면이 진짜 특수효과를 통한 폭발 장면이었다. 극중 김래원이 가장 긴박한 모습을 표현했던 축구장 장면이 그랬다. 실제 부산아이아드 주경기장에서 촬영을 했다. 경기장에서 바라본 VIP스카이박스가 폭발하는 장면은 예고편에서도 등장한다. 경기장에서 바라볼 때 폭발 장면은 당연히 CG였지만 내부 촬영은 세트에서 실제로 폭발을 시켰다.
 
정말 터트렸어요(웃음). 근데 첫 번째도 안전이고 두 번째도 안전이라, 보시는 것과 달리 현장에선 굉장히 안전하게 모든 조치를 취하고 촬영을 했었어요. 그래서 사고는 다행히 전혀 없었죠.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해당 장면에서 제가 아이 모양의 더미(인체 모형)를 안고 찍기도 했고, 실제 아역 배우를 안고 찍고 등 두 가지 버전으로 찍었던 기억이 나요. 폭탄 폭발도 사실 제가 스위치를 눌렀어요(웃음). 영화를 보니깐 실제 아이 버전인지 더미 버전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배우 김래원. 사진=(주)마인드마크
 
사실 데시벨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주인공 강도영의 감정이었다. 해군 부함장으로서 부하들에게 형님 리더십을 보이며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인물에게 전화를 받고 위협을 당한다. 그런데 그 인물, 강도영은 누군지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가 이러는 목적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을 강도영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함 속에서 끌고 가야하는게 강도영이었고 그를 연기한 배우가 김래원이었다.
 
어떤 작품이나 쉬운 배역은 없죠. ‘데시벨도 처음에 시나리오가 너무 세밀하게 잘 구성이 돼 있어서 과장 되지 않게 잘 따라가면 되겠다 싶었어요. 근데 글로 읽으면서 너무 재미있었는데, 막상 영상으로 옮겨지면 이 느낌이 날까 싶기도 했죠. 시종일관 폭탄 테러를 막는 도영을 따라가다 보면 저게 말이 돼?’라고 느껴 버리면 그때부턴 답이 안 나올 거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아마도 제 작품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제 배역이 아닌 전체를 보고 연기한 첫 번째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이미 영화 공식 포스터를 통해서도 공개가 된 내용이다. 바로 김래원이 연기한 강도영에게 의문의 전화를 거는 폭탄 테러범. 바로 배우 이종석이다. 포스터에는 이종석이 연기한 인물이 김래원이 연기한 강도영처럼 해군 제복을 입고 서 있다. 두 사람 모두가 해군에 소속 돼 있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데시벨은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범인으로 등장한 이종석이 연기한 인물이 왜 강도영을 타깃으로 노리느냐에 있다. 이런 감정은 오롯이 이종석이 만들어 내야 했다.
 
영화 '데시벨' 스틸. 사진=(주)마인드마크
 
사실 저보다 종석이의 역할이 더 중요했어요. 종석이는 정말 유연하고 똑똑해요. 전 굉장히 경직돼 있었다면 종석이는 모든 걸 자기식으로 흡수해서 뿜어내더라고요. 너무 대단하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어떤 작품에서 대선배와 연기를 함께 하는 데 너무 안됐는데 그때 선배가 이런 식은 어떠냐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근데 그것도 잘 안되더라고요.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정말 한 1년 뒤에 문득 그 상황이 생각이 나는 데 그 순간 그 당시 선배의 조언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1년 뒤에 알게 된 걸 종석이는 현장에서 곧바로 잡아서 그 이상으로 표현하더라고요. 너무 대단한 배우에요.”
 
벌써 불혹을 훌쩍 넘긴 김래원이다. 그는 나이에 대한 얘기에 하던 중 대선배인 한석규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조급하게 생각했던 마음이 대선배의 말 한 마디에 생각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된 듯 하단다. 어느 정도는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한석규의 말은 그의 불안감을 씻어 버리는 계기가 됐다. 아마도 김래원의 그런 마음을 꿰 뚫어 본 대선배의 마음 씀씀이 였을 듯하다.
 
배우 김래원. 사진=(주)마인드마크
 
오늘부터 딱 일주일 전이었어요. 한석규 선배랑 진짜 오랜만에 통화를 하면서 안부 인사를 했죠. 근데 선배가 대뜸 너 올해 몇 살이냐라고 하시더라고요. ‘마흔 넘었습니다라고 말씀 드리니 제일 좋을 때다. 지금까지는 연습이었다 생각해. 이제부터가 진짜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뭔가 불안한 마음도 있었고 저희들은 늘 그렇잖아요. 그런데 선배 말이 정말 그런가싶더라고요. 말씀 대로 이제부터 시작이란 마음으로 다시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해보려고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