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젠틀맨’ 주지훈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화, 자신한다”
“내가 아는 선에서 국내에 레퍼런스 없는 작품…추격+위트+현실”
“이 정도 자본으로 이 정도 결과물 만드는 국내 시스템 대단하다”
2022-12-27 07:01:03 2022-12-27 07:01: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시작부터 그랬던 것 같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그런다. 처음 시작을 선이든 또는 악이든. 배역의 어떤 성격을 부여 받아 시작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쌓아 올린 이미지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자신이 쌓아 올린 이미지를 한 번에 뛰어 넘거나 또는 그 이미지 전체와 전혀 다른 반대편을 선택하면서 파격 변신이란 코드로 화제성을 몰고 온다. 이런 패턴은 거의 대부분의 배우들에게 대동소이한 흐름이다. 그런데 이 배우는 따지고 보니 아니었던 듯싶다. 거의 처음부터 그랬다. 첫 시작부터 선과 악을 넘나드는 묘한 이미지와 아우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 넘는 배우의 캐릭터 소화 능력. 이런 모든 것을 다 담고 매번 작품을 이끌어 가는 인물.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주지훈이란 배우 외에 달리 설명할 연기자가 있을까 싶다. 그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선과 악이 공존하는 정말 그리고 진짜로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어 보면 그래서 양극단의 톤을 오가는 캐릭터 잔치가 많다. 결과적으로 영화 젠틀맨은 주지훈이란 배우의 모든 능력과 아우라 그리고 소화력을 전부 끌어와 단단하게 뭉쳐낸 충무로에서 전무후무한 레퍼런스가 없는 작품으로 기억될 듯한 결과물이 됐다. ‘나쁜 놈 잡는데 예의가 필요해?’란 영화 포스터 속 문구. 그리고 주지훈. 이 영화 속 주지훈, 너무 기대가 될 수 밖에 없는 문장과 배우의 조합 아닌가.
 
배우 주지훈. 사진=콘텐츠 웨이브
 
젠틀맨은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어법과 또 익숙한 흐름으로 나아가는 얘기다. 하지만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 보면 조금씩 그리고 분명하게 다른 지점들이 많다. 영화는 흥신소 사장 지현수가 납치 사건 누명을 벗기 위해 검사로 위장한 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주지훈은 흥신소 사장에서 복수를 꿈꾸는 남자 그리고 쿨 한 범죄자로서의 모습을 멋지게 그리고 유려하게 소화했다.
 
기본적으로 저도 꽤 사이즈가 큰 영화에만 많이 출연했는데 그에 비해 젠틀맨은 분명 눈에 띄게 큰 영화는 아니에요. 근데 그럼에도 자신 있게 추천 드릴 수 있는 게, 제가 아는 선에서 최소한 국내에 레퍼런스 자체가 없는 작품이 젠틀맨이에요. 추격전인데 위트가 꽤 많아요. 그런데 영화 전체의 톤 앤 매너는 완전 현실적이에요. 이런 스토리를 이런 분위기로 풀어낸 영화, 제 기억에는 국내에 없었어요.”
 
주지훈은 촬영 전 감독님 그리고 스태프들과 정말 많이 만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종종 받기도 한다. 이번에도 함께 작품에 출연한 박성웅은 주지훈은 현장에서 너무 대충대충한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현장에서 감독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캐릭터와 그날그날 촬영 내용을 점검한다. 하지만 주지훈은 이런 게 없다. 그건 대충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이런 과정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영화 '젠틀맨' 스틸. 사진=콘텐츠웨이브
 
전 기본적으로 촬영 전에 뭐라고 해야할까요, 미리 사포질을 좀 한다고 할까. 감독님 그리고 스태프분들과 자주 만나요. 전 프리프로덕션(사전 제작 회의)에도 자주 들어가요. 그래야 이 작품이 어떻게 흘러갈지 어떤 톤 앤 매너로 가는건지, 어떤 성격의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 녹음 감독님이 함께 하는지 알 수 있죠. 콘티를 짤 때도 함께 하면서 제 의견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요. 어떤 때에는 헌팅 회의에도 들어가고(웃음). 그러니 사실 현장에선 제가 감독님과 나눌 얘기가 거의 없어요. 이미 촬영 직전에 수십 차례에서 많게는 백 번 이상을 만난 적도 있으니.”
 
이런 과정은 얼핏 주지훈이 건방져 보인다거나 또는 감독과 스태프들의 권한을 넘어서는 갑질로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주지훈은 그럴 성격도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선후배에 대한 예의도 정말 바른 배우다. 그가 이런 과정을 선호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오히려 연출자인 감독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현장에서 자신만이라도 감독을 위해 좀 더 배려하자는 차원에서 이런 과정을 선호한다고.
 
꼭 제 방식이 맞다는 건 아니에요. 우선 현장에 가면 감독님은 여러 배우들을 상대해야 하잖아요. 배우들 만이 아니라 스태프들 촬영 현장 컨디션 등 결정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저까지 나서서 감독님의 에너지를 뺏는 건 너무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사전에 작품 회의에 참석해서 여러 의도를 파악해요. 그리고 사실 회의에 들어 가는 게 너무 재미도 있어요. 제 취향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영화 '젠틀맨' 스틸. 사진=콘텐츠웨이브
 
주지훈은 이런 오해를 받을 만한 촬영이 젠틀맨에서도 있었다고 웃었다. 극중 굉장히 위험한 장면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 장면, 대본에서 주지훈은 굉장히 눈에 띄고 또 재미있을 것 같은 장면으로 보였 단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위해 콘티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면이 빠져 있었다고. 그 이유를 물어 보고 싶었지만 물어보기에도 애매한 분위기였다고 웃는다. 주연 배우가 질문하면 그게 곧 월권으로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웃음) 뭐랄까 분위기 진짜 애매한데, 되게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콘티에서 빠져 있더라고요. 어떤 장면이냐 하면 제가 추격을 피해서 건물 밖 에어컨 실외기에 매달려 있는 장면이에요. 좀 위험하더라도 찍으면 찍을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근데 빠졌더라고요. 나중에 알았는데, 배우의 안전도 있고 감독님 입장에선 굳이 필요할까뭐 이런 느낌이라 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과정을 알기까지 진짜 제가 조심조심 물어 물어서 알게 되기까지 2시간 걸렸어요(웃음). 결국 감독님께 부탁해서 추가하자라고 의견을 전했고 감독님도 수용하셨죠.”
 
젠틀맨은 앞서 주지훈이 언급한 바와 같이 국내에 레퍼런스가 없는 형식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색 다르긴 하다. 하지만 이 말은 바꿔 말하면 굉장히 낯선 느낌으로 보여질 수도 있단 얘기가 된다. 그건 실제로 젠틀맨의 초반부터 중반 이후까지 이어지는 감각적인 편집의 낯선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젠틀맨자체의 투자사가 국내 토종 OTT기업 웨이브이기 때문 아닐까 싶은 느낌도 강하게 온다. 영화를 보는 것이라기 보단 흡사 OTT시리즈를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배우 주지훈. 사진=콘텐츠 웨이브
 
우선 OTT에 대해 국내에 저보다 오픈 된 배우가 있을까 싶어요. 제가 국내 1OTT배우잖아요(웃음). 전 기본적으로 OTT를 형식이 아닌 새로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걸 전제로 말씀 드리면 ‘OTT스럽다는 문장에서 OTT는 장르가 아니라 형식 이잖아요. 장르적으로 그렇게 보인다면 수긍이 되는데 형식적으로 그렇게 보인다는 말은 아직 낯설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은 것 같아요. 솔직히 우리가 미국의 OTT콘텐츠를 보면서 ‘OTT스럽다라고 말하지는 않잖아요. 결국 자본의 문제 아닐까요. 이 정도의 자본으로 이 정도의 결과물을 끌어 내는 국내 제작 시스템이 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지훈은 조만간 영화가 아닌 예능 출연도 앞두고 있다. 참고로 그는 예능 출연이 거의 없었다. 실질적인 고정은 아에 없었단 얘기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정 프로그램이다. 절친 하정우 최민호 그리고 여진구와 함께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 PD가 주지훈의 대표 드라마 하이에나의 장태유 감독 친형이라고. 이런 관계와 의리가 엮이면서 주지훈의 넓은 인간 관계가 또 하나의 멋진 예능까지 이어지게 됐다. 그는 기대해 달라는 말로 자신의 첫 예능 고정 프로그램을 전했다.
 
배우 주지훈. 사진=콘텐츠 웨이브
 
장태유 감독님과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그래요. 어느 날 밥 먹는데 예능 해볼래그래서 뭔대요?’ 하면서 얘기가 나온 거죠. 근데 저 보고 정우성 배두나 섭외를 하라고(웃음). 전 죽어도 못한다고 했죠. 하하하. 저 그런 거 진짜 못해요. 근데 영화 피랍촬영장에서 정우형이 그 예능 뭐냐리고 물어서 어떻게 알아요?’ 하면서 둘이 얘기하다가 형이 그냥 하자라고 하면서 최민호 여진구까지 합류가 된거에요. 민호는 저와 드라마 메디컬 탑팀에서 함께 했었고, 진구는 제 첫 영화 서영골동양과점 앤티크에서 제 아역이었어요. 멤버 괜찮아요. 하하하. ‘젠틀맨도 기대하시고 이번 예능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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