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재홍 “‘리바운드’와 만난 순간 ‘운명’이라 느꼈죠”
“극중 코치인 날 보고 경기의 박진감 관객이 느끼게 하는 게 중요”
“‘슬램덩크’ 신드롬, ‘리바운드’로 이어져 더 많은 관객분들 느끼길”
2023-04-06 07:00:36 2023-04-06 07:00:3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우선 영화를 보고 나서 두 가지에 실망했습니다. 첫 번째는 웃기지 않았다’, 두 번째는 너무 영화스럽다’. 첫 번째를 설명하면 이 영화 연출을 맡은 감독과 주연 배우. 두 사람 모두 영화계를 넘어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웃음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코미디 장인들이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이 함께 한 이 영화, 별로 웃기지 않습니다. 그럼 두 번째입니다. ‘너무 영화스럽다란 것. 영화가 영화스럽다는 게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이런 것입니다.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 황당무계합니다. 일반적으로 개연성이라고 하는 게 있습니다. 이 영화에선 그런 게 무시될 정도입니다. 그저 영화를 위해 스토리를 끼워 맞춘 것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럼 이제 진짜를 말하겠습니다. 앞서 실망했다는 두 가지. 제가 잘못 본 것입니다. 정말 뭣도 모르고 본 것 입니다. 첫 번째 웃기지 않는다라는 것. 이 영화는 웃긴 영화가 아니라 땀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너무 영화스럽다란 것. 정말 놀랐습니다. 이 영화 속 스토리, 거의 모든 장면이 실화 입니다. 진짜 있었던 일이랍니다. ‘농구란 스포츠가 만들어냈었던 기적의 8일을 담은 영화 리바운드’, 이 영화의 연출은 장항준 감독, 그리고 주인공 중 한 명 배우 안재홍. 뉴스토마토가 안재홍과 만나 리바운드에 얽힌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배우 안재홍.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일단 안재홍과 리바운드의 첫 만남이 영화 그 자체 였습니다. 정말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었다고 안재홍도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짜였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뭐가 진짜 였느냐. 안재홍이 평소 너무도 즐겨 보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장항준 감독이 출연했고 당시 리바운드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소개를 하는 모습을 봤답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웃었습니다.
 
제가 유재석 선배님이 진행하시는 유 퀴즈 온 더 블록팬이에요. 어느 날 보는 데 장 감독님이 게스트로 나오셔서 리바운드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제가 슬램덩크’ ‘농구대찬지세대에요. 저한테는 농구가 약간 추억 같은 느낌이거든요. 감독님 얘기에 나한테도 제안이 오면 너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3일 뒤 회사로 리바운드시나리오가 왔어요. ‘이건 운명이다란 생각에 읽지도 않고 출연 결정을 했죠.”
 
배우 안재홍.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에는 모든 출연진이 실제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출연합니다. 안재홍이 맡은 인물 강양현은 현재 ‘33 농구 국가대표감독으로 활동 중입니다. 안재홍은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과 함께 촬영 전 실제 강 감독을 자주 만나면서 교감을 하고 그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습득하려 했답니다. 우선 외모부터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안재홍의 모습과 실제 강 감독의 모습. 상당히 비슷해 모두가 놀랄 정도입니다.
 
강 감독님이 저보단 덩치가 좀 있으세요. 대략 10kg 정도 찌웠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는데 너무 즐거웠어요(웃음). 가장 신경을 썼던 건 말투 같아요. 부산 분이신데, 저희가 생각하는 부산 사투리는 영화 친구의 그것 이잖아요. 근데 코치님은 굉장히 특이 하셨어요. 감독님 자료가 담긴 30기가 넘는 자료를 다 봤어요. 경기장에서 소리치는 것과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하는 것 등 상황에 맞게 즉각 나와야 하는 어투가 있으세요. 최대한 비슷하려 노력했어요.”
 
배우 안재홍.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안재홍은 극중 중앙고의 코치입니다. 그는 경기에는 나서지 않는단 얘기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실화가 바탕이니 코치인 그가 경기에 나서는 일은 없습니다. 이건 반대로 안재홍에겐 상당히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예상도 하게 만듭니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이 농구 경기 장면입니다. 경기에 나서는 5명의 배우와 달리 그는 경기장, 즉 코트 밖에서 존재하며 경기의 박진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답니다.
 
꽤 많은 경기가 영화에 등장하는 데 그때마다 경기 장면과 코치인 제가 지시를 내리는 장면을 각각 따로 촬영했어요. 전 각각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때그때에 맞춰서 실제 강 감독님이 하신 체스처와 연기를 많이 따르려 했죠. 경기의 과정도 있지만 저를 보면서 이 경기가 이기고 있는지, 슛을 던졌는지 넣었는지 실패했는지 등을 알 수 있게 했어요. 감독님과 정말 많이 상의를 했어요.”
 
배우 안재홍.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를 보면 슬램덩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슬램덩크를 의식하고 설정한 장면들이 아닙니다. 당시 실제 중앙고 선수들이 경기에서 만들어 낸 진짜장면들입니다. 특히 극중 중앙고 선수가 던진 3점 슛이 링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은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어떤 장면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3점 슛 장면. 실제 경기에서도 있었답니다.
 
“’슬램덩크를 생각해서 넣은 장면이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실제 경기 내용이에요(웃음). 진짜 놀랍죠. 하하하. 참고로 제 인생 만화가 슬램덩크에요. 전권을 소장하고 있는데 촬영장에서 마지막권을 항상 들고 다녔어요. 기운을 좀 받을까 하고. 저도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에서 그 3점 슛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뭔가 노력을 통해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이뤄낸 결과에 대한 쾌감. 딱 우리 리바운드를 상징하는 장면 같았어요.”
 
배우 안재홍.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를 보면 가장 기억에 남고 관객들의 가슴을 떨리게 하고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가 끝이 난 뒤 엔딩 크레딧과 함께 등장하는 각각의 실제 인물과 영화 속 캐릭터들이 중첩되는 모습. 이 장면,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사실 그 이유는 리바운드를 보는 러닝타임 122분 동안 느낀 호흡과 감정을 마지막에 진짜였음으로 확인 받았기에 느끼는 것의 실체일 듯합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 굉장히 좋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좀 놀랐어요. 우선 배우들 모두가 싱크로율을 높이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와 강양현 감독님은 실제로는 네 살 밖에 차이가 안 나요. 정말 강 감독님의 모든 걸 진짜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에요. 진운이 같은 경우는 실제 선수가 신었던 농구화를 구하려고 중고 온라인 마켓을 이 잡 듯이 뒤지고 다녀서 겨우 구해 신었어요. 모두가 2012년 경기장의 모든 걸 그대로 영화에 가져가고 싶어 했어요. 그래야 이 영화가 진짜였음을 알릴 수 있잖아요.”
 
배우 안재홍. 사진=바른손이앤에이
 
누군가는 이 영화가 개봉하면 올해 1월 개봉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상술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참고로 리바운드가 촬영될 당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만들어지고 있단 소식은 들은 바도 없었답니다. 또한 리바운드는 첫 기획이 무려 11년이 된 작품입니다. 안재홍은 극장가에 불어 닥친 농구붐리바운드가 이끌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습니다.
 
“’슬램덩크는 제 인생 만화에요. 작년 여름에 리바운드촬영을 끝마쳤는데 겨울쯤 극장에 슬램덩크광고가 걸리는 걸 보고 너무 놀랐었어요. 당시에는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 감이 안 섰거든요. 근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신드롬이 나면서 농구 붐이 다시 일어나는 것 같아서 이게 뭐지싶을 정도였어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리바운드에도 좋은 기운을 전해서 또 다른 농구의 맛을 관객 분들이 스크린에서 느끼셨으면 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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