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킬링 로맨스’ 이선균 “진짜 딱 한 장면은 정말 못하겠더라”
“이원석 감독·이하늬에게 ‘기획 부동산’처럼 홀려…촬영 너무 즐거웠다”
“시나리오 있지만 애드리브 정말 많았다. 그만큼 서사 아닌 상황 집중”
2023-04-17 07:00:38 2023-04-17 11:48: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놀랍고 또 너무 많이 다른 영역에서 숨을 쉬고 있는 영화란 사실,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보면서도 그리 놀랍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너무 놀라워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나가도 너무 나간 이 영화의 톤 앤 매너를 소화하려면 일단 정신을 좀 놔야 할 듯합니다. 그게 첫 번째 포인트입니다. 두 번째는 그 놓은 정신줄을 제대로 잡으려고 노력하면 안된 단 사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그냥 즐기고 경험하면 됩니다. 이 영화는 무조건 한 번은 경험해 봐야 합니다. ‘관람의 영역에선 해석이 사실 불가능한 영화 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인 이 배우에게 궁금한 것들 것 전부 끌어다 물어봤습니다. 거짓말 좀 보태서 느낌이 좀 그랬는데 이 배우, 본인도 이 영화의 구체적 흐름을 사실 제대로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았던 듯 합니다. 맞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 영화, 이해하고 들어가면 좀 어렵습니다. ‘타조가 날라 다니는 영화입니다. 그럼 어느 정도 짐작은 되시겠죠. 그리고 이 배우, 이 영화에서 삼각팬티 입고 해변에서 청국장을 끓일 뻔 했었다며 진땀을 빼기도 했습니다. 이젠 충분히 납득이 되실 듯합니다. 이 영화의 아우라. 더 이상 설명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이 배우에게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배우 이선균이 설명하는 영화 킬링 로맨스입니다.
 
배우 이선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킬링 로맨스는 제목에도 드러나 있듯, 로맨스 장르가 기본 전제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감독이 바로 이원석입니다. 충무로에서 가장 자기 색깔이 뚜렷한 사차원 연출자로 유명합니다. 그의 데뷔작이 바로 남자사용설명서입니다. 그럼 충분히 납득이 되실 듯합니다. 그래서 로맨스가 기본이지만 B급을 넘어 C급 아니 D급 그 이상의 유머가 이 영화에 모조리 담겨 있습니다. 이선균은 그런 이 영화가 자신에게 온 것을 처음 이해할 수 없었다고 웃었습니다.
 
정말 독특한 시나리오였어요. 글로 읽어도 이 정도인데 완성된 결과물은 얼마나 희한할까 싶었죠. 근데 왜 나야?’가 가장 궁금했어요. 저한테는 코미디의 DNA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리고 감독님들이 보통 저한테 코미디를 원하지는 않아요. 출연에 대한 부정적 마음이 컸고, 거절에 앞서 왜 나한테 줬는지를 듣고 싶어서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가기 전 감독님을 만났죠. 그리고 미국 가서 이하늬를 만나고. 그 둘 한 테 무슨 기획 부동산홀리 듯 홀려서 출연 결정을 했어요(웃음)”
 
배우 이선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출연을 결정한 킬링 로맨스’, 너무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설정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컷과 컷이 거의 연결이 안될 정도로 톤이 다른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연결이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묘할 정도로 부드럽게연결이 되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모든 이유는 바로 주인공 조나단 나를 연기한 이선균의 천연덕스러운 코미디 연기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듯했습니다.
 
대본은 있는데, 대본대로 한 게 사실 거의 별로 없어요(웃음). 배우는 작품의 대본을 보고 그 대본이 이끄는 서사를 끌고 가는 게 당연한 건데. 이번에는 그냥 다 무시하고 캐릭터만 보고 따라갔어요. 그 인물이 만들어 내는 상황에만 집중했어요. 그래서 애드리브도 정말 많았어요. 극중 잇츠 귯같은 대사도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에요. 나중에 그게 현장에서 유행어가 돼 버렸어요(웃음). 작품 자체가 워낙 연극적이고 만화적이라 수염도 그냥 붙였다 땠다 하는 걸로 바꿔 버렸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져서 대처한 장면이 진짜 많았어요. 그게 너무 재미있었죠.”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이선균이 만든 조나단 나’, 글로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나단 나는 독특함과 유니크함 그리고 상상을 넘어선 존재로 완성이 돼 버렸습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인물. 일단 악인입니다. 하지만 악인이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전형적인 무엇,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킬링 로맨스조나단 나는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예측이 안됐습니다. 어쩌면 그게 이 캐릭터의 멋이자 맛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기본 전제는 악인이었어요. ‘조나단은 그냥 나쁜 놈이에요. 근데 이원석 감독님이 나쁜 놈인데 그렇게 전혀 안보였으면 좋겠다를 원하셨어요. 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다 보니 나르시시즘적인 걸 정말 많이 생각해 투영시켰어요. 광대 같은데 어떤 면에선 광기 어린 모습 같은. 배트맨의 조커 같은 느낌도 강했어요. 공간이 너무 튀고 감독님의 미술 자체가 과한 면도 있다 보니 저도 더 제한을 안 두고 맘대로 놀아봤어요. , 머리는 붙인 건데, 촬영 한 달 전부터 익숙해 지려고 붙이고 다녔어요(웃음).”
 
배우 이선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일반적으로 판타지 스타일의 코미디 만화로만 봐도 킬링 로맨스는 정말 더 수위가 강한 결과물로 대중들이 인식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건 순전히 이원석 감독의 독특한 색채가 오롯이 투영된 결과물이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쉽게 넘어가는 컷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입니다. 이선균도 제 정신으로 찍은 건 사실 몇 장면 없는 것 같다고 웃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즐겁게 소화한 작품인데, 혹시 그럼에도 도저히 소화를 못하겠던장면도 있었을까. 있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첫 신이 대본 하고 달라요. 이유가 제가 그 장면만큼은 도저히 못할 거 같아서 감독님께 부탁을 드려서 뺐어요(웃음). 뭐냐면 조나단이 꽐라섬 해변에서 삼각팬티만 입고 청국장을 끓여 먹는 건데 하하하. 진짜 상상만 해도 너무 더러운 거에요 하하하. 지금도 상상이 되는 데 너무 싫어요(웃음). 정말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을 제가 다 받아 들였는데, 그것만큼은 진짜 안되겠더라고요. 나중에 영화의 흥행에도 심각한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제가 감독님 설득했죠. 하하하.”
 
영화 '킬링 로맨스' 스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은 킬링 로맨스의 출연 결정이 이원석 감독과 이하늬의 꼬임에 빠져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농담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은 이원석 감독에 대한 팬심 그리고 이하늬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2010년 드라마 파스타에서 함께 해 인연을 이어온 이하늬에 대한 배우로서의 믿음은 강력하다 못해 굳건했습니다. 이하늬의 출연이 아니었다면 본인도 쉽지 않았을 거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현장에서 진짜 상대에게 너무 좋은 에너지를 주는 동료에요. 하늬가 진짜 이 작품에서 할게 너무 많아요. 서사도 끌고 가고 만들어야 하고. 노래도 하고 코미디도 해야 하고. 근데 그걸 다 하면서 중심을 굳건히 잡고 이끌어 줬어요. 가끔씩 전 개인적으로 하늬가 극중 황여래로 좀 더 놀기를 바랐는데, 나중에 결과물을 보니깐 , 이래서 저랬구나란 걸 딱 알겠더라고요. 다 계획이 있었던 거죠(웃음)”
 
배우 이선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킬링 로맨스를 촬영하기 전이나 촬영하는 동안 그리고 촬영한 이후에도 주변에선 좀 의아해 하는 면이 많았다고 합니다. ‘기생충이란 일생일대의 흥행작을 경험한 뒤 차기작으로 선택한 게 킬링 로맨스였으니 말이죠.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도 있었을 것이고, 자신이 연기하고 싶은 장르와 작품 제안도 쏟아졌을 텐데 굳이 마니아적 느낌이 강한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선균의 생각은 이랬습니다.
 
다들 그걸 놀라워하시던데, 전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래요. ‘기생충은 이미 지났고, 그 작품 때문에 고민이 되는 건 없어요. 너무 행복한 경험을 준 작품이기에 너무 감사한데 이젠 저한테는 떠나간 작품이고. 앞으로 또 주어지면 영광이겠죠. 하지만 전 배우로서 연기적 선택에 있어서 내가 기생충을 한 배우인데란 생각은 눈 꼽 만큼도 없고 없을 겁니다. 그래서 선택했던 작품이 드라마 검사내전이었어요. 소소하고 작은 그런 얘기. ‘킬링 로맨스도 저에겐 새로운 경험이고 즐거운 결과물이고 행복한 작업이었어요. 관객 분들의 선택이 어떨지 그게 제일 궁금할 따름입니다. 즐겁게 경험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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