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상생의 방안이 될까. 아니면 붕괴 직전 상황 속에서 빠져 나와야만 하는 일종의 돌파구 혹은 도피처라 판단한 것일까. 일단 ‘그 중간’ 쯤에서 상황을 바라봐야 할 듯합니다. 시작은 전자에 가깝지만 만약 대중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후자의 지적을 피하지는 못할 듯합니다. 영화 ‘데드맨’ 그리고 ‘용감한 시민’이 토종 OTT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됩니다. 국내 영화가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공개가 된 적도 있기에 낯선 선택은 아닙니다. 하지만 웨이브는 ‘온리 OTT’ 공개가 아닌 극장과 OTT 모두에서 공개를 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쉽게 말하면 IPTV 형식의 부가 판권 개념이 됩니다.
25일 오후 국내 OTT플랫폼 웨이브가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2023년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2’를 비롯해 오리지널 드라마 ‘박하경 여행기’ ‘거래’ 그리고 오리지널 영화 ‘데드맨’과 ‘용감한 시민’ 여기에 해외 콘텐츠까지 라인업에 포함해 소개했습니다.
이날 주목되는 프로그램은 오리지널 영화 두 편이었습니다. 국내 영화 시장 암흑기와 맞물리며 이 두 편의 선택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주목됐습니다.
하준원 감독. 사진=웨이브
먼저 ‘데드맨’은 이름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 에이스 이만재(조진웅)가 거액의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진범을 찾기 위해 나서는 얘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이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출연합니다. 이날 라인업 설명회에는 ‘데드맨’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하준원 감독이 참석했습니다.
하 감독은 “’데드맨’은 ‘이름’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이름을 도용 당해 지옥에 빠져 ‘죽은 사람’으로 살게 된다. 그 후 자기 이름을 되찾고 진범을 되찾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돌아보는 작품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충무로의 유명 작가로 활동해 온 하 감독은 이 작품 준비를 위해 무려 5년의 시간을 투자했답니다. 하 감독은 “소재 자체가 워낙 민감하고 낯설어서 취재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데드맨’ 속 캐스팅 조합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하 감독은 “두 가지의 기준이 있었다. 낯선 이미지의 신선함 그리고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배우들의 조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주인공으로 조진웅을 선택한 점에 대해선 “연기 스펙트럼과 감정의 깊이를 잘 표현하는 배우로서 이 역할의 진폭을 감당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배우였다”고 전했습니다. 김희애는 악역에 가까운 인물을 연기합니다. 하 감독은 “자기 목적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기도 하고 또 가차 없이 버리기도 하는 ‘뱀의 혀’를 가진 인물이다”면서 “’부부의 세계’ 이후 대본을 드려 ‘하실까’ 싶었는데 우려오 달리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출연 결정을 내려 주셨다”고 공개했습니다. 이수경에 대해선 “그 나이에 백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연기력의 배우다”면서 “데드맨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었다 생각하는 희생자 역할이다. 이수경 외에는 대안을 두지 않았었다”고 그의 존재감을 극찬했습니다.
하 감독과 함께 이날 무대에 오른 ‘용감한 시민’에는 제작사 스튜디오N의 권미경 대표가 나섰습니다. ‘용감한 시민’은 한때 복싱 기대주였던 소시민(신혜선)이 정규직 교사가 되기 위해 참아야만 하는 불의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얘기를 그립니다. 신혜선 이준영이 주연을 맡았으며 올 하반기 공개 예정입니다.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 사진=웨이브
권 대표는 이 작품의 제목에 대해 “주인공의 이름이 ‘시민’이고 성이 ‘소씨’이다”면서 “중의적 의미다. 소시민이란 주인공이 용감하게 변화돼 가는 과정을 그린다. 사이다 같은 얘기다. 액션이 많이 나온다.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을 작품이”고 전했습니다.
‘용감한 시민’의 주인공 ‘시민’은 배우 신혜선이 연기합니다. 권 대표는 “워낙 액션을 잘해서 대역 없이 본인이 최대한 소화하려 했다”면서 “제가 만나 본 배우 가운데 자기 역에 가장 충실히 노력하는 배우였다"고 칭찬했습니다. 극중 신혜선의 반대편에 선 악역을 연기한 이준영에 대해선 “실제로는 너무 좋은 분인데 카메라만 돌아가면 악인으로 변하더라”면서 그의 연기를 역시 칭찬했습니다.
권 대표는 ‘용감한 시민’에 투자를 결정한 웨이브에 특별히 감사함을 전했습니다. 권 대표는 “코로나로 한국 영화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는데, 웨이브가 제작에 나서 준다 해 감사했다”면서 “웨이브가 투자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크게 감사 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웨이브를 포함해 영화를 제작하는 OTT가 많지 않다. OTT에 대한 시선이 사실 그리 좋지 않지만 극장 개봉 이후 OTT에서 공개가 되는 방식이 내 기준에선 ‘상생’이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모든 작품 라인업 설명회가 끝난 뒤 무대 오른 이는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였습니다. 그는 이날 넷플릭스가 향후 4년 동안 국내 콘텐츠 시장에 3조 3천억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전했습니다.
이태현 콘텐츠 웨이브 대표. 사진=웨이브
그는 “(글로벌 OTT플랫폼의 대규모 투자가 국내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 난 오히려 자본이 시장에 들어와야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넷플릭스의 대규모 자금이 우리 시장에 풀리면 드라마 또는 영화를 만드는 창작 산업도 분명 살아날 것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표는 “글로벌 OTT플랫폼의 대규모 투자 발표가 토종 OTT플랫폼 육성의 시각에서 볼 때 부정적이라는 것에 난 반대다”면서 “우린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콘텐츠와 스토리를 만들어 선보일 것이다”고 전했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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