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 감독 “왜 한국에서 흥행이죠?”
“12년 전 일본 재난 상황 그린 영화, 한국 젊은이들 좋아하는 이유 나도 궁금”
“앞으로 재난 또 그릴지 모르겠다…내 라이벌 재미 담은 짧은 인터넷 동영상”
2023-05-04 07:01:00 2023-05-04 07:01: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국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컬트 문화’였습니다. 포괄적인 대중성을 띈 다기 보단 일부 깊게 빠져든 마니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이른바 ‘재패니메이션’으로 불리던 시대의 타이틀. 그게 바로 국내 시장에서 소비돼 오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치였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이른바 ‘덕후’의 시대, 그 시대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 자리를 차지 했었습니다. 물론 소비의 측면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따져봐야 하는 의미가 이 시대를 관통하는 ‘덕후’란 단어에 녹아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 극장가에서 소비되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중성이 그 어느때보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올해 시작과 함께 국내 극장가에 신드롬을 일으킨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그리고 그 신드롬을 이어 받은 ‘스즈메의 문단속’. 특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국내에서 그 이전까지 개봉 일본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갖고 있던 ‘너의 이름은.’의 연출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었습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에서 차세대 글로벌 스타로 주목 받던 인물입니다. 그가 자신의 전작 ‘너의 이름은.’을 넘어설 흥행 기록을 제시하며 ‘300만이 넘으면 다시 내한하겠다’는 호기로운 공약을 내걸 때 만 해도 그를 좋아하는 팬들조차 갸우뚱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스즈메의 문단속’은 500만을 넘어서 현재 진행형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기롭게 공약을 내걸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 다시 내한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주)미디어캐슬
 
지난 달 말 국내에 다시 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스로도 놀라워했습니다. 일단 자신이 내건 공약이 이뤄진 것에 대해 감사하고 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 그리고 한국의 젊은이들이 좋아하고 사랑해 준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300만을 넘으면 다시 오겠다는 그의 공약은 무려 두 배 가량이 된 500만 흥행 성적표를 받아 든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물론 시기도 예상을 넘어설 만큼 빠른 시간 속에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이 정도로 많은 한국 관객 분들이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일본에서 12년 전 일어난 재난을 그리고 있기에 한국 분들이 즐겁게 봐 주실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전작인 ‘너의 이름은.’은 엔터테인먼트라 쉽게 다가설 것이라 여겼지만 반대로 이번 영화는 일본 사회의 단면을 그린 것이기에 흥행 적인 면에서 불안 했었습니다. 지금도 사실 왜 한국 분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 되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웃음)”
 
약간은 조심스러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국내 분위기와 맞물리면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습니다. 반일 감정은 이미 전 정권부터 이어져 온 흐름입니다. 최근 우리 정부가 한일관계 회복에 집중하고 있고, 그와 맞물리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이 이른바 ‘예스 재팬’ 세대의 긍정적 시선과 맞물려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것이란 분석도 분명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극히 개인적이란 전제를 두면서도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을 솔직히 전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주)미디어캐슬
 
“대략 20년 정도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2004년부터 작품을 만들면서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한국을 방문 중입니다. 제가 오가던 시간을 되돌려 보면 양국은 사이가 좋았던 적도 있었고 나빴던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정치적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 상관없이 매 작품이 공개될 때마다 한국을 찾아 팬들과 소통해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느끼는 양국의 차이, 적어도 문화를 소비하는 측면과 시선에선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게 저의 시각입니다. 일본에서도 K팝이 인기이고, 한국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인기입니다. 그냥 좋은 것 그리고 재미있는 것에 반응하고 소비하는 것이라 여깁니다.”
 
물론 정식으로 논의가 된 적도 없고, 거론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팬들은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이 실사화가 될 경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어떤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일단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아주 흥미로워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그는 연출 데뷔 자체를 ‘애니메이션 연출자’로 시작했기에 그에 걸맞는 대답을 전했습니다. ‘인간 배우들에게 전혀 흥미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본인이 먼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웃음). 난 애니메이션 감독이기에 인간 배우들에게 큰 흥미를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배우들 이름도 잘 모르고 주변 가까운 지인들을 제외하면 사람 이름을 외우는 것도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 연예인 가운데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름은 ‘아이브’입니다. 그들의 히트곡 ‘아이 엠’도 거의 매일 듣습니다. 하지만 멤버들 이름은 한 명도 알지 못합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주)미디어캐슬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이 500만 이상 관객을 끌어 모으는 동안 가장 눈길을 끄는 대중들의 평가는 ‘애니메이션 이상의 감흥’이란 점이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일반 대중들에겐 ‘만화’로도 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 만화보다는 작화, 즉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 꽤 달라 보였습니다. 그래서 실사 영화에 가깝게 보이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신세대 거장 감독 신카이 마코토 감독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기대를 하신 답변을 드릴 수 없을 듯한데(웃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작과 다른 새로운 작화 기법은 없습니다. 전혀 그런 것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1초에 24장을 사용하는 애니메이션의 전통적 기법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하지만 최근 ‘아바타2’를 보면서 1초에 60장까지 사용하는 ‘고 프레임’ 방식으로 우리(애니메이션)도 변화를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은 옛날의 기법을 그대로 유지 중입니다. 그게 어쩌면 특별한 기법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작화를 따르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라이벌을 물어 봤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정도의 이름이 나올까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전설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이름이 나올 수도 있을 듯했습니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입에선 예상하지 못했던 단어가 나왔습니다. 전혀 예상을 하지도 않았던 이름, 아니 ‘명칭’이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주)미디어캐슬
 
“라이벌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지금 구체적인 라이벌이 뭘까 생각을 해보니 하나 있긴 합니다.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이나 감독이 아니라 인터넷 동영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틱톡이나 SNS영상, 또는 유튜브 쇼츠 영상 등을 말하는 겁니다. 스피드나 템포 등이 워낙 빨라서 나도 작품을 만들 때 그런 것들에 뒤지지 않으려고 많은 정보량을 담으려 노력 중입니다. 내 작품이 예전보다 스토리 전개를 하는 데 점점 빨라진다는 의견이 있는데, 아마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이른바 ‘재난 3부작’을 완성시킨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앞으로 또 다른 재난에 대한 얘기를 그릴 계획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이들 3부작을 완성 시키는 데 총 9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는 앞으로 당연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만들 것이고 구상 중임에도 그 소재를 ‘재난’으로 다시 이어갈지는 모른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난’이란 소재가 아닌 자신이 살고 있던 일본에 대한 얘기를 풀어낸 것이라면서 일본에서 벗어난 새로운 공간의 얘기를 풀어가 볼 계획은 있을지 모르겠다고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사진=(주)미디어캐슬
 
“재난이라기보단 내가 사는 공간, 즉 일본에 대한 얘기를 해왔던 겁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기 인생 속에서 자신을 크게 변화시킬 사건을 만난다고 생각하는 데, 내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그랬습니다. 이런 사건을 작품으로 옮기면서 내 안에 무언가를 바라보는 계기를 마주하게 됐습니다. 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면서 타인의 내면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게 될지는 좀 더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은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분명한 것은 도전을 이어갈 것이란 점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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