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마블의 영화적 세계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 그 속에서도 조금은, 아니 꽤 많이 뭔가에서 동떨어져 있는 듯한 히어로 연합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신의 능력에 버금가는 외계인 아버지를 둔 인간 혼혈 ‘스타로드’ 피터 퀼, 타노스의 수양딸이지만 그에게 목숨을 잃은 가모라, 멍청한 머리와 달리 우락부락한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속내는 한 없이 착한 드랙스, 여기에 외계인인지 아니면 생물인지 또는 식물인지 모를 그루트, 그리고 그 생김새와 성격 외모와 지식 등 뭣 하나 제대로 상식 선에서 연결이 되지 않는 생명체 로켓 라쿤까지. 이들은 도저히 하나로 융합될 수도, 융합되어서도 안되는 듯한 비주얼과 성격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아이언맨’으로 대표되는 MCU 속 히어로 직계 혈통으로 인정 하고 싶지 않은 팬들의 무의식 속 외곽에서 떠도는 신세를 면치 못해 왔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의 대우마저 터부시되고 하찮음으로 일관된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선 다소 각광 받지 못해 온 ‘스페이스 오페라’(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쟁과 모험을 그린 SF의 하위 장르)를 차용한 것이 이유라면 너무 비겁한 변명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권선징악의 명확한 구도와 ‘히어로’ 장르의 비주얼적 상징이 MCU 히어로 직계의 프리미엄이란 것에는 부인할 이유조차 찾지 못할 듯합니다. 그래서 더욱 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대한 이질감은 차고 넘치는 생경함으로 가득해 왔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페이즈3를 넘어 페이즈4에서 세계관 자체의 붕괴나 다름 없는 실패를 맛본 MCU가 페이즈5의 시작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조차 최악의 혹평을 이끌어 내며 회생 가능성 자체를 바닥으로 끌어 내려 버린 점은 전 세계 마블 마니아들을 괴롭게 했습니다. 그래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자신들의 마지막 스토리인 이번 3편으로 무너져 버린 MCU를 일으켜 세운다 나선 지금의 시점이 결과적으로 MCU가 끌어 온 히어로 장르의 본질과 이어질 기회를 잡은 것은 아닐까 싶은 반가움이 앞섭니다. 물론 지난 3일 전 세계 최초 국내에서 공개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편은 1편과 2편은 물론 MCU 전체 세계관을 아우르는 각각의 히어로 솔로 무비 그리고 어벤져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순위권에 올려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아우라를 낸 단 것에 반드시 동의를 해야 옳은 결과물입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제목 그대로입니다. ‘우주’를 지키는 ‘가디언즈’에 대한 얘기. 1편이 이들 멤버들이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려졌고, 2편은 이들 멤버들의 리더 스타로드의 정체성 비밀에 대한 스토리였습니다. 3편 주인공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자체가 지닌 이질감과 생경감 그리고 일종의 소수자 대변에 대한 얘기입니다. 리더 스타로드 그리고 그의 연인이자 죽은 가모라, 가모라의 여동생이자 ‘반은 생명이고 반은 기계’인 네뷸라, 여기에 식물과 동물 그리고 외계인 그 중간 어디에 있는 듯한 그루트와 거칠지만 따뜻한 성격의 드랙스, 상대의 마음을 조종하지만 자신의 내면과 마음은 들여다 볼 기회를 갖지 못했던 멘티스까지. 그들 모두가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존재로서 가치와 의미를 찾아야 하는 소수자들이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뚜렷한 소수자 로켓 라쿤은 모두가 궁금해 하고 기괴하게 생각해 온 생명체입니다. 라쿤(너구리)이면서 누구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고, 반대로 그 어떤 멤버들보다 호전적 성격을 지닌. 그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탄생했을까. 1편과 2편을 통해 어렴풋이 드러난 바 있는 ‘실험에 의한’이란 힌트. 그리고 그 힌트와 힌트가 펼쳐 놓은 기괴한 세상의 새로운 질서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의 폭력성과 맞물리면서 꽤 소름 끼치고 또 그럴듯하게 끔찍한 방식으로 그려져 나갑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첫 시작은 거대한 고대 생명체 머리로 이뤄진 행성 노웨어. 이곳은 현재 죽은 가모라를 제외한 나머지 가오갤 멤버들의 안식처. 로켓은 라디오 헤드의 ‘크립’(creep)을 들으며 스스로의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드러냅니다. 반면 술에 취한 피터 퀄은 여전히 죽은 가모라를 그리워합니다. 그런 그들 앞에 아담 워록이 등장해 노웨어는 순식간에 폐허가 됩니다. 아담 워록은 어머니 아이샤와 함께 그들의 주군 하이 에불루셔너리의 명령을 받고 ‘89P13’ 수거에 투입된 상태. 여기서 89P13은 바로 로켓 라쿤의 과거 이름입니다. 그는 생물학적으로 너구리, 즉 라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말까지 하고 누구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는 고등 생물체. 그를 이렇게 만든 이가 바로 전 우주를 상대로 자신만의 질서와 세상 창조를 꿈꾸는 ‘미친 과학자’ 하이 에볼루셔너리입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이미 전 우주에 수 많은 문명을 만든 전지전능한 과학적 능력을 보유한 빌런. 이미 2편에 등장한 아이샤가 다스리는 행성도 바로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작품. 그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카운터 어스’를 창조한 채 동물과 인간의 교배 잡종과도 비슷한 생명체들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꾸며 놨습니다. 하지만 이들 생명체의 문제점, 바로 지능.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자신의 창조적 능력에서 변종처럼 튀어 나온 로켓 라쿤을 사로 잡아 그 문제를 해결하려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켓 라쿤, 그는 같은 ‘가오갤’ 멤버들도 모르는 내면의 트라우마에 사로 잡혀 있습니다. 바로 하이 에볼루셔너리에게 잡혀 실험을 당할 당시 자신처럼 붙잡혀 실험 당한 동료 동물들을 구하지 못했단 죄책감입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아담 워록에게 습격을 당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로켓 라쿤, 그리고 로켓을 살리기 위해 반대로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연구소로 잠입해 들어가는 가오갤 멤버들, 로켓을 사로 잡아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는 하이 에볼루셔너리. 심연 속 자신의 죄책감과 싸우고 있는 로켓의 남모를 아픔. ‘가오갤’ 3편은 이 같이 각기 다른 얘기의 축이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이 시리즈의 정체성과 마침표 그리고 새로운 출발을 그립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이번 ‘가오갤’3 핵심은 정체성 찾기 입니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고 울려 퍼지는 영국 출신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크립’은 멤버 각자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과 본질을 뜻하는 가사로 이뤄져 있습니다. 기괴하고 해괴하고 보는 시각에 따라선 추한 그들입니다. 그들은 외모적으로 그리고 그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히어로와 반 히어로 중간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들처럼 다가옵니다. 특별하지만 별종이고, 별종이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본질에 더 집중하고 다가서는 이번 시리즈의 스토리에서 주인공은 결과적으로 로켓 라쿤입니다. 사실 ‘가오갤’ 멤버의 리더는 1편부터 ‘스타로드’ 피터 퀼 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터도 알고 있었고, 다른 멤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진짜 본질적 리더는 로켓이었다는 걸. 너구리도 아니고 라쿤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기상천외한 생명체 로켓의 이질감은 그래서 ‘가오갤’의 순수한 본질 그 자체에 집중되고 바라봐야만 하는 어떤 가치를 지닌 존재감 그 자체였습니다. 그 본질을 외면한 채 방황하고 도망쳐 온 로켓의 선택과 집중은 그래서 근원적으로 ‘가오갤’ 시리즈의 모체가 되는 별나지만 괜찮은, 그래서 우리 모두가 특별한 존재로 우주의 한 자리를 각자 맡아 지켜 나가는 ‘가디언즈’의 길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이게 바로 제임스 건 감독이 1편과 2편 그리고 3편 통해 마무리를 지으려 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페이스 오페라 결말입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장엄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조악스럽지도 않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마무리로서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제임스 건 감독이 탄생시킨 ‘가오갤’ 세계관은 마블의 세계관을 넘어선 독립 유니버스로서 더 가치의 빛을 낸 단 것에 100퍼센트 동의를 해야 옳습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P.S 쿠키는 2개 입니다. ‘가오갤’ 시리즈는 막을 내렸지만 각각의 캐릭터는 MCU 세계관에서 존재해 나갈 듯합니다. 그 힌트가 쿠키 영상에 담겨 있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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