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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보다 어려운 영수회담…성과 압박 '부담'
의제 조율 불발에 이번 주 회담 사실상 '무산'
"25일 2차 실무회동"…핵심 의제 신경전 '고조'
용산·야당 협치 시험대…가시적 성과 도출 '글쎄'
2024-04-24 16:59:28 2024-04-24 18:00:3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이 '고차 방정식'으로 격상했습니다. 양측이 실무 논의에 돌입했지만, 이번 주 내 회담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갔습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시급한 민생 현안을 의제로 삼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일명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 등 핵심 의제를 놓고는 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면서 영수회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영수회담이 장기간 고착될수록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전망입니다. 
 
2차 실무협의, 영수회담 성사 '최대 분수령'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의제 설정을 놓고 팽팽한 줄다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영수회담 준비를 위한 2차 실무 회동은 25일 열릴 예정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24일 "회담 준비를 위한 대통령실과 2차 실무회동이 내일(25일) 열릴 예정"이라면서도 "시간·장소는 비공개"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양측은 전날 국회에서 만나 1차 실무 협의를 40여분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습니다. 대통령실에선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민주당에선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만나 영수회담 날짜와 의제 등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당초 영수회담은 이 대표의 대장동 재판 일정을 고려해 25일 개최가 유력했습니다. 하지만 양측이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이번 주 개최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인데요. 정치권에선 영수회담을 위한 실무 논의가 길어지면서 다음 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번 영수회담은 용산과 야당의 협치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 역할을 하는 만큼 서두르지 말고 물밑 논의를 최대한 숙성시켜 성과를 만들자는 게 양측의 바람입니다. 때문에 준비 단계에서부터 치열한 힘겨루기와 함께 물밑 신경전이 오가는 모습입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생 회복과 국정 기조 전환이라는 것을 반영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 대표가 무엇이 아쉬워서 영수 회담을 요구한 게 아니다. 대통령이 제발 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 영수 회담을 요구했던 것"이라며 '고자세'를 유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장성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민생회복지원금 협상 여지…화약고는 '채상병 특검'
 
핵심은 '성과'이면서도 양측이 얼마나 많은 사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1차 실무 협의에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채상병 특검법 수용',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선 민주당이 제시한 최우선 과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과 관련해선 대통령실과의 이견이 좁혀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입니다. 대통령실 역시 "선별 지원이나 금액을 두고 논의해 볼 여지는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민생회복지원금의 지원 대상과 금액을 조정하면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큰 난제는 '채상병 특검법'입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영수회담 핵심 의제로 올려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분명합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세 분 중에 두 분이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 반드시 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과 여당은 특검법을 수용해 국민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반면 채상병 특검법을 바라보는 대통령실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또 '거부권'이 행사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 하지만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땐 민심이 더 등을 돌릴 전망인데요.
 
실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20~21일 조사·무선 ARS 방식·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5.2%가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민심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 역시 난제입니다.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이미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등으로 매듭지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입니다. 다만 야당과 민심의 요구가 거셀 경우 영수회담 자리에서 추가로 유감 표시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밖에 인준 절차에서 야당 동의가 필수인 차기 총리 후보 추천도 윤 대통령이 제안할 수 있으나, 이 대표가 받아들일지, 받아들여도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 미지수입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가 필수적인 만큼, 정치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성과를 도출해 낼 것으로 내다봅니다. 만약 실질적인 성과 없이 '빈손 회동'으로 종료할 경우, 양측 모두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수회담이 더 늦어지면 국민들이 양측의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빈손으로 끝낼 순 없기 때문에 양측 협의가 어렵더라도 논의 가능한 의제를 우선적으로 꼽아 최소한의 성과만 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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