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이어 김홍일 중도하차…방통위 다시 ‘시계제로’
방통위, 정책 동력 상실 넘어 업무 마비 수순
후임 방통위원장에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하마평
2024-07-02 16:12:27 2024-07-04 09:54:56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보고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습니다. 지난해 12월29일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지 6개월여 만입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역시 임기 98일 만에 스스로 위원장 자리에서 중도 하차했는데요. 격한 정쟁 속에 방통위원장 자리가 또 다시 공석이 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책 동력을 잃는 등 업무 마비에 처하게 됐습니다.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동취재)
 
김홍일, ‘2인 꼼수 체제’에 “불가피한 결정”
 
‘2인 체제’ 의결 강행으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정부과천청사에서 퇴임식을 진행했습니다. 탄핵소추안이 처리되면 헌법재판소 판단까지 최장 180일 동안 위원장 직무가 정지됩니다. 이에 차기 위원장 선임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되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전임자인 이 전 방통위원장과 동일한 수순을 밟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합의체 기구인 방통위는 여권 인사 3인과 야권 인사 2인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현재 방통위는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편법 운영 중입니다. 이에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해임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야권 역시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 중입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에 대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이날 김 위원장은 퇴임식 자리에서 방통위의 2인 체제 운영에 대해 “국회 추천 상임위원 부재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급한 방송통신정책 현안에 대한 결정을 계속 미룰 수 없기에 불가피하게 2인 체제를 통해 정책을 논의하고 의사를 결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방통위원장에 취임해 근무한 지난 6개월 동안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 통신 미디어 분야의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평했는데요. 방통위 직원들을 향해 “취임 시 방송통신 분야 현안이 산적한 엄중한 시기에 위원장직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오늘 그 어려운 짐을 남겨놓고 먼저 떠나게 되니 매우 무겁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을 처리하기 전 자진 사퇴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오전 퇴임식을 마친 뒤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를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물 부처’로 전락한 방통위, 산적한 현안은 뒷전
 
지난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으로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된 이후 윤정부 방통위원장의 평균 임기는 넉달 반을 기록했습니다. 안건 의결이 불가능한 부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의 비정상 운영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에 따르면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는 경우 위원장이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또 회의 의결 역시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2인 이상의 위원'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사실상 방통위는 식물 부처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방통위를 이끌 이 부위원장 역시 민주당에 의해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당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시급한 의결 사안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현재 방통위에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와 인앱결제 강제 법안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요.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관련, 방통위는 각각 475억과 205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계획을 밝혔으나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영방송 3사 임원 선임을 앞두고 여야는 의견 차이를 보이며 연신 충돌하고 있는데요. 방통위는 김 위원장 탄핵안이 발의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기습적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공사(EBS), MBC 등 공영방송 임원 선임 계획 안건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절차상 시작에 불과한 단계이긴 하나, 기존의 공영방송 임원 선임 계획안 강행 의지를 적극 표명한 셈입니다.
 
김 위원장 취임 초기에도 이 전 위원장 사퇴로 인해 현안들이 뒷전으로 밀려난 바 있는데요. 31개 방송사 141개 방송국들이 지난해 말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방송 사업자로서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허가 공백’ 사태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 구조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대통령실은 후임 방통위원장 지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아직 후임 위원장에 대해 말씀드릴 때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 후임 방통위원장에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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