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하경방)무늬만 '역동경제'…실상은 '부자감세'
배당 늘린 기업 법인세 깎고 배당소득엔 저율 분리과세
상속세 최대 주주 할증 폐지…'부의 대물림' 문턱 낮춰
2024-07-03 17:18:49 2024-07-03 18:56:4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정부의 '역동경제 로드맵'이 베일을 벗자마자, '부자 감세' 논란에 직면했습니다. 정부는 주주환원 금액을 일정 수준 이상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일부 공제하고 주주에게는 늘어난 배당금이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요. 상속세도 손질해 최대주주 할증평가를 폐지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역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주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세 부담이 컸던 기업인의 부담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또다시 '감세 혜택'을 꺼내들면서 사실상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부가 이달 말 감세안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예고한 만큼, 세수 부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 밸류업' 명분 삼아…'감세 드라이브'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를 주재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고 국민에게 자산 형성 기회를 제공하는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확산하겠다"며 "배당을 확대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주주의 배당소득세에 대해 저율 분리과세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역점을 둔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혁신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보장 △사회이동성 개선 등 3개 분야로 나눠 10대 과제가 담겼습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세제 지원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한 기업 밸류업과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인데요. 정부는 이번 로드맵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세제 혜택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우선 기업이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 환원액을 직전 3년 대비 5% 이상 늘린 경우, 5% 초과분에 대해선 5% 한도로 법인세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3년 평균(1000억원) 이상인 1100억원을 배당했다면, 3년 평균의 5%(50억원)보다 더 많이 배당한 50억원이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한도인 5%를 적용하면 2억5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보게 되는 셈입니다.
 
투자자의 배당소득세 부담도 완화합니다. 우리나라는 금융소득(배당소득+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배당수익의 14%를 배당소득세로 걷는데요. 그러나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다른 종합소득(근로소득·연금소득 등)과 합해 종합과세(14~45%)를 합니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로 누진세가 적용돼 40% 이상의 고세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평가된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받게 되는 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정부는 이에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배당 증가금액 등에 적용하는 분리과세 비율을 14%에서 9%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투자자들에 한해서 종합과세도 최대 45%에서 25%로 낮춰 세 부담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상속세도 손질에 들어갔습니다. 밸류업의 걸림돌로 지목됐던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는 폐지되는데요. 그간 최대주주는 상속평가액에 20%를 할증해 최고 60%의 상속세율을 적용받아 가업승계 부담이 상당했다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더불어 가업상속공제 한도 역시 기존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2배 늘어납니다. 그 대상을 매출액 제한 없이 전체 중소·중견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 제외)으로 확대하되, 밸류업·스케일업·기회발전특구 창업과 이전 기업에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 하향 조정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뒤 이달 말 세법개정안 발표 때 결정된 내용을 공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밖에 기존에 발표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지원 확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도 추진해 밸류업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주주'에 초점 맞춘 세제안…커지는 '세수 펑크'
 
문제는 국내 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법인세·배당소득세·상속세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주로 기업인의 세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인데요. 사실상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령 주주환원 법인세와 배당 증가금액 등 저율 분리과세 혜택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실하게 주주에 환원했던 기업은 역차별을 받는 우려도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배당 증가금액 등 저율 분리과세도 이면엔 그간 대주주 등이 세금을 회피하려 배당을 꺼리던 경향을 세제 인센티브로 해결하겠다는 배경이 엿보이는데요. 특히 세제 감면 혜택이 개인보다는 재벌 기업과 외국계 투자기관 등 대주주에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뿐더러, 법인세·배당소득세 동시 감면으로 이중 감세 논란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주주환원 확대 정책이 10여년 전 실시한 '배당소득 증대세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당시 제도는 기준 충족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고배당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에 세제 혜택이 집중돼 '부자 감세'라는 지적을 받고 폐지됐습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0년 전 제도는 총배당증가율과 배당 성향 수익률 등 기준이 복잡하고 엄격했다. 실질적인 효과가 크지 않았다"면서 "복잡한 제도를 단순화하고, 주주와 법인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 게 이번 대책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독일에서 도입된 가업상속공제 확대도 결국 상속·증여세를 피해 가는 우회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결국 정부가 '부의 대물림' 문턱만 낮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밖에 ISA 지원 확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도 세 부담 완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본격적인 감세 드라이브에 방점이 찍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따라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같은 감세 정책이 세수 부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이러한 세제 지원은 일단 법 개정 사안으로,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금투세 폐지나 최대 주주에 대해 상속세를 할증하는 부분에 대해선 야당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회에서 정부의 논리로, 시장에서 원하는 힘으로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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