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60세 그늘)①실질 퇴직 49.3세…믿었던 정년의 '배신'
정년60세 법제화에도 조기퇴직자 급증
고령자 고용 늘었지만 질적 개선 '미흡'
2024-07-10 06:00:00 2024-07-10 15:04:3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했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49.3세로 10년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년을 60세로 법제화한 지 10년이 지나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인데요.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오히려 정년퇴직자보다 조기퇴직자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법제화 이후 고령자 고용 측면에서 양적으로는 개선됐지만, 늘어난 일자리 상당수가 임시·일용직 또는 자영업으로 질적 개선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는 2025년 총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정 정년 60세지만…실제 퇴직은 10년 이상 차이 
 
대한민국 국회는 2013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전에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 규정만 있었는데, 초고령 사회를 앞에 두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법으로 정년을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3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해도 실제 퇴직 연령은 49.3세로 10년 이상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은 실질적으로 정년제를 미운영하는 사업장이 80%에 근접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펴낸 '정년 60세 법제화 10년, 노동시장의 과제' 보고서를 봐도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정년퇴직자보다 조기퇴직자가 급증한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조기퇴직자는 56만9000명으로 2013년(32만3000명) 대비 76.2% 늘었는데요. 반면 정년퇴직자는 2013년 28만5000명에서 2022년 41만7000명으로 46.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는 정년 법제화가 기업의 임금 등 직접노동비용은 물론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 부담까지 크게 늘린 것과 관련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기업은 근속연수에 비례해 임금이 올라가는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가 보편적이기에 법정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이 특히 크다는 게 경총의 분석입니다.
 
서울 동작구 50플러스 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일자리 검색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고령 사회 '일하는 노년' 대두…"정년 연장 불가피" 
 
뿐만 아니라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고령자 고용 지표는 개선됐지만, 일자리의 질적 개선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는데요. 실제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3년 48.3%에서 2022년 53.1%로 4.8%포인트 증가했으며, 고용률은 47.4%에서 51.7%로 4.3%포인트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15세 이상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폭(2.2%포인트)과 고용률 증가 폭(2.3%포인트)보다 2배가량 높았습니다.
 
하지만 고령 취업자 중 절반 이상이 임시·일용직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로,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았는데요. 고령 취업자 중 상용직 비중은 35.1%로, 15∼54세 상용직 비중(65.6%)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 고령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도 각각 27.7%, 31.7%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년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다만 단순한 정년 연장 외에도 정부와 경영계 등이 요구하는 계속고용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저출산 고령화 심화에 따른 노동 공급 부족과 연금 재정 악화, 이로 인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미래세대의 부담 등을 고려해 본다면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정년연장 외에도 계속고용과 재고용 등의 형태도 가능하게 해 기업에 유연한 방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직무급 임금체계와 임금피크제 도입 시행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러 통계를 보면 보통 가장 오래 일한 곳에서 50세를 전후로 퇴직한다"며 "특정 연령에 도달할 때까진 사용자는 근로자를 계속고용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국민연금 수령연령이 65세로 연장되는 2033년까지 계속고용 의무기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작업장에서 고령 신규채용자가 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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