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온, CB·BW 조건변경 꼼수…오버행 우려 확대②
임시 주총서 CB·BW 전환가 변경
액면가 전환시 발행주식총수 240% 물량
재활용 CB·BW…신사업 M&A에 활용되나
2024-09-12 06:00:00 2024-09-12 08:02:11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퀀텀온(전 에이치앤비디자인(227100))이 기발행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가액을 추가로 조정해 논란입니다. 기발행된 ‘메자닌’(주식연계 채권) 대부분이 이미 만기전 상환을 완료한 자기 CB 및 BW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전환가액 조정이 이뤄지는 만큼 소각 대신 재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퀀텀온은 자기 CB 및 BW를 통해 비상장법인들을 인수해왔는데, 이번에도 재활용 CB와 BW가 주가부양을 위한 재료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발행 CB·BW 조건변경…전환 주식 급증
 
(그래픽=뉴스토마토)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퀀텀온은 지난달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기발행 CB, BW 발행조건 변경’에 대한 안건을 가결했습니다. 퀀텀온이 과거에 발행했던 CB와 BW들은 최초 발행당시 전환가액의 70%까지만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한데 이를 변경한 것입니다.
 
퀀텀온이 발행 후 주식전환이 완료되지 않은 메자닌은 5~7회차 CB 145억원, 2~3회차 BW 98억원으로 총 243억원(자기보유 메자닌 포함) 규모에 달합니다. 이들 CB와 BW의 전환가액은 3300~4500원 수준입니다. 주식전환가능 물량은 380만4690주로 발행주식총수(2017만7016주)의 18.86%로 20%에 육박합니다. 
 
전환가액이 추가 조정되면서 메자닌을 통한 신주 발행 물량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퀀텀온의 주가는 669원으로 액면가(500원)와 유사한 수준입니다. 만약 퀀텀온의 기발행 CB 및 BW의 전환가액이 액면가까지 조정이 가능해질 경우 전환가능 주식수는 4850만주까지 늘어나게됩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2.4배를 넘어서는 대규모 물량입니다.
 
퀀텀온 관계자는 “전환가액 조정이 얼마까지 될지는 경영진과 사채권자들의 협의 등이 이뤄져야하는 부분이라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전환가액 조정에 대한 주총결의는 했지만, 금감원의 의견이 다를 수 있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퀀텀온의 기발행 CB와 BW 대부분은 권텀온이 자기 사채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을 통해 5~6회차 CB 170억원와 3회차 BW의 경우 모두 상환이 완료됐습니다. 이중 주식전환이 이뤄진 BW 32억원, 5회차 CB 40억원, 6회차 CB 30억원을 제외한 168억원은 퀀텀온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퀀텀온은 앞서 메리츠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5~6회차 CB와 3회차 BW 129억원을 상환했으며, 콜옵션 행사 후 비상장법인 ‘수’ 지분양수 대금으로 지급한 CB 잔량도 모두 변제했습니다.(관련기사: 퀀텀온, 채권자와 ‘짬짜미’에 줄줄 새는 회사 자금①
 
재활용 CB M&A 활용되나19개 신사업 추가
 
퀀텀온은 그간 발행한 메자닌을 이용해 타법인인수를 이어왔습니다. 지난해 대한종건을 200억원에 인수할 당시 7회차 전환사채 45억여원을 발행했으며, 4회차 CB와 2회차 BW등 기발행 메자닌 31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소방제품 비상장사 ‘수’ 지분 41%를 130억원에 인수할 때도 전액을 기발행 메자닌으로 대용납했습니다.
 
수 인수에 활용됐던 CB와 BW는 발행 당시부터 콜옵션 행사 등을 통한 재활용을 고려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애초에 사용이 불가능했던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퀀텀온은 지난 2022년 운영자금 목적으로 270억원 규모의 CB와 BW를 발행했는데요. CB와 BW에는 조달 자금으로 국공채를 매입, 담보로 제공해야한다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실제 퀀텀온은 해당 메자닌 발행 직후 270억원 규모의 유가증권(국공채 또는 A0 채권)을 매입해 메리츠증권에 담보로제공했습니다.
 
퀀텀온이 메자닌 콜옵션을 활용해 비상장법인들을 인수했지만, 지분가치가 적정했는지는 의문입니다. 130억원에 인수한 수의 지분가치는 1년여 만에 39억원으로 줄며 91억원을 손상처리했고, 대한종건 역시 공사대금 소송 등으로 충당부채를 인식하며 올해 상반기에만 59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대한종건의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45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인수법인들의 부실과는 무관하게 퀀텀온이 대용납한 메자닌 일부는 주식전환 등을 통해 시장에 풀렸습니다.
 
퀀텀온이 인수한 법인들은 퀀텀온의 기업부실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분법 손실로 자기자본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45억원이던 자기자본은 올해 마이너스 353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외부감사에선 반기 검토 의견거절을 받았습니다. 결산기준 완전자본잠식과 의견거절은 모두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합니다. 올해 연말까지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거나 의견거절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대상에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퀀텀온의 재활용 CB 등이 신사업 진출을 위한 M&A에 이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퀀텀온은 이번 임시 주주총회에서 기발행 CB와 BW의 전환가액 추가조정과 함께 사업목적도 추가했습니다. △양자배터리 △태양광 △전기차 충전기 △모빌리티 등 19가지 사업목적을 추가했습니다.
 
CB·유증 납입일 연기에 오버행 우려 커져 
 
퀀텀온의 오버행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퀀텀온은 올해 유상증자와 CB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납일일이 수차례 밀리면서 발행가와 전환가가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기존 1392원이던 CB 전환가는 644원으로 낮아졌고, 1116원이던 유증 발행가는 566원으로 내려갔습니다. 신주발행 및 주식전환 가능 물량은 기존 897만주에서 1906만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규정변경이 예고된 CB 발행·유통 공시 강화 개정안에는 CB 발행 공시 이후 납입일 연기에 따라 전환가액이 조정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올해 3분기 개정안 시행이 예고됐지만, 정확한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까지는 납입일 변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 발행했던 메자닌의 전환가액보다 저렴한 신주가 발행되면서 기존 메자닌의 전환가액도 낮아지게 된다”면서 “기발행 CB의 전환가 추가 하향 결정으로 CB 전환가능 물량이 늘면 기존주주들의 지분 희석도 커지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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