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우리투자증권, 계속되는 악재에 '허덕'…시장 정착 '요원'
전 그룹 회장 부당 대출 의혹 파장 증권사에도 영향
그룹 비은행 강화전략, 증권에서 보험으로 무게추 이동
2024-09-23 06:00:00 2024-09-2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13: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우리투자증권이 출범 초기부터 계속되는 악재로 시장 정착에 힘을 쏟기도 버겁다.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에 연루된 데다 금융당국이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한 우리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감사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우리금융그룹이 대규모 보험사 인수에 나서면서 증권 계열사로서 상대적 소외감도 예상된다. 
 
내우외환 우리투자증권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달 예정인 정기감사 범위를 우리금융그룹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우리은행을 필두로 우리캐피탈과 우리카드가 이름을 올렸고 출범한 지 한 달 남짓인 우리투자증권도 감사 대상에 지정됐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번 정기감사가 우리금융그룹 주요 계열사로까지 확대된 이유는 손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여파다. 앞서 금4감원은 최근 4년간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자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에 616억원 규모 대출을 진행했고 이 중 350억원이 부당 대출로 의심된다 밝힌 바 있다.
 
최근엔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종합금융도 한국포스증권과 합병 전 손 전 회장 측에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우리투자증권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종합금융은 지난 2018년 11월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관련된 법인에 3억원을 대출해줬고 2022년 전액 상환됐다. 당시 대출 금리는 연 6.5%였고 대출자금 용도는 부동산 매입자금이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의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 합병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조사를 예고했다.
 
비은행 강화 무게추 증권업에서 보험업으로
 
2023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사업 강화를 천명했다. 당시 시장에선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업 진출을 전망하며 유안타증권, SK증권 등이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의 증권사 인수는 지속적인 난항을 겪어왔다. 문제는 매각조건이었다. 매물로 거론되는 증권사들의 몸값은 적게는 1조원에서 많게는 3조원까지 추산됐다. 결국 우리금융지주는 소형 증권사의 인수를 통한 증권업 라이센스 획득 후 산하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시 우리금융지주가 투입한 비용은 5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등 그룹 임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선 가장 합리적인 비용으로 증권업 진출에 발판을 마련해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시장에선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만으론 성공적인 증권업 진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 다수다. 한국포스증권의 라이선스는 펀드 판매 쪽에 치중돼 있다. 집한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업과 중개업, 신탁업이 전부다. 리테일 부문에서도 영업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게다가 증권 분야가 금융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보험사 인수에 조단위의 거액을 투자하면서다. 
 
지난 8월28일 우리금융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를 결의했다. 현재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감독원 승인을 준비 중이다. 인수 가격은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75.34%, ABL생명 지분 100%로 각각 1조2840억원, 2654억원이다. 일각에서 우리금융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우리금융의 비은행 사업 무게추가 증권업에서 보험업으로 옮겨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정착 난항 전망 
 
임 회장 취임 초기만 해도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강화 핵심은 증권이었다. 실제 업계에선 국내 상위권 금융그룹의 증권업 진출에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증권업 진출을 위해 필요한 적당한 매물이 없고 인수를 한다고 해도 경쟁 증권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 매물로 거론된 유안타증권의 경우 2023년 기준 자기자본 1조5581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13위에 불과했고, SK증권의 자기자본은 6115억원에 그친다.
 
반면 동양생명과 ABL생명 두 회사의 자산총액 합은 50조원 규모로, 삼성·교보·한화·신한라이프·NH농협생명에 이은 6위권에 해당한다.
 
수익성도 우수한 편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난해 순이익 합계는 3762억원으로, 업계 1위 삼성생명(032830)(1조8953억원)과 2위 신한라이프(4723억원) 다음으로 높다. 인수 후 우리금융그룹과의 협업과 자금 지원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상위 보험사로서 출발이 가능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시장에 정착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비은행 사업 진출이 보험업 쪽으로 무게가 이동한 만큼 그룹 차원 지원도 예상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최근까지도 주요 실무진에 대한 우리투자증권의 구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사실상 '제로(0)'에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이동하는 인력은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