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른다…끝 모를 명품 '배짱장사'
“희소성=프리미엄 전략”…명품 브랜드의 배짱 경영
전문가 “가격 자체가 브랜드 가치…경제위기에도 올리는 이유”
2025-04-25 10:00:00 2025-04-25 10:00:00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올해 들어 두 번째 가격 인상에 나섰죠. 불과 3개월 전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또다시 전 품목에 대해 인상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명품 가격이 분기마다 조정되는 시대가 왔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반클리프 아펠은 25일부터 대표적인 컬렉션인 ‘알함브라(Alhambra)’ 라인을 포함한 모든 제품에 대해 평균 10%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앞서 1월에도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는데요. 당시에는 하이주얼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평균 3~4% 상승했으며, 일부 품목은 최대 10%까지 인상됐죠. 이번에는 인상폭도 커진 만큼, 사실상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전 제품 가격을 재조정한 셈입니다. 
 
롯데백화점 본점 반클리프 아펠 매장 전경. (사진=롯데백화점)
 
업계는 이번 가격 인상의 주된 배경으로 국제 금 시세의 급등을 들고 있는데요. 실제 4월 23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3318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2%가량 오른 수치로 글로벌 경기 불안,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동결 기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주얼리 제품의 원가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브랜드 입장에서는 제조 원가 상승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데요. 다만 실제 원가 대비 인상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매장을 찾은 30대 여성 A씨는 “구매를 망설이다 다시 왔더니 또 가격이 올랐다”며 “자주 오르는 가격 때문에 오히려 명품 구매가 ‘투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브랜드 측이 소비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살 사람은 산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덧붙였는데요.
 
루이비통도 인상…명품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분기 인상’
 
앞서 루이비통도 이달 들어 일부 가방 제품에 대해 가격을 기습 인상했죠. 이미 1월 국내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어,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조정인데요. 주요 인기 라인인 네버풀, 스피디, 알마 등의 가격이 평균 2~3%가량 올랐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연간 1회, 혹은 2~3년에 한 번 인상하던 가격 조정이 이제는 분기마다 진행되는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원자재 수급 불안, 환율 변동성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들의 잦은 가격 인상이 단순한 원가 반영을 넘어 ‘브랜드 희소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하는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는 가격 자체를 프리미엄 가치의 지표로 삼는다”며 “가격을 높임으로써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베블런효과(Veblen Effect) 마케팅을 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명품 수요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 소비자까지도 ‘자기 보상’ 혹은 ‘투자’ 심리로 명품을 소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백화점 명품 매출 7.4% 감소…브랜드는 ‘자신감’
 
문제는 내수 소비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국내 백화점 명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7.4% 감소했습니다. 고물가로 인해 실질 구매력이 줄어든 가운데, 반복되는 가격 인상은 소비자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명품 브랜드들은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아시아권에서도 소비 충성도가 매우 높은 국가”라며 “명품을 통한 자기표현과 소속감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매출 감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명품 구매가 ‘투자’나 ‘선점 전략’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부분도 문제인데요. 실제로 일부 인기 제품은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리셀(resale) 시장에 등장하기도 하며, 가격 인상 전 제품을 구매해 이익을 보는 이른바 ‘명품 플리퍼’들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경기 흐름과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 환율 리스크,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업계는 앞으로도 분기 혹은 상황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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