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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20일 16: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KB국민은행의 올 1분기 성적표를 보면 비이자이익은 확대됐으나, 질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수료 수익은 감소하고 변동성 높은 유가증권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 등 신탁관련 수수료가 줄어들어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사태 영향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모습이다.
국민은행 본점(사진=국민은행)
수수료이익 감소세…변동성도 커져
20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1분기 순수수료이익은 2702억원이다 전년 동기 3004억원 대비 10.1% 줄어들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도 2.9% 감소했다. 전월 대비 수수료 수익 규모 자체가 작아진 탓으로, 전년 4081억원에서 3761억원으로 감소했다. 순이자이익이 같은 기간 1.7%, 0.8% 증가한 것과는 반대 흐름이다.
특히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다투는 신한은행과도 격차가 벌어진다. 지난 1분기 신한은행의 수수료이익은 2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4억원 확대됐다. 국민은행이 같은 기간 줄어든 반면 신한은행의 수수료이익은 전반적인 부문에서 증가했다. 1분기 은행 중 당기순이익 1위를 차지한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1281억원, 2위인 국민은행은 1조264억원이다.
국민은행의 수익은 크게 이자부문, 수수료부문, 신탁부문, 기타영업부문으로 나뉜다. 이자부분을 제외한 비이자부문을 구성하는 수익은 대부분 수수료수익이었다. 다만 올해에는 순위가 달라졌다. 수수료수익이 줄어든 데다 유가증권 관련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국민은행은 대리사무취급수수료, 뱅킹업무관련 수수료, 신탁보수관련 수수료 순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리사무취급수수료나 뱅킹업무 관련 수수료가 증가한 것에 반해 신탁보수 관련 수수료는 줄어들었다. 신탁보수란 고객이 신탁형 상품에 투자할 때 금융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1분기 당기순익을 대폭 깎아먹은 홍콩H지수 ELS도 신탁 상품에 속한다. H지수 ELS가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키자 우리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은 모두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고위험 고수익 상품군도 줄였다.
국민은행은 1분기 신탁보수 수수료로 459억8800만원을 벌었다.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추세다. 지난 2023년 1분기 국민은행이 신탁보수관련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566억원을 훌쩍 넘겼으나, 지난해 470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재차 줄어든 모습이다.
이 외에도 증권대행, 외환수입, 신용카드 등에서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익 규모도 감소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으나 비이자이익 부문은 여전히 홍콩 ELS 사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비이자수익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 변동성도 커졌다. 유가증권 관련 수익이 지난해 1분기 1743억원에서 1년 만에 466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수익 확대는 반길 일이지만, 운용이 아닌 시중금리 하락에 따른 것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비이자이익 감소, 지주까지 영향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 등 수익성 지표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비이자이익 감소는 경쟁력 하락을 뜻하기도 한다. 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76%다. 전년 동기 1.87%에 비해 0.11%p 내려앉았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도 0.04%p 하락했다.
NIM은 운용자산 총액 대비 순이자이익(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제한 값)의 비중을 뜻한다. 은행 수익이 이자이익에 편중돼 있는 만큼, 주요 수익 지표로 쓰인다.
국민은행 이자 수익도 1년 전에 비해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이자 이익이 늘어난 것도 이자수익 증대가 아닌 이자비용 감소를 기반으로 한다. 비이자이익 확대가 절실한 이유다.
주요 자회사인 은행의 수수료 상황이 좋지 않아 그룹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1분기
KB금융(105560)의 순수수료이익은 9340억원이다. 전년 동기 9901억원에서 5.7%,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6.3% 감소했다.
신탁이익을 비롯해 증권업수입수수료와 투자금융수수료 등 대부분의 수수료 수익이 예전만 못한 탓이다. 다만 그룹의 비이자이익은 1년 전에 비해 4.9%, 직전분기 대비 208%나 증가했다. 유가증권과 파생, 외화환산 손익과 보험금융 손익이 확대된 덕이다. 올 1분기 5369억원을 거뒀으며, 1년 만에 53.7% 늘었다.
이뿐만 아니라 보험영업손익 등을 포함해 기타영업손익으로 합산하는데, 1분기 기타영업손익 규모가 3580억원으로 전년 동기 2421억원 대비 확대됐다. 특히 직전 분기에 비해 규모를 크게 키운 것도 흑자전환 영향이다. 다만 이 역시 전통적인 비이자이익 구성인 수수료수익 대비 변동성이 커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ELS 판매 중지 및 증시 불안으로 인해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줄였으며, 앞으로도 이를 무리하게 증가시키기 보다는 외환과 투자금융 등 비이자수익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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