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추진되면서 카드사와 결제대행(PG)사 등 지급결제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에서 거래된 USDT, USDC, USDS 등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지난 1분기 약 5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테더로 불리는 USDT가 47조3311억원(83.1%)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USDC가 9조6186억원(16.9%), USDS는 41억원(0.01%)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 화폐에 연동돼 가치가 일대일로 고정된 암호화폐입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1000만원어치 코인을 발행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현금 1000만원을 실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투자자가 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더라도 발행사가 계좌에 있는 자금을 그대로 지급하므로 코인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심과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를 이용한 카드 결제 사례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계좌를 마치 은행 계좌처럼 활용해 결제 카드를 발급받는 방식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하나의 독립된 지급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카드사나 PG사 등 전통적인 지급결제 업계에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결제 시스템은 카드사와 PG사 같은 중개 기관이 매입, 정산, 환불 등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중개사를 거쳐 거래가 처리됩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카드는 중개 단계를 생략하고 직접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수료가 줄어들어 기존 금융사보다 더 좋은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카드 결제는 보통 이틀 정도 영업일 이후에 정산이 완료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실시간으로 정산되기 때문에 가맹점주는 결제 직후 대금을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훨씬 유리한 셈입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결제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금융사 고유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이 마련되면 단말기 재설치 등 카드사들의 추가 비용이 예상되기 때문에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교수는 "수수료도 스테이블코인이 더 저렴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카드사 수수료 수익도 줄어들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법제화 논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이재명정부와 국민의힘 모두 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공감하고 있어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민주당은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신설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 야당 모두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이 많아 법제화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특히 민주당은 민병덕 의원 필두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카드는 결제 수수료가 저렴하고 정산이 곧바로 된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테더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레돗페이 스테이블코인 카드 모습.(사진=레돗페이 홈페이지 캡처)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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