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국내외 대형 국책사업과 글로벌 수주전에서 수소를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에너지 생태계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와 공급망 안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튬·니켈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광물과 달리, 수소는 생산부터 활용까지 자체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해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가 이런 움직임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한화오션과 정부가 추진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 ‘수소 트럭 공장 및 인프라 구축’ 카드를 제시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노후화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이릅니다.
수소 트럭 공장 및 인프라 구축의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수소 생태계 기술을 캐나다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수소 생산·액화 시설을 현지에 구축하는 방식인 만큼, 특정 국가의 원자재 수급에 의존하는 배터리 공급망과 달리 캐나다 내에서 자체적인 수소 공급망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제안의 특징으로 꼽힙니다.
특히 대형 상용차 부문에서는 탄소 배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EU는 2030년부터 2034년까지 트럭과 버스의 신차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5%, 2035년부터 2039년까지 65%, 2040년부터는 90% 낮추도록 하는 규제를 확정했습니다.
탄소 감축 기준은 개별 차량이 아닌 제조사별 전체 판매 차량의 평균 배출량에 부과돼, 대부분의 대형차량은 전기 또는 수소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규제 흐름은 북미를 비롯한 다른 권역의 상용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완성차업체들이 수소 상용차 라인업 확보에 속도를 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자동 충전 로봇을 활용한 디 올 뉴 넥쏘 충전 시연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현대차)
또한 현대차가 전기차가 아닌 수소 트럭을 제안 카드로 꺼낸 데는 시장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전기차 대신, 현대차가 독자적 기술력을 보유한 수소 상용차 생산 라인을 대안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수소 스마트시티 조성의 전초기지로 선정된 새만금도 이러한 맥락의 일환입니다.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은 정부,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새만금 지역 112만4000제곱미터(약 34만평) 부지에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9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집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AI 데이터센터에 5조8000억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에 4000억원, 수전해 플랜트에 1조원, 태양광 발전 설비에 1조3000억원, AI 수소 시티 조성에 4000억원이 투입됩니다. 이 가운데 200MW(메가와트)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시설로, 현대차그룹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핵심 에너지 인프라로 꼽힙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대형 운송·방산·도시 인프라 사업을 수소 브랜드 ‘HTWO’를 중심으로 묶어내고 있습니다. HTWO는 2024년 출범한 수소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밸류체인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 관련해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APEC CEO 서밋 ‘수소, 모빌리티를 넘어 사회를 위한 새로운 에너지’ 세션에서 “글로벌 에너지 지형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수소는 그 변화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파트너들과 협력해 수소 기반 미래 사회를 가속화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한 바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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