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금융당국이 실손 선택형 특약을 연내 도입키로 하면서 5세대 실손보험과 본격 경쟁을 하게 됐습니다. 다만 소비자 유불리에 따라 혜택과 보험료를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하반기 실손보험 선택형 특약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해당 제도의 검토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불필요한 항목 빼면 보험료 줄어
실손 선택형 특약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입니다. 1·2세대 실손보험 계약을 보장하되 보험 가입자가 선택적으로 불필요한 진료 항목을 보장에서 제외할 경우, 그에 따라 보험료를 인하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이전까지는 보장 축소 시 보험료 인하 연동이 없었으나, 해당 공약이 실현된다면 '선택→할인' 구조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실손 선택형 특약의 보장 삭제 방식은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등 과잉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신체 부위별 제외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대체로 도수치료·주사·MRI 등 고액 비급여 중심으로 설계될 것이라는 게 이유입니다.
구체적인 보장 제외 방식과 규모는 세부 논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선택형 특약이 도입될 경우 보험료가 최소 20∼30% 인하될 전망입니다. 40대 남성 기준으로 도수·주사·MRI 비급여 특약만 제외해도 약 27.5% 절감 효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남성의 월납 보험료는 2세대 4만원, 3세대 2만4000원, 4세대 1만5000원이었습니다. 실손계약 1건당 연간 지급된 비급여 보험금은 1세대 40만원, 2세대 25만4000원, 3세대 18만2000원, 4세대 13만6000원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 보장 항목이 줄어든 만큼 보험료가 인하되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보험사는 지출 보험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보험 가입자는 자기 부담금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많이 냈던 보험료를 축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2021년 도입된 3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1·2세대 실손 대비 약 20∼30%의 보험료가 저렴해졌습니다. 다만 3세대 상품의 경우 3대 비급여 항목을 기본 보장에서 제외하고 특약으로 분리하면서 실질적인 혜택은 대폭 축소됐습니다.
금융당국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실손보험 선택형 특약 도입을 연내 추진한다. 한 대형병원의 입원실 모습과 입원 수속을 받는 장면.(사진=연합뉴스)
"5세대 실손 가입에 타격 없을 것"
선택형 특약이 도입되면 보험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기존 실손보험은 표준화된 상품 구조로 인해서 가입자가 필요하지 않은 특약이라도 묶어서 가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선택형 특약을 이용할 경우 본인에게 필요 없는 진료 항목을 보장 대상에서 뺄 수 있게 됩니다. 불필요한 비급여 청구 관행이 줄어들면, 전체 손해율이 안정되면서 보험료 인상 폭이 완만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선택형 특약은 5세대 실손보험과는 별도로 추진될 전망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기존 1·2세대 가입자가 5세대 실손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5세대 상품으로 전환 시 보상금을 지급하는 '재매입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이 제시됐습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도수치료와 같은 경증 진료에는 본인부담률을 높여 보험사의 보장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비중증·비급여 항목의 보장 범위와 한도는 대폭 축소하고, 기존 4세대까지 기본 보장에 포함되지 않았던 임신·출산 관련 급여항목을 새롭게 포함한 것이 특징입니다.
선택형 특약이 등장하더라도 소비자들이 5세대 실손에 가입하는 것에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보험을 선택하지 않고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이 선택형 특약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반면 1·2세대 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가격을 대폭 내린 5세대 실손보험을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택형 특약이 도입되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항목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기존 상품이 낫다면 그대로 계약을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부담보(보장 제외) 특약에 가입하면 된다"며 "선택형 특약이 도입되면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만큼 1·2세대 가입자들이 기존 계약을 해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선택형 특약이나 5세대 실손 모두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을 줄일 수 있는 만큼 나쁜 카드가 아닙니다. 1·2세대 가입자 중 일부는 특약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통해 보험사는 손해율이 큰 도수치료 등의 이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5세대 실손의 경우 태생 자체가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비급여 진료 혜택을 사실상 없애거나 대폭 축소해 보험금 누수를 막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계약자들에게 받은 보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고, 그 보험료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계약자에게 받는 보험료가 적어지면 보험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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