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씨의 배우자 김건희씨에 관한 16개 혐의를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팀이 닻을 올렸습니다. 민중기 특별검사는 2일 수사와 관련해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을 강조하며 "모든 수사는 지나치거나 기울어지지 않게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특검팀이 수사하는 방대한 의혹 한가운데에는 김씨가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김씨를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 관건이라는 겁니다.
윤석열씨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습니다. 특검팀 수장인 민중기 특검은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아 여러 의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특검팀은 지난 12일 민 특검이 임명된 뒤 준비 기간 20일을 거쳐 이날부터 정식으로 수사를 개시합니다.
민 특검은 특히 "모든 수사는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지나치거나 기울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공개한 특검팀 현판엔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민중기'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특검팀은 매일 오후 2시30분 정례 기자회견을 열어 수사 진행 상황을 브리핑을 할 계획입니다.
앞서 우울증 등을 이유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던 김씨는 지난달 27일 퇴원했습니다. 김씨 측 최지우 변호사는 같은 날 공지를 통해 "김씨는 특검의 정당한 소환 요청에 대해서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특검에서 소환 요청이 오는 경우 특검과 일시, 장소 등을 협의하여 소환에 응할 예정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라고 했습니다. '정당한'이라는 요건을 붙였지만 사실상 소환에 응하겠다는 말입니다. 김건희 특검에서 '법이 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소환을 요청했을 경우 김씨 측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한다면, '수사 지연 꼼수'라는 비판이 불가피해진 겁니다. 만에 하나 특검이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피할 길이 없어집니다.
특별검사팀 출범을 앞두고 우울증 등 지병을 이유로 입원했던 김건희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윤석열씨가 미는 휠체어에 탄 채 퇴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씨가 받는 의혹의 범위가 넓은 데다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게이트의 경우 상당 부분이 수사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만간 김씨나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소환 통보 등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특검팀의 수사 대상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 총 16개에 이릅니다. 특검법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삼부토건 등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공천 인사 개입 △명품백, 목걸이 등 뇌물수수 등입니다. 수사 과정 중 인지한 범죄 혐의까지 수사가 가능합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일단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면 빼놓지 않고 수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수사 우선순위로 꼽히는 것은 특검법에 가장 먼저 명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입니다. 지난 2009년 11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와 공모, 2012년까지 조직적으로 주가를 띄운 사건입니다. 여기서 김씨는 자신의 계좌와 자금을 시세조종에 제공하고, '쩐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권 전 회장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9명이 기소돼 대법원에서 전원 유죄를 확정받았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씨에게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봐주기 수사에 비판에 직면한 직후 재수사에 들어간 바 있습니다. 김씨의 연루 의혹에 관한 통화 녹음파일 등 추가 증거가 확보된 상태입니다.
명태균 게이트 중 특검팀이 핵심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윤씨 부부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입니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 과정에서 윤씨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 선거구에 공천받도록 개입했다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2024년에 치러진 4·10 총선, 2021년 4·7 재보궐 선거 등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해당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명태균 전담 수사팀을 꾸려 주요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김씨에게만 세 차례 소환을 통보했던 만큼, 조만간 명씨나 김씨를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겁니다.
한편, 도이치모터스 및 삼부토건 등 주가조작 관련 수사 담당은 김형근 특검보,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담당은 오정희 특검보, 건진법사 청탁 등 관련 사건은 박상진 특검보,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문홍주 특검보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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