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효자 품목 '발목'…추가 관세 가능성에 '위축'
전문가 서베이, 8월 수출 부문 '악화'
가전·자동차·철강, 바이오·헬스 전망↓
8월1일 상호관세 현실화, 3분기 전망도 '악화'
"협상 잘해도 두 자릿수 관세율 피하긴 어려워"
관세발 미 경기 침체·물가 상향 리스크도 '악영향'
2025-07-20 11:00:00 2025-07-20 11:00:0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로 인해 K-수출 주력 품목들이 발목 잡힐 상황에 놓이면서 내달 수출 업황에 대한 하락세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계부문은 맥을 못 출 전망입니다. 자동차, 조선, 철강, 가전 분야의 하락세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상반기 수출을 견인한 역대급 실적의 반도체에 기대야하는 상황이나 갈수록 부정적 전망만 커지는 데다, 미국 내 경기침체·물가 상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대미 수요 감소를 돌파할 묘수가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20일 산업연구원(KIET)의 '전문가 서베이지수(PSI, 7~11일 간 121명·168개 산업 업종 응답 결과)' 결과를 보면, 제조업 8월 업황 PSI 중 내수와 생산 전망은 각각 104, 105로 기준치(100)를 상회한 데 반해 수출(95)이 하회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8월 내수·생산 전망↑, 수출↓
 
20일 산업연구원(KIET)의 '전문가 서베이지수(PSI, 7~11일 간 121명·168개 산업 업종 응답 결과)' 결과를 보면, 제조업의 8월 업황 PSI는 102로 2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상회할 전망입니다.
 
단, 전월과 비교해서는 3개월 만에 2포인트 하락한 수준입니다. PSI는 200에 가까울수록 '개선' 의견을, 0에 근접할수록 '악화' 의견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주요 항목별 PSI를 보면, 내수와 생산 전망은 각각 104, 105로 기준치를 상회하고 있지만 전월 대비 1, 4포인트씩 빠진 값입니다. 투자와 채산성의 경우도 각각 104, 101로 소폭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다만, 채산성은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문제는 기준치에 여전히 미달하는 수출(95) 지수입니다. 수출 전망 PSI는 6월(94), 7월(95) 모두 기준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현황 PSI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 효과와 미국 내 선구매 등 물량 밀어내기로 이달 102를 기록하고 있지만 3분기 중반을 넘어설수록 악화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습니다.
 
내달 업황 분야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이 112로 3개월 연속 기준치를 상회하는 데다, 소재부문(106)도 4개월 만에 기준치를 넘어선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기계부문은 3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89로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세부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등 업종이 기준치(100)를 상회하나 자동차, 조선, 섬유, 가전 등의 업종은 악화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월 대비로는 반도체, 휴대폰, 화학 등의 업종 상승을 예견한 반면, 가전, 조선, 자동차, 철강, 바이오·헬스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이중 상당수 품목은 이미 50%, 25% 관세가 발효된 품목과 추가 관세 가능성이 제기된 품목들로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품목들입니다.
 
 
지난 1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월 상호관세 현실화, 하반기 충격파
 
더욱이 8월1일부터 상호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하반기 충격은 더 클 전망입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을 보면, 3분기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도는 96.3으로 악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철강, 알루미늄은 50% 관세, 자동차·부품엔 25%가 발효된 데다, 추가 대상인 철강 파생 제품의 가전제품과 의약품, 반도체 등까지 사면초가에 놓은 상황입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아무리 잘해도 두 자릿수 관세율을 피하긴 어렵다는 전직 미국 당국자의 관측까지 나오면서 충격파는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마이클 비먼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한미경제연구소(KEI) 팟캐스트를 통해 "한국이 미국과 성공적이라고 볼만한 합의를 하면 관세가 15~18% 정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한국과 같은 처지라며 10~20% 사이 평균 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미 경기침체·물가↑…수요 둔화 '우려'
 
관세의 부정적 효과에 따른 미국 내 경기침체 확률과 물가 상향 리스크도 미국 내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최근 미국 증권금융산업시장협회(SIFMA) 서베이를 보면, 절반 이상의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의 가중평균 관세율을 14~16%로 예상했습니다. 관세 도입에 따른 물가 상승효과를 반영한 전체 물가 전망(PCE·근원 PCE)은 6개월 전보다 0.5~0.9% 상향 조정한 상태입니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2024년 크게 양호했던 미 경제는 올해 들어 예상보다 둔화 중"이라며 "현재의 경제정책 변화는 거의 전례가 없는 수준이며 관세 협상이 예상보다 양호하게 진행되고 관세율이 인하된다면 경제 전망에 긍정적이나 반대의 경우 전망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관세에도 불구하고 2025~2026년 본격적 경기침체가 예상되지 않는 점은 다행"이라며 "다만 컨센서스상 관세가 올해 성장·노동시장,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SIFMA는 '현재 진행 중인 경제정책이 거의 전례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을 정도로 정책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점에 유의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우중 산업연 디지털·AI전환생태계연구실 전문연구원은 "미국 관세정책의 가전, 스마트폰산업에 대한 영향을 요약하면, 공통적인 영향은 최소 10% 이상의 관세 부과로 한국기업의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이 위축 되고 미국향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냉장고·세탁기·에어컨은 스마트폰·TV와 달리 일부 제품이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고율의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 공장 신·증설을 고려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예상된다"면서 "관세 부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과 교체주기 연장으로 미국 수요가 감소하고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 중심의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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