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민 1인당 최소 15만원, 최대 55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이 21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국회 문턱을 통과한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총 12조2000원이 소비쿠폰 지급분으로 풀렸는데요. 정부는 확장재정 정책으로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내수가 활로를 찾고, 민생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반면 정부 기대감과는 반대로 민간에서는 소비쿠폰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습니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지급했던 긴급재난지원금처럼 소비 진작은 '반짝 효과'에 그칠 뿐, 승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사실상 재난지원금과 다를 바 없는 소비쿠폰이 보다 생산적인 소비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정부 기대감과는 달리, 성장률 제고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더불어 물가 상승 등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핵심 공약 '소비쿠폰', 민생 회복 마중물 기대감 ↑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부터 오는 9월12일 오후 6시까지 약 8주 동안 온·오프라인을 통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신청이 시작됐습니다. 지원 금액은 국민 1인당 기본 15만원이며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1인당 30만원, 기초생활수급자는 1인당 40만원입니다. 이와 별개로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 주민에게는 3만원이,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에게는 5만원이 추가로 각각 지급됩니다.
12조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바라보는 정부의 기대감은 큽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편성한 경기 부양·민생 안정에 방점을 찍은 추경안의 핵심 사업도 민생회복 소비쿠폰이었습니다. 정부는 소비쿠폰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 활성화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 확대 등을 기대하면서 민생 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을 자신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예상 효과와 관련해 "효과는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1일 저녁 대통령실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도 "소비 진작을 위해 저부터 외식을 많이 해야 한다"고 독려한 데 이어, 12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21일부터 시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내수 소비를 촉진해 침체된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고,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적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취임 첫날인 이날 첫 현장 행보로 공주산성시장을 방문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원활하게 사용되는지 점검했습니다. 구 부총리는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그간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소비쿠폰을 계기로 국민들께서 인근의 전통시장·골목상권을 많이 이용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소비쿠폰은 가계 소득 지원, 소비 진작, 소상공인 매출 확대를 통해 경제에 선순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틔우고, 어려움에 처한 민생에 가뭄 속 단비가 될 수 있도록 민생 소비쿠폰이 정책 효과를 온전히 발휘하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이 시작된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관련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승수 효과 '제한적'…물가 상승 부작용도
하지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소 엇갈립니다. 내수 진작에 일정 부분 도움은 되겠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기 때문에 소비 지속 효과엔 제한적이라는 이유가 큽니다. 정부는 소비쿠폰의 승수효과를 기대하지만, 기대만큼 승수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승수효과는 어떤 경제 요인 변화가 다른 경제 요인 변화를 유발해 파급 효과를 낳고 결과적으로 처음 재정 투입 대비 몇 배 증가 또는 감소로 나타나는 총효과를 의미합니다. 최초 정부 지출이 수배에 달하는 총수요 증가를 낳는다는 뜻입니다.
과거 코로나19 시기에 지급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은 승수효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일회성 현금 지원책에 그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지속적인 매출 증대나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으로 매출 증대 효과는 투입예산 대비 26.2∼36.1%에 그쳤습니다. 기간으로 봐도 효과는 길게 가지 않았습니다. 실제 5월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지급 직후 한 달간 '반짝 효과'가 크게 나타났으며, 이후에는 효과가 작아졌습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소규모 사업자들이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많아지지만, 국민 경제 전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일회성 자금 지원이라 연속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12조원 규모의 초과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물가 상승은 소비쿠폰 사용 빈도가 높은 외식비를 비롯해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먹거리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 지급으로 한두 달 정도는 소비 증가 효과가 있겠지만, 이후 물가 상승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현 정부 들어서기 전까지 먹거리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이런 상황에서 돈이 풀리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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