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대신밸류리츠가 리츠(REITs) 혹한기 한파를 톡톡히 맛보고 있습니다. 상장 한 달 사이 공모가는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우량 자산을 보유, 투자 가치는 충분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리츠 약세의 수렁을 혼자 힘으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돼, 태평양 건너 우군의 힘을 빌려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명동입구 대신 본사 빌딩 ‘좋은데’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신밸류리츠는 1.27% 오른 4395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가 상승폭이 크진 않지만 모처럼 의미 있는 반등을 기록했습니다.
대신밸류리츠의 약세는 전체 리츠 시장의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보입니다. 대신밸류리츠는 7월10일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공모가 5000원을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습니다. 상장 첫날부터 하락해 시초가에서 크게 밀린 4520원에 마감했고 이후로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8일 이날 소폭 반등했으나 한 달간 주가는 공모가에서 12.10% 하락한 상황입니다.
주가는 부진하지만 리츠가 보유한 자산은 우량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대신밸류리츠는 서울 을지로 중심업무지구(CBD)에 자리 잡은 ‘대신343’ 빌딩에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대신증권, 대신에프앤아이, 대신저축은행 등 5개 자회사들이 입주해 있는 대신파이낸셜그룹의 본사 건물입니다.
이곳은 명동 입구에, 남산1호터널을 지나 한남동과 강남으로 통하는 삼일대로 옆이라서 을지로 권역에서는 요지로 꼽을 만한 자리입니다. 대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를 받기 위해 자본금을 불려야 했고 이를 위해 보유 중이던 이 빌딩의 매각을 추진했는데요. 인수 협상을 벌이던 후보들이 매입을 보류하면서 대신밸류리츠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빌딩이 가진 매력 덕분인지 리츠 시장의 부진 속에도 대신밸류리츠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관 수요예측에선 7.4 대 1이 경쟁률이 나왔고, 이어진 공모청약도 6.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상장하고 보니 여지없이 추락을 피하지는 못한 것입니다.
대신343 발딩. (그래픽=뉴스토마토)
미 연준 금리 인하, 이번엔 진짜?
다만 대다수 상장리츠들이 7월과 8월 사이 주가 바닥을 다진 모습인 것은 긍정적입니다. 현재 글로벌 리츠 시장은 개별 리츠들이 가진 재료보다 미국의 금리 추이에 따라 함께 휘둘리는 모양새입니다. 미국의 관세 협상 영향으로 물가 상승 우려가 확대됐고 그에 따라 지난 7월 미국채 금리도 다시 올랐습니다. 이는 미국은 물론 주요국 리츠들의 주가도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연준을 향해 금리 인하를 강하게 주문하는 한편, 기준금리 인하를 반대하던 연준 이사가 조기 사임하자 스티븐 미란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지명,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페드워치(FedWatch) 역시 9월1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이 90%를 넘는다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금리 하락 시 반등이 기대되는 리츠, 그 중에서도 우량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상장 초기 분위기에 휩쓸려 하락한 대신밸류리츠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실제로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명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매각 차익 뺀 배당수익률 6.6%
대신밸류리츠는 현재 빌딩에 세 들어 있는 대신금융그룹 계열사들이 건물 전체를 2032년까지 7년간 임차를 유지하는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대신프라퍼티가 책임임차(Master Lease)하는 방식입니다. 단, 지하 2~3층의 리테일 시설만 2027년 5월까지로 계약돼 있습니다. 임대차로 들고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가 시설이라서 계약 기간의 단위가 짧습니다. 특히 이 건물 임대차로 발생하는 세금, 전기·수도요금 등 각종 비용까지 책임지는 트리플넷 마스터리스라서 2032년까지는 신경 쓸 것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밸류리츠는 대신343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를 재원으로 분기마다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인데요. 배당 기준월은 2월, 5월, 8월, 11월입니다. 다만 이달 말에 기준일이 돌아오는 배당은 공모 전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돼 있어 공모에 참여했거나 지금 주식을 매수해도 받을 수 없습니다. 오는 11월분 배당금부터 수령 가능합니다.
리츠가 예고한 배당수익률은 연 6.35%입니다. 하지만 여기엔 2032년 보유자산 매각 시 발생할 수 있는 매각 차익이 포함된 수치입니다. 차익이 생기면 좋지만 임대료 수입을 재원으로 추정하는 배당수익으로 보기엔 정확한 정보가 아닙니다.
대신밸류리츠가 투자설명서에 밝힌 분기별 예상 배당금 총액은 43억7100만원입니다. 이를 전체 주식 수 5978만주로 나눈 값인 73.12원(세전)이 분기별 배당금입니다. 연간으론 세전 292.47원입니다. 공모가 기준으론 연 5.85%인데 주가가 많이 하락해 지금 매수한다면 배당수익률은 더 올라갑니다. 8일 종가 4395원 대비 배당수익률은 6.65%입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대신밸류리츠에게 추가 투자 계획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향후 CBD와 강남업무지구(GBD)에 소재한 대신그룹 소유의 자산을 사들일 예정입니다. 대신밸류리츠가 추가 투자를 위한 현금을 유보한 것은 아니므로 매입하려면 유상증자는 필수입니다. 지금은 리츠의 유증을 악재로 해석하는 분위기인데, 이를 시장과 대신밸류리츠 투자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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