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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28일 15:3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를 통해 완성차 관세를 25%에서 15%대로 낮추며 완성차 업계의 숨통은 트였지만, 자동차 부품업계엔 여전히 관세 부담이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멕시코·캐나다 생산거점을 활용하던 전략에도 관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완성차의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 전환과 애프터마켓 경쟁 심화가 국내 부품사, 특히 중소·중견 협력업체에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IB토마토>는 완성차 업계와 달리 잘 드러나지 않는 부품업계의 구조적 부담과 기회 요인을 집중 취재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완성차(OEM) 중심의 의존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함께 최근에는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며 OEM 납품 위주의 사업 모델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완성차 판매 이후 교체·수리용으로 공급되는 부품 시장인 애프터마켓(After Market)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 (사진=연합뉴스)
OEM 의존 구조, 가격·관세 리스크 ‘직격탄’
28일 업계에 따르면 OEM 공급 부품 수출액은 2023년 기준 약 76.6조원으로, A/S용 부품(5조3600억원)보다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OEM의 부품사에 대한 단가 인하 요구가 반복되고 있는 데다 미·중 갈등 심화 및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OEM 중심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북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부품사들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량은 연간 15만대 규모인데,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영업이익이 약 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이 완성차 업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가격 인하 요구 형태로 1·2차 협력사들에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OEM 위주의 공급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업계는 새로운 출구로 ‘애프터마켓’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북미 애프터마켓 시장 규모가 올해 기준 약 2조8140억 달러(한화 3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한국차 브랜드 점유율은 5.8%로 아직 낮지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1%로 일본·미국 브랜드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한국산 부품에 대한 선호도가 북미 독립유통망(IAM)을 중심으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IAM은 북미 애프터마켓의 71%를 차지하는 유통 채널로, 브랜드보다 품질·가격을 중시하는 특성이 강해 브레이크패드, 와이퍼, 필터류 등과 같은 범용 소모품에서 한국산 부품이 가격 경쟁력과 품질 신뢰성을 인정받으며 점유율을 키워가는 중이다.
국내 보험수리 시장 규모가 6.7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북미 애프터마켓은 그 3배 이상 큰 기회의 장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미 애프터마켓은 OEM 납품 단가에 눌려 있던 중소 부품사들에게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며 “독립 브랜드로 직수출하거나 현지 유통망을 확보할 경우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계에서는 북미시장 한국 차 브랜드 기준 애프터마켓 시장이 2027년 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프=한국자동차부품협회)
중국·대만 저가 공세에 리스크도 ‘뚜렷’
물론 애프터마켓이 마냥 ‘황금시장’인 것은 아니다. 중국·대만산 부품의 저가 공세가 한국산 부품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범퍼, 도어, 백미러 등 외장부품의 상당 부분은 이미 중국과 대만산 제품이 한국차 수리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밀릴 경우 한국산 부품의 시장 확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경진 한국자동차부품협회 정책소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애프터마켓은 분명히 성장성이 크지만, 우리 부품사들이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제한적인 상태"라면서 "미국만 보더라도 전체 애프터마켓의 70% 이상이 IAM 채널을 통해 거래되는데, 국내 업체들은 현대·기아 등 브랜드 정비소 딜러십 위주로만 납품하다 보니 점유율이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순간 중국·대만산 부품에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통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관세 강화는 단기적으로 중국산 부품 점유율을 낮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거래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 부품사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OEM과 애프터마켓의 균형 전략이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OEM 공급은 안정적인 물량을 보장하지만, 단가 압박과 외부 리스크에 취약한 반면, 애프터마켓은 성장성이 크지만 가격·품질 경쟁, 유통망 확보라는 과제가 따른다. 따라서 국내 부품사들은 OEM 매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애프터마켓 비중을 늘려가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경진 정책소장은 “OEM과 애프터마켓을 병행하면서도, 현지화 투자와 유통 다변화를 통해 독립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전략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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