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제 시범을" 대 "불가"…금융노조 총파업 앞서 줄다리기
2025-09-05 15:45:44 2025-09-05 17:09:44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오는 26일 '주4.5일제 도입'을 위한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금융권 노사 간 줄다리리가 팽팽합니다. 노조는 시범사업 등을 통해 4.5일제 도입 물꼬를 터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현실적 불가론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오는 26일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금융노조 조합원이 총파업 관련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94.98%의 찬성률이 나와 총파업 등에 대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습니다. 금융노조가 4.5일제를 요구하며 파업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영업점 개시 시간 조정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저학년 자녀 둔 직원의 출근 시간 조정과 임금인상률 합의로 파국을 피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주 4.5일제 장려 기조를 보이고 있어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올해 금융노조의 교섭 핵심 요구안은 주 4.5일제 전면 도입, 임금 5% 인상,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입니다. 
 
반면 사용자 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서는 2.4% 인상과 단계적 근무제 변화안을 제안하며 맞서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는 등 과정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금융권은 공공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4.5일제는 법·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고 고객 접점 공백, 업무 강도·인력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전산 시스템 개편과 인력 운용 혁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재명정부 후방지원 관건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노조의 4.5일제 도입 요구는 정부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의결로 힘을 얻게 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노란봉투법 통과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민주노총과 한대노총 등 양대노총 위원장들과 회동해 "노조로서 4.5일제 근로제도 논의를 계속해야 하고 법적 정년 연장 문제를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좀 더 과감한 4.5일제 시범사업의 도입이 필요하다"며 "병원이나 은행과 같이 노사간 자율 협약을 통해 즉시 주 4.5일제 시행이 가능한 곳에 대해선 정부가 나서서 권장하고 독려해줘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4.5일제 관련 예산을 편성한 만큼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예산은 277억원으로 4.5일제 도입 기업에 직원 1인당 월 20만∼60만원의 인건비 보조 장려금을 6개월간 지급하는 데 사용됩니다. 4.5일제 도입을 위해 새로 직원을 뽑으면 신규 직원 1명당 60만~80만원의 고용창출장려금도 6개월간 제공합니다. 
 
고연봉 논란 등 공감대 형성 과제
 
노조 측의 요구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은행원들이 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모습이 일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490만원, 올해 상반기 평균 급여는 6350만원으로 삼성전자(6000만원), 현대자동차(4500만원)를 넘어섰습니다. 은행 영업점 축소와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대면 서비스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영업시간까지 단축되면 금융소비자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게다가 금융권 일각에서는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확대로 은행들이 이익만 쌓는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라, 조합원 참여도가 낮을 수도 있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금융노조의 투쟁 의지가 실제 총파업으로 이어질지도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현재 산별 중앙교섭이 진행 중이어서 타협이 이뤄질 경우 파업은 철회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조는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오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예고했습니다. 금융노조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물론, 산업·기업·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 SC제일·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 지방은행까지 주요 은행들이 포진해 있어 실제 파급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전면 시행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시범사업이라도 시작하자는 것"이라며 "사측이 원천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총파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노사 간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영업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국민 불편을 고려할 때 파업 참여가 제한적일 수 있다"며 "마지막까지 교섭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오는 26일 '주4.5일제 도입'을 위한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금융권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논의의 물꼬라도 트자는 입장이지만 사용자 측은 현실적 불가론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어 입장차가 팽팽한 상황이다.사진은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025 산별중앙교섭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에서 슬로건을 들고 투쟁하는 모습.(사진=금융노조)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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