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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10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스테이킹하다"
읽을 수는 있지만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코인이란 단어에서 얼핏 가상자산과의 연관성을 유추하는 데 그칠 뿐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달러 같은 실물 화폐 가치에 연동된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을 블록체인 네트워크나 거래소 등에 일정 기간 맡기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행위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 투자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사진=업비트 홈페이지 갈무리)
블록체인 네트워크나 거래소가 해당 코인을 블록체인 검증에 활용한 뒤 보상하는 방식이라 '투기'라는 시선에서 자유롭다.
기술 발전에 따라 참여 방식도 다양하다. 직접 지갑에서 검증에 나서는 솔로 스테이킹, 플랫폼에 권한을 위임하는 위임형, 파생 토큰을 활용하는 리퀴드, 보상을 다시 재투자하는 재스테이킹도 있다.
덕분에 세계적으로도 스테이킹 자산 규모는 급속히 커지고 있고, 국내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인다.
물론 새로운 금융기법이다 보니 문제가 있다. 제도적 장치가 빈약해 자칫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 혁신 속도를 법제도가 따라가기 버거운 법이다.
앞선 국가도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홍콩은 이미 스테이킹을 제도권에 끌어들였다. 공시와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요건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용자를 보호하면서도 산업 성장을 막지 않겠다는 의도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 의거, 수탁 금지 원칙만 되풀이한다. 가상자산 사업자가 투자자 자산을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없도록 막아둔 탓에 예치나 운용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위임형, 리퀴드, 재스테이킹 등 다양한 모델이 법과 충돌한다.
결과는 뻔하다. 사업자는 규제 리스크를 우려해 모델 개발을 주저하고, 투자자는 불확실한 제도 환경 속에서 스스로 위험을 떠안는다. 원리금 보장이 안 되지만 예치라는 말에 안전하다고 오인한다. 재스테이킹에서는 위험이 중첩되지만 위험 고지는 충분하지 않다. 내부통제에 실패하거나 위탁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투자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법은 있다. 서비스 구조별 허용 범위와 신고 의무를 명확히 하고, 사업자에는 수수료·위험·잠금기간을 반드시 고지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국제 규제 기준과 보조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이 계속 늑장 부린다면 산업은 음성화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혁신을 살리되,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야말로 스테이킹 시장을 건전하게 성장시키는 길이다.
유창선 금융시장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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