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이재명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둘러싼 후폭풍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여당은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고육지책'을 강조했는데요. 그럼에도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일부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 민심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당 내부에선 "지방선거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향후 공급 강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놨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여, '고육지책' 강조했지만…지선 악영향 우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으로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은 서울시 25개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묶는 '3중' 규제책입니다. 이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내가 복잡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후 연일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정부 정책의 방향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경기도 일대를 포함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며 "(정부는) 집값 급등을 꼭 안정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크고,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지난 16일 부동산 정책에 대해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야당에서 주장하는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 정책을 옹호했습니다. 그는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투기 수요를 막은 것으로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고 실수요자와 청년에게 숨통을 틔워주길 기대한다"며 "불법 투기 행위를 철저히 막고, 빚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 민심을 염두에 둔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특히 이번 주말부터 여론 추이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입니다.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 서울과 경기 지역이란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집값을 상승시켰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부동산 정책에 수도권 민심이 민감하기 때문에 쉽게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대출 규제 이후 민심을 살펴본 결과 반응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리 보는 지선'…대통령 높은 지지율에도 여야 박빙
민심의 흐름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14~16일 조사, 18세 이상 1001명 대상, 표본오차는 ±3.1%포인트, 신뢰수준 95%, 응답률 12.1%,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1%포인트 하락한 54%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여당이 다수 당선되길 희망'하는 유권자와 '야당이 다수 당선되길 희망'하는 유권자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당 다수 당선 희망자'는 39%였고, '야당 다수 당선 희망자'는 36%로 집계됐습니다. 24%는 응답을 유보했습니다.
지난 16일에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지난 13~14일까지, 만 18세 이상 서울시 거주 유권자 100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5.4%,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방식)에서도 서울시장 가상 양자 대결의 경우 여야 후보들이 팽팽한 접전을 보였습니다.
실제 '범보수 후보로 오세훈, 범진보 후보로 김민석 두 명이 맞붙는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지'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4.2%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지목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0.6%였습니다. 이 밖에 '오세훈 42.3% 대 강훈식 40.6%', '오세훈 43.2% 대 조국 41.7%'로 나타났습니다. 오차범위 밖(민주당 39.9% 대 국민의힘 31.4%)인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야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는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겁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당의 또 다른 서울 지역 의원은 "여론조사가 부동산 정책 발표 후에 이뤄진 것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이달 말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부동산 정책은 민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정부 정책을 동의하면서도 추가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수요 억제만으로 한계가 있고, 억눌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공급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 소속 임규호 서울시의원은 "지금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급과 규제 정책의 실책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된 부동산 정책으로는 좀 부적절한 측면도 있어,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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