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세계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및 삭감 흐름에 맞춰 전략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보조금 축소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중저가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프리미엄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등 고가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생산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CES 2025서 공개된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사진=연합뉴스)
12일 외신 등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와 삼성SDI의 합작법인인 ‘시너지셀즈홀딩스’는 인디애나주에 건설 중인 35억달러 규모의 배터리공장에서 생산 계획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당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이 중 일부를 LFP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는 GM의 전기차 전략 변화와 맞물린 결정으로 풀이됩니다. GM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 전기차 사업의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 파트너인 삼성SDI도 시장 상황에 맞춰 제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35억달러라는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공장의 생산 계획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시장 환경 변화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NCM 배터리와 LFP 배터리는 각각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NCM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같은 무게로 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프리미엄 전기차에 주로 사용됩니다. 반면 니켈과 코발트 등 희소 금속을 사용해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리튬과 인산철 등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또한 열 안정성이 우수해 안전성 측면에서도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GM과의 합작공장인 테네시공장에서 2027년말부터 LFP 양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LFP 셀 생산을 위한 셀 라인 전환은 올해 말에 시작될 예정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차 가격 부담에 프리미엄 제품에서 보급형으로 수요가 옮겨 가고 있다”며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 간의 비용과 효율 중심으로 새로운 협력 구조가 생겨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캐나다 소재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전기차용 NCM 배터리를 생산하던 라인을 일부 조정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ESS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는 ESS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용과 ESS용 LFP 배터리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고무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이미 LFP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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