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대기업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규제하는 현행 기업집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1980년대 도입돼 현재까지 유지되는 동일인 지정 제도가 지주회사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FKI)타워 앞에 설치된 표지석. (사진=뉴시스)
한국경제인협회는 18일 기업집단 규제 체계 개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현실화, 형벌 체계 합리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 분야 제도 개선 과제 24건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한경협은 1980년대 도입된 현행 동일인 지정 제도의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최근 대기업집단의 상당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 의사결정도 개인이 아닌 법인 이사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현행 제도가 기업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경협은 “법인만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도록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동일인 지정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일인 관련자(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넓은 점도 지적했습니다. 현행법상 특수관계인은 4촌 이내 혈족과 3촌 이내 인척까지이며, 요건에 따라 6촌 이내 혈족 및 4촌 이내 인적도 포함됩니다. 이와 관련 한경협은 동일인의 실질적 지배와 무관한 친족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과도하기에 직계존비속·배우자 등 실질적 가족 중심으로 동일인 관련자 범위를 축소해 기업의 행정 및 자료 제출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기준과 관련해서는 국내총생산(GDP) 연동 방안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지만, 자산총액 기준은 2009년 설정된 것으로 이후 경제 규모의 확대를 반영하지 못해 현실적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경협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약 78%가 규모 기준으로 중소기업에 해당한다”며 “현행 기준은 경제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이 크지 않은 기업집단까지 과도하게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한경협은 특수관계인이 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제출할 경우 부과되는 형벌 규정(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도 과도하다고 완화를 요구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동일인이 친족의 개인 재산이나 투자 내역 등을 완벽히 파악하기 어려움에도 일부 자료가 누락될 경우 법적 책임을 동일인이 부담해야하는 점이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한경협은 단순한 행정상 누락이나 착오에 대해서는 과태료 수준의 행정질서벌로 전환하고 지정 자료 제출의 법적 책임 주체를 ‘기업집단의 대표 법인’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핵심 법제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규제는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주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