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여야의 대장동 항소 포기 공방이 배임죄 폐지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배임죄 정비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적극 장려하기 위한 제도 완화"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배임죄 재판 면소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업에서는 과거부터 꾸준히 배임죄 폐지를 주장했는데요. 배임죄 구성요건의 주체나 행위, 손해의 개념이 지나치게 넓고 모호하다고 지적합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9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 성장 발목을 잡아온 관행적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겠다"며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여당은 "단순히 배임죄 폐지가 아닌 대체 입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정치적으로 논쟁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자 혹세무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에서 배임죄 등 경제형벌 정비를 총괄하는 권칠승 의원(경제형벌·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 단장)은 "현재의 배임죄는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임무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범죄 혐의를 씌울 수 있는 만능 열쇠"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야당에서는 '이재명 구하기'를 위한 방탄 입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법무부를 찾아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사건의 피고인이) 배임죄 범죄자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바라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은 배임죄 완전 폐지를 기업인들의 이름을 앞세워 추진하는 목적은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법카 유용 같은 재판을 모조리 처음부터 죄가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그동안 배임죄 폐지 또는 완화를 꾸준히 주장해왔습니다. 실제 관련 입법에도 적극 나섰는데요. 올해 8월 박수민·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외 10명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배임죄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같은 당 고동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배임죄 완화를 추진했습니다.
이에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배임죄 관련 완화는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꾸준히 주장했던 것"이라며 "반면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걸 폐지라고 했다가 대체입법을 하겠다고 했다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 결국 이 대통령에 관한 재판을 면소하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에서는 배임죄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과도한 배임죄 적용 범위를 축소하여 개선하고, 가혹한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며 합리적인 경영 판단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법조계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 추진하는 배임죄 폐지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 부적절하다"고 봤습니다. 또 김현동 법학박사(배재대 교수)는 "미국의 경우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기업이 했을 때 문을 닫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기업 측면에서 배임죄 폐지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반면, 익명을 요구한 법학박사는 "배임죄 완화를 통해 기업 성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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