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불호령에도 잇단 '산재사망'…영세기업 더 '사각지대'
올해 1~9월 산재사고 사망자 457명…전년 대비 14명 ↑
5인 미만 도·소매업, 농림어업 등 영세 사업장 사고 집중
2025-11-25 16:50:18 2025-11-25 17:10:55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재명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지난 9월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조업과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비교적 줄었으나, 도·소매업 및 농림어업 등 기타 업종과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중심으로 사망자 수 증가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안전 관리 여력이 부족한 영세 사업장에서 사고가 집중되면서 열악한 소규모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세 사업장, 안전 관리 여력 부족…열악한 환경 노출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2025년 3분기(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 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1~9월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4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3명)보다 14명(3.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망사고 건수 역시 440건으로 1년 전(411건)보다 29건(7.1%) 늘었습니다. 산재 사망자 수는 1~9월 기준 2022년 510명, 2023년 459명, 2024년 443명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해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업종별 사고 사망자 수는 제조업이 11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명(11.2%) 감소했으나, 건설업이 210명으로 7명(3.4%), 기타 업종은 128명으로 22명(20.8%) 각각 증가했습니다. 기타 업종의 경우 사업장 규모가 영세하고 안전 관리 수준이 열악한 도·소매업과 농림어업의 사망자 수가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이들 기타 업종 중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16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실제 도·소매업 사망자는 9명에서 20명으로 11명, 농림어업이 9명에서 19명으로 10명 각각 증가하면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도·소매업의 경우 운반 작업 중 지게차나 트럭에 부딪히는 사고가, 농림어업에서는 벌목 작업 중 쓰러지는 나무에 맞거나 임산물 채취 중 떨어지는 사고가 잦았다는 분석입니다. 
 
사업장 규모별로 봐도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사망자 수 증가세는 두드러졌습니다.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체계가 갖춰진 50인(억) 이상 사업장은 사망자가 182명으로 12명(6.2%) 감소한 반면, 50인(억)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은 275명으로 26명(10.4%) 증가했습니다. 오영민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감독국장은 "기타 업종에서도 도소매업, 농림어업 그리고 거기서도 5인 미만 규모에서 많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재명정부 '산재와의 전쟁' 무색…"지자체와 협력해 사각지대 줄일 것"
 
산재 사망사고가 많은 건설업의 경우에도 지난 2월 발생한 기장 화재사고(6명 사망)와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4명 사망) 등 대형 사고의 여파도 있었으나, 근본적으로는 5억원 미만 소규모 건설 현장의 사망자가 19명 늘면서 증가 폭을 키웠습니다. 공사 기간이 짧고 안전 관리 수준이 열악한 소규모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엿보입니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 사망이 19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명 증가했습니다. '무너짐'은 18명에서 23명으로 5명 늘어난 반면, '끼임·물체에 맞음·화재폭발' 등은 감소했습니다. 사고의 주요 기인물은 '건축·구조물 및 표면'으로 190명 발생해 1년 전보다 37명 늘었습니다. 해체·철거, 지붕 공사 등에서 기본 안전 조치가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분석입니다. 지역별로는 경기 93명, 경북 52명, 경남 42명, 서울 41명 순으로 사망자가 많았습니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올해 3분기 산재 사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데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산재 통계는 후행 지표다.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명백하게 문제가 무엇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며 "단기간 내 산재 지표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추세를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반복적인 사고는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며 포스코그룹 사고를 질책한 데 이어, 8월에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대재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대형 사업장은 정부의 엄정 기조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지만, 영세 사업장에는 정책 메시지가 현장 곳곳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연말까지 소규모 건설 현장, 도소매업, 위생서비스업 등 취약 분야 중심으로 집중 점검을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도 협력해 점검 사각지대도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류 본부장은 "안전 보건 역량이 부족한 작은 사업장에는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고 보조할 방법 등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원 등이 지난 2월16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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