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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8일 16:5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최근 일부 상장사들이 낮은 주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식병합을 택하고 있다. 주식병합은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병합 비율만큼 줄인다는 점에서 감자와 혼동되기 쉽지만, 두 행위는 자본시장 내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감자는 재무 악화 등 위기 대응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주된 배경이지만, 주식병합은 기업 재무상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주식병합은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을 병합 비율만큼 줄여 1주당 액면가를 높이는 ‘주식 수 구조조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어떤 회사의 액면가 100원짜리 주식 100주가 주식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 회사 주식 액면가를 500원으로 높이는 주식병합을 실시하면 유통주식수는 20주로 줄어든다. 액면가 상승률만큼 유통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자본금은 동일하다. 아울러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도 그대로 유지된다.
주식병합을 결정한 상장사 플레이그램(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식 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주식병합은 감자와 유사하게 보인다. 다만, 감자는 자본금이 감소한다. 보통 무상감자는 주식 수를 줄이고, 줄어든 주식의 가치만큼 자본금을 줄여 그에 상응하는 결손금을 털어내는 자본시장 행위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식을 소각하고 소각 대가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취하는데, 주식 수와 자본금이 동반 감소한다.
감자는 재무적 전략 차원에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결손금 해소에 방점이 찍힌 무상감자는 주로 자본잠식 등 재무적 어려움이 있는 기업이 선택하는 재무개선 방식이다. 유상감자는 과잉축적된 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줘 자본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주식병합은 재무적 상황과는 거리가 먼 선택인 경우가 많다. 주가 부양, 지나치게 낮은 주가로 인해 대외적 이미지가 좋지 않을 경우 주로 선택된다. 일례로 플레이그램 이사회는 지난 26일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플레이그램은 주식병합의 목적이 시장 인식 개선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실제 플레이그램의 재무상태는 양호하다. 올해 3분기 회사의 부채비율은 58.8%로 안정적인 수준이다.
한편 이번 11월에 주식병합을 결정한 기업들은 모두 5대1 비율로 주식병합을 예정 중이다. 현재 유통주식 수가 80%씩 감소하는 것이다. 기업 가치 유지를 전제하면 보유 주식의 표면상 가격은 5배가 된다. 이에 시장에서는 주식병합을 기업의 주가 부양 의지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주식병합이 실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재무적 변화 없이 주식 수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요건 기준 강화를 앞두고 ‘동전주’ 기업이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주식병합을 선택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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