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계기준원장 1순위' 한종수 추천자는…'김건희 스승' 최종학
최종학, '윤석열 인수위' 깜짝 발탁…윤핵관 추천받아 합류
김건희, 서울대 대학원 재학…당시 최종학 교수 강의 수강
차기 원장에 '친삼성' 낙점 논란…"회계 개혁 후퇴 완결판"
2025-12-14 06:00:00 2025-12-14 06:00:00
[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이효진 기자] 한국회계기준원(KASB) 차기 원장 '1순위 후보'인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를 추천한 인물이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 교수는 과거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특히 윤석열씨 부인 김건희씨는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재학 당시 최 교수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최 교수가 김씨의 스승인 셈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 교수가 이른바 '김건희 라인'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회계업계까지 손을 뻗은 '내란 그림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입니다.
 
사진은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왼쪽),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모습. (사진=서울대 경영대학, 한국회계학회)
 
내란청산 와중인데…KASB에 '윤석열·김건희' 그림자
 
14일 <뉴스토마토>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차기 회계기준원장 1순위 후보 한종수 교수의 추천자는 최 교수였습니다. 회계기준원장 공모에 지원하려면 추천인을 기재해야 하는데요. 한 교수의 추천인은 최 교수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한 교수를 추천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네"라고 했습니다. 두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문제 때 업무를 같이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던 사이로 알려졌습니다.
 
최 교수는 2022년 3월18일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당시 인수위 업무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분과의 인수위원에 깜짝 발탁됐습니다. 최 교수를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으로 추천한 인물은 고인이 된 윤핵관(윤석열씨 핵심 관계자)의 실세였습니다. 당시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측근으로, 인수위 구성의 한 축을 맡았던 이태규 전 의원은 최 교수 추천에 대해 "우리(안철수 쪽)와는 상관없다"며 "(윤석열 쪽으로부터) 인수위 전체 비전에 대해 체계적으로 조언해 줄 분이라고 소개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시부터 최 교수가 김건희씨와 가까운 '김건희 라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실제 김씨는 2010년에서 2012년까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EMBA(Executive MBA) 과정을 이수했는데요. 당시 최 교수가 김씨를 가르쳤습니다. 김씨가 대학원에 입학할 당시 최 교수가 김씨를 소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2022년 3월18일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최종학 교수가 자리했다. (사진=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이재명정부가 새로 들어선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내란 청산 작업에 나서는 상황에서 내란 세력이 회계업계까지 침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 교수를 차기 회계기준원장으로 추천한 최 교수는 김건희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습니다. 최 교수는 "김건희 여사가 수업을 듣기 전까진 알지도 못했다"며 "학교 다닐 땐 제 수업을 들어서 얼굴을 봤다. 그다음에는 따로 본 적도 없고 잘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윤석열정부 때 인수위에 합류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인수위에서 '숫자를 잘 아니 정부 예산을 좀 봐달라', '국가에 기여해달라'고 해서 그 정도는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합류했다"고 했습니다.
 
사진은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모습. (사진=한국회계학회)
 
한종수 '일탈회계 옹호' 논란…정치권 "개혁적 원장 와야"
 
회계기준원장 인선 과정에 '윤석열·김건희'의 그림자가 덮친 가운데 차기 원장으로 한종수 교수가 사실상 낙점된 분위기입니다. 회계기준원 원장추천위원회는 한종수 교수를 1순위로, 곽병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를 2순위로 해서 차기 원장 최종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그동안 2순위 후보가 원장이 된 적이 없어서 한 교수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차기 원장은 오는 16일 이사회 보고를 거쳐 19일 열리는 회원총회 의결로 최종 선임됩니다. 14개 회원기관(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한국공인회계사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전국은행연합회·한국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한국회계학회·코스닥협회·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최종 투표에 나설 예정입니다.
 
특히 대통령실이 차기 원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금융위원회 내부의 권대영 부위원장 등이 한 교수를 지원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금융위는 차기 원장 선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권대영 부위원장이 (차기 원장으로) 한 교수를 민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권 부위원장을 "유명한 삼성 장학생"이라고 했습니다.
 
한 교수는 그간 일탈회계 논란과 관련해 삼성생명 측 입장을 옹호했던 인사인 만큼 최종 투표를 앞두고 논란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한 교수를 차기 원장으로 선임하려는 배경엔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 회계처리 논란과 관련이 있습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 일탈회계 처리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에 맞도록 해야 한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일탈회계 중단을 결정하면서 '회계정책의 변경'이라고 명시해 변경된 회계 정책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과징금 납부라는 리스크를 피하게 됐습니다.
 
회계기준원의 경우, 앞으로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과 관련해 정리해야 할 여러 회계 처리 문제들이 많은 만큼 차기 원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향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기 사람을 회계기준원장에 심으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전문가가 독립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지, 어느 기업 편을 드는 게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잘라 말했습니다.
 
지난 10월14일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최근 국정감사 때 삼성생명의 일탈회계 문제점을 지적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개혁적인 회계기준원장이 와서 비정상적인 회계들을 개혁하는 역할을 해야 되는데, (차기 원장 선출 과정이) 복잡하고 이상한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삼성에 좀 더 유리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회계기준원 문제에 대해선 다른 정무위원들도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종수 교수란 '친삼성' 교수를 (차기 원장에) 앉힌다는 건 후퇴의 완결판"이라며 "차기 원장을 '삼성 사람'으로 박아놨으니 이제는 회계기준원에서 먼저 (삼성생명에 대해) 공론화하지 않는 한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하는 구조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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