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순대'를 만나지 않았다면 편하게 여행을 가고 주말에 친구들과 만나 재밌는 시간을 더 보냈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반려견이 주는 가치는 단순히 계산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 순대가 없었다면 방에만 틀어박힌 채 나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순대가 있으니까 산책도 나가고 서로 의지 하면서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어요. 순대는 내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시민이함께만드는도시'(시만시) 산하 반려문화연구소가 20일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노들-K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첫 번째 '펫미나'(펫+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순대맘'과 같이 사전에 신청을 한 다양한 연령층의 반려인 50여명이 참여해 올바른 반려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삶의 동반자로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배우고 서로 공감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겁니다.
이번 펫미나는 반려인들을 위한 강연과 공연들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정설령 수의사는 '건강하게 오래 함께하기'란 제목으로 반려동물 영양의 기초와 사료·간식·영양제 선택 기준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사료 선택법부터 영양제의 성분과 주의사항까지, 반려인들이 평소 가장 궁금해할 실전 정보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정 수의사는 반려동물 식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기호성 △흡수율 △원료의 안전성 △영양 균형을 꼽았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반려동물이 사료나 영양제를 잘 먹고(기호성) 잘 싸는(흡수율) 것이 중요하다"며 "원료의 안정성과 영양 균형은 식품 원료 표시와 성분량을 확인해야 하는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제품에 붙어있는 라벨 등을 확인하면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습니다.
시민이함께만드는도시 신하 반려문화연구소가 20일 서울 동작구 스페이스노들 케이에서 ‘펫미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심용희 수의사는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건강하게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반려인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예 '펫로스'(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상실감으로 인한 슬픔과 괴로움)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심 수의사는 펫로스를 경험한 다양한 반려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강아지와 고양이 수명이 인간보다 짧기 때문에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순간 이별은 필연적인 현실"이라며 "펫로스라는 자연스러 감정은 극복한다기보다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 삶에서 잘 겪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실감이나 슬픔을 주변에 애써 숨기거나 잊으려고 하지 말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거리를 둘 수 있는 자연스런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러다 보면 반려동물을 떠나보냈을 때의 아픈 경험에 머물지 않고 예전에 함께 했던 행복한 기억들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펫미나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 중 일부는 주변을 둘러보려는 반려동물들에 이끌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또 행사장 바닥에서 배변을 치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반려인과 동물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어울리는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행사 마지막에선 싱어송라이터 이제(Leeje)가 공연을 펼쳤습니다. 그는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 '오삼이'를 추억하며 만든 곡들을 불렀습니다.
행사를 연 박신후 시만시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1000만명에 달하는 반려인구가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반려문화나 정책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펫미나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올바른 반려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향후 계속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이제(Leeje)가 20일 열린 시민이함께만드는도시 신하 반려문화연구소의 ‘펫미나’ 행사에서 공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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