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반중량·내구성·자유도 우월…현대차 ‘아틀라스’ 역전 포인트
관절자유도, 아틀라스>옵티머스>유니트리
24시간 가동 위한 배터리 교체 기능도 갖춰
‘HMGMA’ 공정 배치…30년 고난도 조립도
2026-01-21 15:19:30 2026-01-21 15:31:27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로봇 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운반 중량, 내구성, 관절자유도 등 현장 맞춤형 성능을 내세워 선발주자들을 따라잡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등 그룹사를 총동원해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계열사 제조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 성능 측면에서 우위를 점유해 시장 성장 역전을 꾀한다는 전략입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업체에서 명실상부한 피지컬 인공지능(AI) 제조사로 자리 잡은 양상입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제원 및 특징. (그래픽=뉴스토마토)
 
2019년 4족보행 로봇개 ‘스팟’으로 산업용 로봇 시장을 개척한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로 불립니다. 중국 유니트리는 이미 양산 모델을 판매 중이고, 테슬라도 아틀라스보다 2년 앞선 올해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양산하기로 했습니다. 뒤늦게 출발했지만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이목을 집중시킨 아틀라스는, 테슬라 옵티머스, 중국 유니트리 등 경쟁 로봇과 비교해 압도적 기술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관절자유도(DOF)는 56으로 옵티머스(40), 유니트리 H2(31)를 크게 앞섭니다. 관절자유도는 관절 1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면 1자유도로 평가하는데, 자유도가 높을수록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울러 아틀라스는 목, 허리, 어깨 등 전신 관절에 360도 회전 기능을 장착해 작업 동선을 최소화했습니다.
 
연구형 모델에서 3개였던 아틀라스의 손가락은 CES에서 공개된 양산형 모델에는 4개로 늘었습니다. 사람 손에는 20여개의 뼈와 관절이 있고, 근육과 힘줄이 정밀하게 연결돼 손가락을 접고 펴거나 힘을 줄 때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사람의 움직임을 기계로 쉽게 구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손가락 기술은 로봇 전쟁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데, 손가락이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기술력이 진화했음을 방증합니다.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테슬라 옵티머스, 유니트리 H2은 모두 손가락 5개를 채택했습니다. 아틀라스는 4개지만, 현대차그룹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물체를 놓치지 않고 조작하기 위한 최소 손가락 개수는 4개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가락이 많으면 작업 영역이 넓어지지만, 무작정 늘릴 수도 없습니다. 손가락 마디라는 초소형 공간에 모터, 감속기, 센서를 집어넣으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을 확보해야 하는데, 액추에이터 수십 개가 필요하고 크기, 무게, 비용이 늘어납니다. 기술적 한계로 2~3지형 손(그리퍼)을 선택하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은 “공장 안에서 쓰기에 가장 적합한 기능과 원가를 고려했다”면서도 “손가락 5개까지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산업용 로봇은 위치 기반으로 제어하는데, 딱딱한 물체부터 달걀처럼 깨지기 쉬운 물체까지 힘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기술은 완성 단계지만 센서 기술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결국 손가락 개수보다는 얼마나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2026 CES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
 
최대 운반 중량도 50kg으로 옵티머스(20kg), H2(15kg)의 2.5~3배에 달합니다. 무거운 부품을 운반하고 정교한 조립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실제 제조 현장에서 인간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하루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점도 아틀라스의 강점입니다. 자체 배터리 교체 기능을 갖춰 충전을 위해 작업을 중단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쟁 로봇들이 배터리 방전 시 외부 충전에 의존해야 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아울러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기능과 영하 20도부터 영상 40도까지 견디는 내구성도 갖췄습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내구성은 다양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아틀라스는 이족보행을 채택했습니다. 산업현장에선 라인이 좁고 턱과 계단을 넘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이족보행이 더 효율적입니다. 공장 내부는 인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로봇도 사람과 비슷한 형태로 만들기 시작했고, 로봇이 공장에 녹아들기 위해선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입니다.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백덤블링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유튜브 캡처)
 
그룹 계열사를 활용해 원가를 낮추는 전략도 향후 가성비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 제조 원가의 50~6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구동장치) 개발과 생산은 현대모비스로부터 담당하는데, 설계 최적화를 통해 부품 수를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해 품질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현대글로비스는 부품 조달과 완제품 공급을 맡습니다. 그룹 내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활용해 부품 조달 비용을 낮추고, 대량생산 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기아부터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로템까지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아틀라스의 경험을 ‘딥러닝’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과 작업 조건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아틀라스의 반응 속도를 향상시키고 실전 대응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부품 분류 공정에 아틀라스를 실전 배치하고, 2030년에는 고난도 부품 조립 작업까지 맡긴다는 목표입니다. 안정성과 효율성이 검증되면 다른 생산 공정에도 차례로 투입합니다. 계열사 공장에서 먼저 검증을 마친 뒤 외부 고객사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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