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선정과 관련해 금고 선정 기준이 불투명해 금융기관 간의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관리하는 금고로 선정될 경우 얻는 상징성과 수익을 감안하더라도 출연금 경쟁이 너무 치열한데요. 비용을 만회하거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 피해가 최종적으로 소비자나 중소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자치단체 금고 운영 금융기관은 정량·정성 평가를 통해 결정됩니다. 금융기관의 신용도와 재무 안정성, 주민 이용 편의성, 금고 업무 관리 능력, 예금금리 수준, 지역사회 기여도, 탄소중립 기여도 등이 주요 평가 항목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나 탄소중립 등 녹색금융 등의 중요성이 부각될 때는 시민 편의성을 위한 ATM기기 설치 대수, 녹색금융 실적 등이 평가 항목에 반영되기는 하지만, 출연금 규모 등 정량적 평가가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출연금은 약정에 따라 은행이 자자체에 용도 지정 없이 출연하는 현금입니다. 정성적 평가 반영이 불투명한 가운데 돈을 많이 낼수록 금고지기에 선정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입니다. '알짜'로 통하는 수도권 지자치단체 금고 입찰에서는 출혈경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앞서 지난 2022년 서울시 시금고 입찰을 진행했을 당시 신한은행이 제시한 출연금은 1금고 3000억원 이상, 2금고 1000억원 이상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신한은행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출연금을 제공한 이유로 신한은행에 기관경고와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은행들이 금고 선정 후 얻을 수 있는 상징성과 수익을 감안하더라도 출연금 경쟁이 치열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국 그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일반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간 출혈경쟁으로 불필요한 소모성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비용 전가의 우려가 커지게 된다"고 했습니다.
금고 평가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지자체 금고 경쟁에서 이기는 경우가 드문데요. 일례로 BNK경남은행과 전북은행은 은행 이름이 무색하게 경상남도과 전라북도 제1금고은행을 맡고 있지 않습니다.
지방은행들은 지자체와 지역 대표 기관이 금고를 선정할 때 출연금 규모나 신용등급 등이 아닌 은행의 지역 재투자 실적 등 실질적인 기여도를 평가 기준에 반영해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자체 금고 선정 시 지방은행에 인센티브를 부여해달라는 내용은 금융당국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리에서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국금융노조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도 "지자치단체나 교육청 금고 선정 시 지역은행 우대와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금융 거래를 지역은행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평가 항목에서 출연금이나 이자율 항목 등 정략적 점수 비중이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출혈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금고 선정 평가 기준에서 특정 항목 점수를 변경하는 것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따라붙습니다. 출연금 등 금고 운영 능력 면에서 점수가 높은 상황에서 특정 항목의 점수를 높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이뤄진 지자치단체 금고를 맡기기 위해 은행을 선정한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대주주 자격 요건 심사하는 것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최근 수년 사례를 봤을 때 사모펀드 사태나 홍콩 ELS 사태를 불러일으킨 은행들은 일정 기간 입찰을 제한하는 등 페널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자치단체의 금고 선정 입찰 때마다 은행 간 출혈경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은행 창구 모습.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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