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방선거인데 왜 늘 중앙정치만 보일까
2026-06-17 06:00:00 2026-06-17 06:00:00
김부겸 전 총리가 대구시장 선거에서 ‘또’ 낙선했다.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다른 정당 후보는 인물이나 정책과 무관하게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유권자들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 이번에는...?' 하면서 기대했지만, 역시나 결과는 여전했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중앙정치와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다. 특히 대구시장이나 서울시장 선거는 전국 정치의 흐름이나 차기 대권 구도와 연결되어 인식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정당 구도가 작동하는 현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 구조가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선거에까지 거의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기초선거 역시 중앙정치의 맥락 속에서 치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의회와 기초단체는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영역임에도, 쓰레기·주차·돌봄·교육·안전 같은 생활 현안보다 중앙정치의 논리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권자들은 지역 현안보다 정당 구도로 투표하고, 후보들 역시 생활형 정치보다 중앙정당의 브랜드에 의존한다.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 분권이 아니다. 주민이 지역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정치적 자치다. 그러나 지금의 지방정치는 지나치게 중앙정치에 종속돼 있다.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선거마저 중앙당 공천 구조에 좌우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름만 남게 된다.
 
그렇다고 기초선거에서 정당을 배제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정당은 후보의 정치적 성향과 정책 방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 한때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당 표방을 금지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03년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정당 표방 자체가 아니라 전국 정당만 허용되는 현행 구조에 있다.
 
하나의 대안으로 기초선거에 한해 활동하는 ‘지역자치 정당’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정 기초지자체나 생활권 단위에서만 활동하며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당정치는 유지하되 중앙정치 종속은 완화하자는 취지다.
 
사실 이런 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 활성화와 생활 정치 강화를 위해 지역 정당 허용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5년 원혜영 의원이 일정 수 이상의 당원만 있으면 2개 이상의 읍·면·동을 기반으로 하는 자치정당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결국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행 정당법은 5개 이상 시·도당 설치와 각 시·도당별 1000명 이상의 당원을 요구해 사실상 전국 정당만을 인정하고 있다.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전국 정당만을 인정하는 현행 정당법 제3조 등에 대해 위헌 정족수인 6명에 1명이 모자라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지난 2024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지역당 부활과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지역 단위 정치세력이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기는 매우 어렵다. 반면 독일·영국·일본 등에서는 지역 기반 정치 조직이 지방정치의 중요한 주체로 활동 중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제도가 도입된다면 주민들은 중앙정당의 간판이 아니라, 지역 현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말은 오래되었지만, 정작 지역 안에서 다양한 정치적 선택지를 만드는 데에는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앙정당 독점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지역주의만 비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지방정치를 정말 지방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역 ‘안’의 다양성을 더 허용하고, 이를 통해 지역 내부의 독점 구조를 허물어나가는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의철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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